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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13-04-16 11:01:41 댓글: '0' ,  조회 수: '6112'
*** 아래 기사는 2013년 3월 10일 「평화신문」에 게재된 글입니다. ***

 

 

[선교지에서 온 편지] 칠레(하)- 하느님 안에서 이루는 친교의 은총

 

 

김규희 선교사(성골롬반외방선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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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다해 나누는 삶 속에 함께 계신 성령

 

결혼하고 3년쯤 지났을 때 저희 부부는 선교사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성골롬반외방선교회에서 1년 동안 선교사 양성교육을 받은 저희는 선교회 한국지부 최초의 부부 선교사가 됐습니다.

 하느님께서는 감사하게도 이곳 칠레에서 두 아들을 선물로 주셨습니다. 아이들 때문에 현지 적응에 조금 어려움을 겪기는 했지만, 아이들 덕분에 더 많이 배울 수 있었고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다른 부부들과 공감대가 생겨 더 친밀하게 지낼 수 있는 장점도 있었고요.

 큰아들 시우는 이곳 아이들과 함께 복지재단에서 무료로 운영하는 어린이집에 다닙니다. 선교사 부모를 만나 이곳저곳에 다니며 많은 사람을 만나고, 또 이집저집에 맡기다 보니 어린 나이에도 의젓합니다.

 학기 초 여느 아이들은 엄마와 떨어지기 싫어서 아침마다 눈물바다를 이루는데, 시우는 '저 친구는 왜 저렇게 울지?'하는 표정으로 우는 아이들을 측은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꿋꿋하게 교실로 향하곤 했습니다. 또 어린이집에 다닌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놀이시간에 성가를 큰 소리로 불러 선교사 아들임을 스스로 증명하기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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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어린이집에서 만난 아주머니
 라모나 아주머니는 시우의 어린이집 친구 세바스티안의 엄마입니다. 어린이집이나 길거리에서 가끔 만나면 이야기를 나누곤 했습니다. 아주머니는 항상 웃는 얼굴로 인사를 하고 안부를 전하곤 했습니다.

 둘째 아들을 출산하면서 남편이 시우를 어린이집에 데려다 줘 한동안 어린이집을 갈 기회가 없었습니다. 오랜만에 시우를 데리러 가는 길에 반갑게 인사하는 라모나 아주머니를 만났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오랜만이에요. 어떻게 지내셨어요?"하고 인사를 했는데, 아주머니 얼굴이 왠지 어두워 보였습니다. "음… 그냥… 그럭저럭 …"이라고 얼버무리는 아주머니의 커다란 눈이 금세 촉촉하게 젖어왔습니다.

 저는 시우를 데리고 세바스티안의 집을 찾아갔습니다. 아주머니는 저를 보고 설움이 북받치는지 내내 눈물을 흘리더니 "이번 학기(어린이집)가 끝나면 세바스티안을 데리고 집을 나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아주머니는 18살 때 일자리를 찾아 산티아고에 와서 스무 살이 되기 전에 예전 남편을 만나 남매를 낳았습니다. 얼마 후 20살 차이가 나던 남편과 별거를 하게 됐고, 그러던 중에 동갑인 현재 남편을 만났습니다.

 아버지뻘 되는 사람과 살다가 지금 남편을 만나 1년 정도 연애를 했는데 그 시간이 너무나 달콤하고 행복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세바스티안을 낳고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 남편 태도가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주머니는 그동안 남편의 무시와 입에 담지 못할 폭언으로 마음고생이 많았습니다.

 남편과 친한 이웃 몇몇은 아주머니의 일거수일투족을 시시콜콜 남편에게 일러바치기도 했습니다. 아는 사람도 많지 않은 이곳에서 모든 것이 아주머니를 얽어매는 것 같았습니다. 아주머니는 음식이나 물건을 사기 위해 종이가방과 털실로 작은 액세서리 등을 만들어 장에 내다 팔아야 했습니다.

 아주머니는 무엇보다 세바스티안이 걱정이었습니다. 성장하면서 고스란히 아빠의 영향을 받는 아들 모습을 보면 안타까웠습니다. '무엇이 세바스티안에게 최선일까?' 아주머니는 숱한 고민 끝에 어렵게 결정을 내렸습니다. 세바스티안과 아주머니가 시골로 내려가기 이틀 전에 우리 집 저녁식사에 초대했습니다.

 아주머니는 꿈을 이야기해줬습니다. 아주머니는 고향에서 세바스티안과 함께 새삶을 시작할 것이라 했습니다. 미혼모는 정부에서 보조금이 나오고 직업을 구할 때 우선순위를 주니까 직업부터 구하겠다고 합니다. 고향은 이곳보다 자연환경이 좋으니 세바스티안의 정서와 건강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아주머니는 직접 만든 것이라며 털실로 뜬 장미 한 송이를 내밀었습니다. 정성이 듬뿍 담긴 장미꽃에 향수까지 뿌렸습니다. 그동안 함께 해줘서,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아파해줘서 고맙다며 잊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우리 부부는 아주머니의 새삶을 축복하며 기도했습니다.

 #선교사의 삶으로 초대합니다
 선교사로 살아가면서 이곳 사람들의 많은 사연과 아픔을 만나게 됩니다. 언어는 유창하지 않지만 우리는 그들 곁에 그렇게 머물며 마음을 다해 아픔을 나누고 기도합니다. 그리고 국경과 인종을 초월해 나누는 우리 삶 안에 함께하시는 성령을 느낍니다. 아픔만이 아닙니다. 다양한 모습으로 같은 하느님을 찬미하며 이루는 친교의 삶은 그야말로 은총입니다. 이런 은총의 삶을 저희 가족에게 허락하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3일 후 라모나 아주머니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베로니카 나 잘 도착했어요. 우리 집에 꼭 놀러와요, 언제든 대환영이니까! 하하하" 독자 여러분을 선교사의 삶으로 초대하고 싶습니다.

 

 

후원계좌 : 스탠다드차다드은행 225-20-435521
예금주 : 성골롬반외방선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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