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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14-03-13 10:57:05 댓글: '0' ,  조회 수: '6874'
*** 2014년 3월 9일 「평화신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

 

 

[선교지에서 온 편지] 칠레(3)선교사에게 필요한 것은 조바심 아닌 진실한 기다림

 

 

황성호 신부(광주대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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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아메리카 지도에서 노란색 지역이 칠레, 붉은 점으로 표시된 곳이 필자가 선교 중인 리아츄엘로 지역.‘

 

제가 활동하는 본당은 시냇물이라는 의미를 지닌 '리아츄엘로'(Riachuelo)라는 곳에 있습니다. 칠레 남쪽 오소르노 교구에 소속된 본당으로 12개의 공소가 있죠. 매월 두 번째 주 토요일에는 공소 회장님들을 모시고 모임을 합니다. 모여서 간단한 아침 식사를 하고, 공소 행사에 대해 회의를 한 후 미사를 봉헌합니다. 점심을 먹고서야 모임은 끝납니다. 모시고 와야 하고, 또 모셔다 드려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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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2일 주님 봉헌 축일 미사 전, 모든 신자가 성가대와 함께 성가를 부르면서 성모님을 모시고 마을 주변을 행진하는 모습.

 

 

리아츄엘로 본당은 매년 두 번의 큰 축제가 있습니다. 2월 2일 주님 봉헌 축일에 교구 주교님께서 방문하셔서 신자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하십니다. 미사 전에는 전 신자들이 성가대와 함께 성가를 부르면서 성모님을 모시고 마을 주변을 행진합니다.

 

 

두 번째는 본당 주보 성인인 성모님의 부모님 성 요아킴과 안나를 기리는 축제로, 축일인 7월 26일에 가까운 주일에 주교님을 모시고 미사를 합니다. 본당의 큰 축제들이기에 행사 준비를 위해서 많은 회의를 합니다. 그런데 회의 중에 '나는 진정한 선교사인가'하는 질문을 제 자신에게 던진 적이 있습니다.

 

 

본당 축제일에는 전통적으로 세 대의 미사를 해왔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생각해 보니, 미사 한 대로 줄여서 그 미사에 집중하는 것이 좋을 듯싶어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제 의견에 공소 회장님들 의견은 분분했습니다. 전통적으로 해야 한다는 쪽과 현재 상황에 맞게 바꿔야 한다는 쪽으로 나누어졌습니다. 기존 방식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이 강했습니다.

 

 

신자들끼리 대화로 의견이 일치되기를 바랐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결국, 제 의견이 궁금해졌나 봅니다. 말 없이 저를 쳐다보는 것을 보니 말입니다. 잠깐의 시간을 두고 제가 말을 꺼냈습니다.

 

 

"나는 칠레 사람도 아니고, 더욱이 102년의 역사를 지닌 이 본당에 온 지도 얼마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무엇을 바꾸거나 새롭게 무엇인가를 한다는 것이 때로는 여러분들에게 강압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전통을 바꾼다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결국 대립되는 의견들의 중립인 축제날에 미사를 두 대를 하기로 했습니다. 회의가 끝난 후, 사제관에 들어와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한국에서 보았던 선교사 신부님들은 우리와 평생을 함께 사셨고, 한국에 묻히신 분들입니다. '나'라는 존재의 의미를 찾겠다고 잠깐 와 있는 '나'를 보면서, '나는 진정한 선교사인가'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 이들을 두고 한국으로 다시 돌아올 텐데….

 

 

조바심은 버리고 기다리는 삶
성공과 실패의 시각으로 바라볼 수 없는 사업이 바로 하느님 사업입니다. 해외 선교도 마찬가지입니다. 고귀하고 아름다운 '선교의 마음'이지만 현장에서 수시로 다가오는 어려움에 고귀함이 짓밟히기도 하고 아름다운 마음이 흐트러지기도 합니다.

 

 

신앙인 모두가 그렇지만, 특히 선교사들에게 있어서 매일의 기도와 묵상, 주님 현존의 체험인 성체 앞 묵상이 아주 중요합니다. 내외적으로 행복과 어려움의 상태에서 잠시 쉼과도 같은 기도와 묵상은 선교사를 더욱 선교사답게 만들어 줍니다.

 

 

분주한 하루의 삶 이후 모든 것을 하느님께 봉헌하면서 선교사의 삶에 부합하는 것이 무엇인지 식별할 수 있고, 똑같이 반복되는 하루가 아닌 내일이라는 새로운 하루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조바심이 우리의 마음속에 항상 있습니다.

 

 

조바심은 자신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하고, 타인과의 관계성도 깨버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기다림'입니다. 진실한 기다림 이후에 만남과 관계가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거의 1년 반의 기다림! 대전교구 김종원 비오 신부님과 칠레 시골본당인 리아츄엘로(Riachuelo)에서 1년 반을 기다렸습니다. 기본 교리가 부족한 신자들에게 재교육했고, 본당 공소 아이들의 세례와 첫영성체, 공소 옆 분교 학생들의 교리교육과 첫영성체 등을 준비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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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이로 만든 큰 바람개비를 든 칠레 아이들.

 

 

본당과 공소의 거리가 꽤 됐지만, 한 달에 한 번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서 분주하게 움직였습니다. 이 모든 것이 신자들의 선익과 혜택을 받지 못하는 현실에 처한 아이들을 위해서였습니다. 주어진 부분에 열정적으로, 스스로에게 약속했던 것들에 대해 성실했다고 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신자들이 조금씩 조금씩 다가오는 것입니다. 항상 안부를 묻지만, 더 친근감 있게 자신들의 수확물(채소, 과일, 벌꿀 등)을 우리에게도 나눠주기 시작했습니다. '이제야 우리를 받아들이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00%의 이해와 대화는 불가능했지만, 신자들의 마음에서 무엇을 바라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더 가까워지고, 더 친밀해지고….

 

결코 기다림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만만의 준비를 하고 기다리는 것이죠. 그렇습니다. 하느님의 사업은 충분한 기다림 후에 가능해집니다. 아무 기다림 없이 무턱대고 열정만으로 다가가면 자신에게는 슬픔과 고통이, 타인에게는 또 다른 폭력이 될 수 있습니다.

 

토착화의 3단계
신학교 때, 선교학을 '선교학 입문'이란 책을 통해 배웠습니다. 그때는 정말 이해할 수 없는 문장들이었지만, 지금은 책의 글들이 정확하게 다가오고 이해가 됩니다. 이 책에서는 '토착화의 3단계'를 소개하고 있는데, 책의 122~123쪽을 요약해보면 이렇습니다.

 

첫째, 주어진 문화 안에 그리스도인의 삶과 메시지가 정착돼야 한다. 둘째, 지역 교회가 그 지역의 다양한 문화 요소들을 충분히 이해하는 능력과 문화적으로 다양한 수준에서 그리스도교 메시지를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얻었을 때 이루어진다. 셋째, 이로써 새로운 친교가 이루어진다.

 

요약해 보면, "토착화는 지역 교회의 그리스도 체험을 그 민족의 문화 안에 통합시키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이 체험은 지역 문화의 안에서 자신을 표현한다. 그 문화를 활력 있게 하고 정향 시키면서 쇄신하는 힘이 되어 해당 문화뿐 아니라, 보편 교회도 풍요롭게 하여 새로운 일치와 친교를 형성한다"입니다.

 

 

먼저 우리가 복음화돼 있어야 하고, 그 복음화가 우리의 생활 안에서 젖어들어 있어야 합니다. 그때야 비로소 우리 모두가 일치와 친교가 이뤄진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토착화의 3단계'는 우리 선교사들이 지녀야 할 마음의 자세이며 잊지 말아야 할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글의 내용에서 '그리스도인의 삶과 메시지의 정착과 다양한 문화 요소들의 충분한 이해'는 한 마디로 위에서 제가 말한 '기다림'입니다. 우리 선교사들의 목적은 변화가 아닙니다. 곧 바꾸는 존재들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선교지의 현지인들에게 무언가를 주입하고 지원하려고만 해서는 안 됩니다. 또한 그들이 오랜 시간 동안 지켜왔던 관례들을 무시하면서까지 바꾸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먼저 그들의 삶에 들어가 그들이 무엇을 먹고, 무엇을 입으며, 무슨 말을 하고, 각 지역과 친족과 가정에서 어떤 역사를 지니고 있는지 배우고 듣고 물어야 합니다.

 

또한 우리 선교사 각자도 그들에게 자신의 역사를 소개해야 합니다. 그럴 때 더 이해할 수 있게 되고 대화가 가능해지며 친교와 일치를 이룰 수 있습니다. 20년 가까이 칠레 선교사로 사셨던 신부님의 말씀이 다시 떠오릅니다.

 

 

"선교는 나의 하느님과 현지인들의 하느님의 만남이다."

 

곧 내 하느님을 그들에게 강요하는 것이 아니며, 그들의 하느님을 온전히 내 하느님이 되게 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양한 문화 안에서 가톨릭 신앙을 통해 친교와 일치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나의 하느님이 소중하다면 그들의 하느님도 소중하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됩니다. 폭력은 물리적이지만은 않습니다.

 

 

 

도움 주실 분

SC은행 225-20-607098

예금주 : 성골롬반회 전교부 한국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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