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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18-04-18 11:55:17 댓글: '0' ,  조회 수: '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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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쓰루 욘사마


김정혜 로베르따/

골롬반회 평신도선교사




2004년 골롬반 선교사로 첫발을 내디뎠던 일본에서 욘사마를 빼놓고는 대화할 수 없을 정도로 배용준’, 그의 인기는 대단했다. 나는 그의 팬이기는커녕,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얘기까지 하던 터였다. 처음엔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던 나지만, 일본에서의 생활이 길어지면서 어느 순간부터 나는 그를 기쁘게 욘사마라고 부르고 있었다. 만약 내가 한국에서 욘사마를 듣고 그와 관련된 뉴스를 접했다면 난 여전히 지금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을 것이고 쯧쯧 하며 그저 배우의 지나가는 인기 정도로 흘려버렸을 것이다.


밖에서 보는 일본교회는 단순히, 적은 신자 수의, 평균연령이 높은 교회일지 모르지만, 안에 들어가서 본 일본교회는 성숙한 평신도들이 서로를 격려하고 돌보고 있었고, 신앙의 성장을 위해 끊임없이 배우고 기쁘게 신앙생활을 하며 사제와 협력하며 교회운영에 참여하고 있었다. 분명 그곳엔 따스한 나눔이 있고, 보살핌과 배려가 있고, 열정과 기쁨이 있었다.


일본 사회는 그 당시 이미 고령화된 사회였고, 교회의 신자들 역시 청년을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었다. 사제 성소가 줄어 사제가 상주하지 않는 본당도 많아졌지만 그만큼 신자들의 책임이 커지고 교회 운영에 자발적이고 능동적으로 참여하며 조용히 그러나 확고한 신앙생활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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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에서 선교할 때_재일교포 어르신들을 위하여 주간보호센터에서 원예치료를 하였다.

여든이 훌쩍 넘으신 어르신이 자전거를 타고 수도원 새벽미사에 참례하시고, 어르신들을 모시는 시설에 동년배의 신자들이 봉사하러 가시고, 열심히 공부하고 배워 예비자 교리도 하시고, 씩씩하게 병들고 외로운 분들 방문하러 다니시고… 젊은 사람보다 더 안정되고 건강한 웃음으로 열정적인 신앙활동을 하고 계셨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각자의 역량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성당 화단을 가꾸거나, 기도하며 봉사하는 모임을 갖고, 축제준비를 하고, 전례 준비 등을 하였다. 어느 누구도 누가 뭘 못한다고 탓하는 이 없고 함께 준비하고 참여하는 것에 고마워하고, 즐길 수 있는 만큼 준비하고 그 날의 만남, 그날의 행사를 즐겼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누군가 처음으로 혹은 오랜만에 교회에 나오기라도 하면 반갑게 다가가 차 한잔 권하며 웃으며 담소를 나눈다(몇몇 큰 성당을 빼면 대부분의 성당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이다).

250여 년의 박해를 살아 낸 숨은 천주교 신자들의 후손답게 어떤 어려움에도 굽히지 않고 꾸준히 자신들의 믿음을 삶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선교사로서 그곳에 파견되어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벗으로, 이웃으로 함께하며 복음의 기쁨을 살며 하느님 나라의 증거자로 살겠다던 나는 그곳에서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로함으로써 오히려 내가 위로받았고, 도움으로써 도움을 받았으며 이해함으로써 이해받았고, 희망을 나눔으로써 희망을 나눠 받았다.

욘사마가 단지 드라마를 통해 인기를 얻고 있는 배우가 아닌, 서로 공통점이 없던 곳에 공통분모가 되고, 알려고 하지 않던 상대에 대해 알고 싶게 하고 경계를 넘어서서 손 내밀게 하는 계기가 되었고, 서로 벗이 되게 한 ‘욘사마’였다는 것을 그 문화 안에 살며 그들과 만남을 통해 새로 깨달은 후 그는 내게 “아이쓰루(사랑하는) ‘욘사마’”가 되었다. 그리고, 내가 다른 문화 안에 있을 때 나, 가족, 사회, 나라, 교회, 민족, 복음, 하느님 등 그동안 내가 알고 있다고 여겼던 그 모든 것들을 조금은 떨어진 거리에서 다시 보게 되면서 못 보던 새로운 모습들을 발견하고, 다시 보게 되고 그 가치를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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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나라에서 활동하는 골롬반회 평신도선교사 코디네이터들. 앞줄 맨 왼쪽이 필자 김정혜 선교사

한국에서는 그저 알고만 있던 역사가 그곳에서 살아가는 역사의 흔적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과의 만남을 통해 살아 생동하며 다가왔고, 내게 들려주는 속죄와 사죄의 말들을 통해 나보다 더 아파하고 고통스러워하는 것에 아파했다. 그들 안에서 친구를 만났고, 이웃을 만났고, 가족이 되어주는 이들을 만나며 이념, 문화, 나라, 생각 등이 다르지만, 우리는 결국엔 한 형제자매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고, 내가 편히 속해 있는 곳의 경계를 넘어 두려움의 문을 열고 나서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음을 알았다. 하느님은 지금도 이웃을 향한 선교에 나를 쓰시며 내게 선교하고 계시고, 보다 큰 당신을 만나는 자리로 인도하고 계신다.

12.jpg ▲ 일본의 가톨릭 신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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