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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12-09-06 14:16:08 댓글: '0' ,  조회 수: '6598'

*** 아래 글은 필리핀에서 활동중인 노혜인 안나 평신도 선교사가 보내온 글입니다. ***

 

 

 

안녕하세요. 성 골롬반 외방선교회 후원회원 여러분. 평신도 선교사 노혜인 안나입니다. 오랜만에 필리핀에서 인사 드립니다. 이곳 필리핀에 온지 일년 하고 반년이 훌쩍 지났습니다. 저는 2011 4월에 필리핀에 골롬반 평신도 선교사로 파견된 후 언어 공부와 적응 기간을 마치고, 마닐라 근교에 있는 노발리체스 교구의 성 베드로 성당에 파견되어 6개월 째 선교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시죠?

 

#. 활동분야: 본당활동과 여성 및 아동 분야

저의 주된 활동은 본당활동과 여성과 아동분야입니다. 본당활동으로는 각종 행사, 사회사목, 소공동체 분야가 있습니다. 필리핀의 최대 명절인 부활절과 성탄절의 행사는 물론 기금조성 행사와 본당 사회사목 분야 중 무료급식 프로그램 등에 참여를 하고 있습니다. 또한 소공동체 모임에서 성서 나눔과 수해나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가 일어났을 경우 이재민대피소로 구호물품을 보내는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여성과 아동 사목으로는 본당에 있는 탈리타쿰이라는 여성과 아동을 위한 센터에서 미션지역에서 일어나는 정신적, 신체적, 성적 폭행과 여성과 아동의 안전을 위한 일을 돕고 있습니다. 본당은 14개의 구역으로 이루어져 있고, 이중 8개 구역이 미션지역입니다. 저는 주로 이 8개의 미션지역인 두팍스, 리와낙, 포옥델라파스, 산토니뇨, 페리아, 사팡깐콩, 누에스트라, 시츄파용에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참 낯선 지역이름이죠? 모두 마을이나 거리의 이름들이랍니다. 8개의 미션 지역에서 가정방문을 하는 것도 저의 일상생활 중 하나입니다. 따로 약속을 하지 않더라도 그들이 사는 곳으로 직접 찾아가서 지역 사람들과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곤 합니다. 그래서 가정방문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활동이기도 합니다.

 

#. 사람들을 알아가고, 함께 살아가기

필리핀에서 선교사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이들의 문화를 배우고 사람들을 알아가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그 중 최우선은 그들과 친구가 되는 것입니다. 가난하고 배우지 못했다는 이유로 소외 받는 이들에게 다가가서 친구가 되어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는 것, 그래서 그들이 이 세상에서 충분히 사랑 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존재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기본적으로 제가 선택한 선교철학 중 하나입니다. 아직은 필리핀의 현지어인 따갈로그어가 익숙치 않아서 깊숙한 대화는 나눌 수 없지만, 만국공통어인 손짓몸짓과 따글리쉬(콩글리쉬처럼 따갈로그어와 영어의 혼합어)를 써가면서 열심히 의사소통을 하고 있습니다.

 

 

두팍스: 아떼조이 넌 우리 가족이나 다름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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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떼 조이와 막내 켄지와 여섯째 카일

 

필리핀에서 가장 행복한 것 중 하나는 미션지역에서 나를 받아주고 환영해 준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손님으로, 그 다음에는 친구로, 가족으로 저를 받아준 많은 지역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중 본당에서 제일 가까운 미션지역에 사는 아떼조이(아떼는 현지어로 언니라는 의미입니다)가 있습니다. 40대 후반이지만 24살부터 5살까지, 7명의 아이들이 있습니다. 좁은 방 한 칸에서 9명의 식구들이 살아가고 아이들의 학비와 생활비 때문에 빚을 갚으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떼 조이는 힘들다는 말 한 마디 없이 꿋꿋이 엄마의 자리를 지키면서 동네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제가 두팍스에 방문할 때마다, 말도 안 통하고, 길을 헤매는 제 옆에서 큰 도움을 주신 분 중 한 분입니다. 아떼 조이는 항상 말합니다. “넌 우리 가족이나 마찬가지야. 넌 언제든지 환영이야.”

 

 

시츄파용: 니카, 레마 & 아리아 언니,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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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어 수업 중에.

왼쪽부터 니카, 레마, 아리아 ▶

 

한류영향과 한국에 대한 기대감으로 미션지역 청소년들과 교류할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해졌습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한국어입니다. 슈퍼주니어 멤버들의 이름을 줄줄 외우고, 투애니원의 노래를 한국어로 부르고, 자신의 이름을 한국어 써 와서 나에게 보여준 시츄파용의 니카와 레마 그리고 아리아가 저에게 한국어를 가르쳐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흔쾌히 승낙을 하면서 저 또한 따갈로그어를 가르쳐줄 것을 이 친구들에게 부탁했습니다. 한국어수업만이 아닌 언어수업이 되었습니다.

나에게는 당연한 것 중 하나인 한국어가 필리핀에서는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하나의 방법이 되었

고 그들과 내가 가진 것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매개체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사람들에게 골롬반

평신도 선교사로서 나의 존재를 알리고, 그들에게 다가가고, 그들과 친구가 되고 있습니다.

 

 

사팡깐콩: “비가 오면 미사를 취소할 수 밖에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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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팡깐콩에서 거리미사 중에

 

본당의 14개의 구역에는 각각 채플이 있습니다. 빈부의 격차가 큰 필리핀에서는 각 구역의 채플에서도 그 차이를 확연히 느낄 수 있습니다.  6개의 부자 구역에는 여느 성당 못지 않은 화려한 채플이 있는가 하면, 8개의 미션 지역 중 두 지역은 채플이 없는 상황입니다. 채플의 유무여부와 본당신부님의 일정에 따라서 미션 지역에서의 미사는 주일마다 또는 한 달에 한 번씩 있습니다. 사팡깐콩은 채플이 없는 지역 중 한 곳입니다. 매주 둘째 주 금요일 오후 5시에 사팡깐콩에서 한 달에 한 번 거리미사가 있습니다. 채플이 없기 때문에 마을에 있는 농구장을 잠시 빌립니다. 미사 시간이 가까워지면 사람들은 정성스럽게 제대를 준비하고, 각자 집에서 의자를 한 두 개씩 가져옵니다. 두 명이지만 성가대도 있습니다. 시장에서 사온 달고 맛있는 바나나가 봉헌 예물입니다. 본당신부님을 기다리는 동안 하늘에는 먹구름이 가득합니다. 사람들의 얼굴에도 걱정이 가득합니다. “비가 오면 미사를 취소할 수 밖에 없어요.” 지역리더가 저에게 설명을 해줍니다. 저 또한 사람들과 발을 동동 구르며 비가 오지 않기를 기도해 봅니다. 다행히 미사가 끝날 때까지 비는 오지 않았고, 사람들은 하느님의 은총이라며 감사기도를 드립니다.

 

채플이 없어서 불편한 것은 미사 때만이 아닙니다. 본당의 여성 및 아동센터가 미션지역에서 주기적으로 주최하는 아동 보호 교육과 교리교육 시간 또한 장소 문제로 언제나 시간이 지연되거나 취소가 되곤 합니다. 겨우 찾은 세 평 남짓한 공간에서 30명이 넘는 아이들이 빽빽하게 앉아 있습니다. 이 좁은 공간에 이 많은 아이들이 어떻게 들어갈까 걱정하는 도중에 아이들은 하나 둘씩 자리를 차지합니다. 아무리 더운 날씨여도 공짜로 빌린 공간에서 선풍기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궁여지책으로 지역아줌마들이 종이를 가져와서 손으로 아이들에게 부채질을 해줍니다. 그 옆에서 저도 아이들을 위해 부채질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조용히 교육을 받고 있는 아이들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언젠가는 사팡깐콩에서도 신자들이 비가 와도 마음 편하게 미사에 참석할 수 있고 아이들이 좋은 환경에서 지역 행사를 참여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 드려봅니다.

image007.jpg 채플이 없어서 불편한 것은 미사 때만이 아닙니다. 본당의 여성 및 아동센터가 미션지역에서 주기적으로 주최하는 아동 보호 교육과 교리교육 시간 또한 장소 문제로 언제나 시간이 지연되거나 취소가 되곤 합니다. 겨우 찾은 세 평 남짓한 공간에서 30명이 넘는 아이들이 빽빽하게 앉아 있습니다. 이 좁은 공간에 이 많은 아이들이 어떻게 들어갈까 걱정하는 도중에 아이들은 하나 둘씩 자리를 차지합니다. 아무리 더운 날씨여도 공짜로 빌린 공간에서 선풍기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궁여지책으로 지역아줌마들이 종이를 가져와서 손으로 아이들에게 부채질을 해줍니다. 그 옆에서 저도 아이들을 위해 부채질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조용히 교육을 받고 있는 아이들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언젠가는 사팡깐콩에서도 신자들이 비가 와도 마음 편하게 미사에 참석할 수 있고 아이들이 좋은 환경에서 지역 행사를 참여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 드려봅니다

 

 

 

                              사팡깐콩에서 아동 보호 교육 중 ▶

 

 

 

두 번 삶의 터전을 잃은 그들: 몬탈반 수재민들

 

한국에서 올림픽의 함성이 높았던 8월 초부터 2주 동안 연이은 집중호우로 마닐라의 80%가 침수되고 근교 주요 도시 40곳 이상 침수되어 성당, 학교, 농구장 등에 500여 개의 수재민 대피소가 설치되었고 300만 명이 이재민이 되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지역은 수해 피해가 크진 않았지만 근교지역은 산사태가 나기도 하고 집이 쓸려가는 등 인명피해와 재산피해가 컸습니다. 필리핀에는 어려울 때 서로를 돕는 바야니한이라는 정신이 있는데, 이 정신에 따라서 수재민들을 위한 음식과 상비약, 기본적인 생활용품 등의 구호물품들이 제가 일하는 성 베드로 성당으로 배달되었고, 집에서 안 입는 옷이나 음식들을 기부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본당을 방문하였습니다. 저는 본당에서는 기부 받은 물품들을 다시 정리를 해서 노발리체스의 수재민 대피소에 전달하는 일을 본당 직원들과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하였습니다

image009.jpg 그렇게 정신 없이 일을 하던 중 몬탈반이라는 지역에 수해 피해가 크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최근 몇 달간 본당의 미션지역인 두팍스, 리와낙, 포옥델라파스에 사는 이들 중 150여 가구, 1000여 명의 삶의 터전이 환경미화를 위한 정부의 정책에 의해 철거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대중교통으로 1시간이나 걸리는 몬탈반이라는 곳으로 보내졌고, 몬탈반에서는 최근 연이은 집중호우로 성 베드로 성당의 신자들이었던 150여 가구가 새롭게 둥지를 튼 곳에서 수재민이 된 것입니다.  

 

                진흙에 잠겼던 가재도구들을

              씻어내고 있는 몬탈반의 수재민들 ▶

 

저는 상황파악과 구호물품 전달방법을 찾기 위해 바로 몬탈반으로 향했습니다. 이 상황에서 소외받는 이들이 누구일까라는 생각뿐이었기 때문입니다. 새롭게 이전된 곳에서 수재민이 된 사람들이 성당에서 나눠주는 구호물품의 수혜자가 될 가능성은 크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곳에서 수재민이 된 모든 사람들에게 구호물품을 전달할 수는 없더라도 적어도 얼마 전까지 같은 성당의 신자들을 위해서는 무언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image011.jpg 몬탈반의 상황은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심각했습니다. 집중호우 때, 이곳 사람들은 지붕 위에 올라가서 생명을 유지해야 했고, 삶의 모든 것이 쓸려가거나 진흙에 쌓여버렸습니다. 새벽 다섯 시에 집에 물이 찼기 때문에 무언가를 챙길 시간조차 없이 수재민들은 집 밖으로 빠져 나와야만 하는 급박한 상황이었다고 합니다  

 

◀ 과연 이 아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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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으로 뒤덮여버린 집과 거리 곳곳에서 쓸만한 가재도구를 찾는 사람들, 수도계량기나 철과 같이 돈이 될만한 물건들을 훔치는 사람들, 외부에서 온 나를 보면서 자신의 딱한 사정을 말하고는 돈을 요구하는 사람들이만큼 절박한 것이 그들에게 닥친 현실입니다. 이 현실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고 그것이 어디까지인가를 볼 수 있는 지혜를 하느님께 간절히 청하였습니다

 

 

image015.jpg 먼저 근처 성당으로 가서 본당신부를 만나서 어떻게 사람들에게 구호물품을 나눠줄 것인가에 대해 상의를 하였습니다.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성당 앞에서 많은 수재민들이 혹시나 자신의 차례가 오지 않을까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을 위한 구호물품은 제한적이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은 너무나 많았습니다. 배고픔에 지친 사람들에게 성 베드로 성당에서 온 150여 가구에게만 구호물품을 준다는 말은 통하지 않았습니다.

◀ 몬탈반에 있는 성당 주임신부님과

   구호물품 전달방법에 대해 논의하는 중

 

image017.jpg 다행히 근처 성당의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몰려드는 인파를 통제할 수 있었고, 아무런 사고 없이 일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철조망 밖에서 소리를 지르던 사람들, 자신에게도 음식을 달라고 울부짖는 이들은 보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었습니다. 실망하며 돌아가는 그들의 뒷모습이 쉽게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선교사로써 주어진 상황에서 느끼는 한계는 언제나 가슴이 아프고 힘든 일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구호물품을 나눠주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중에▶

 

이제 비는 멈추고 다시 더운 날씨가 돌아왔지만, 수재민들의 삶은 더욱 더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음식과 물이 턱없이 부족하고, 학생들은 학교로 돌아갈 수가 없습니다. 교과서와 교복이 모두 사라졌고, 학교에 갈 차비가 없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도 뎅기와 같은 각종 질병의 위험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진흙으로 가득 찬 집과 부서진 집들을 어떻게 수리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이런 상황이지만, 이들은 작은 구호물품 하나와 같이 자신들이 가질 수 있는 작은 것에 감사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삶을 이어날 갈 수 있도록 신자 여러분들의 많은 기도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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