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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12-09-11 10:06:33 댓글: '0' ,  조회 수: '6421'
***** 아래 글은 한국외방선교회에서 발행하는 2012년 가을호 「해돋이에서 해넘이까지」에 게재된 글입니다. *****

 

 

 

“평화가 아니라 칼을 주러 왔다” (마태 10,34)

 

 

김정혜 로베르타/성골롬반외방선교회 평신도 선교사

 

 

 

6월의 어느 화창한 일요일. 따까라쯔까(오사카와 코베 사이에 위치한 도시)행의 전차 안이 만원이다. 전차 내 방송이 경마장임을 알리자 사람들은 약속이나 한 듯 우르르…. 떠밀리다시피 내려 이메일로 알려준 대로 언덕길을 내려가니 햇볕에 번쩍이는 경마장 지붕이 눈부시다. 인파를 뚫고 편의점을 지나 드디어 다다른 작은 맨션. 4층 계단을 오른 후, 가벼운 노크와 함께 들어셨다. “콘니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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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낯선 이로부터 자기 소개서와 함께 「영화 “쉐나우의 생각”- 함께 보지 않을래요?」라는 제목의 메일을 받았다. 멤버로 가입해 있는 환경 관련 그룹을 통해 온 것이었다. 자택에서 하는 쁘띠 상영회에의 초대. 영화보다 쁘띠 상영회라는 참신한 기획과 그녀가 참여하고 있다는 작은 수력발전이라는 모임에 관심이 끌려 신청메일을 보냈었다.

 

젊은 신혼부부의 아담한 아파트. 2시 예정의 영화상영까지는 아직 20여분의 여유. 얼음을 띄운 차와 부채로 더위를 식히며 주의를 둘러본다. 한 눈에 들어오는 나지막한 지붕들과 그 위에 펼쳐진 푸른 하늘이 오는 길에 시달렸던 마음을 확 트이게 한다.
상영회를 위해, 나무 바닥의 거실과 다다미방 사이의 네 쪽짜리 문을 떼어내고, 2인용 소파와 몇 개의 의자, 방석, 프로젝터를 준비한 상태. 중앙의 나지막한 상 위에는 큼직한 꽃과 푸른 잎을 물에 띄워 낸 투박한 도자기가 시원스레 얹혀져 있다. 하나 둘 모여드는 이들. 그리고 초대한 이의 짧은 인사. 바람에 펄럭이는 커튼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한낮의 하얀 햇살과 열심히 움직이는 선풍기의 바람 속에 정원 7명의 쁘띠 상영회가 시작되었다.

 

독일 남서부에 있는 작은 마을 ‘쉐나우’에서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원전에 의지해 온 삶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자연 에너지 사회를 아이들에게’라는 생각으로 시작한 작은 시민 그룹의,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시민의 전력공급회사를 만들기까지의 과정 및 현재의 모습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1시간 40여 분 간의 영화가 끝난 후 간단한 다과와 함께 나눔의 시간.
새로운 에너지 정책에 관심을 갖고 모인 이들. 그곳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방사능 오염지로부터 피난 온 이도 있었다. 방사능 물질에 대한 두려움과 정부에 대한 불신, 오염된 식품에 대한 불안을 이야기하는 그에게 있어 미래를 이야기하는 것은 아직 일러 보였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많은 시민들이 원자력 발전에 의지해 온 삶에 대한 회의와 함께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찾아 관련 모임을 갖고 있다. 원전에 반대하는 데모, 원전에 대한 강의, 재생 가능한 에너지에 대한 강연, 에너지의 자급자족… 등. 쁘띠 상영회는 그러한 시민운동의 일환이었다.

 

시민들이 소리를 모아 원자력 발전에 의한 에너지 정책에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오오이(후쿠이 현에 있음) 원자력 발전소의 재가동을 결정했다. 방사능 물질에 대한 불안과 피해 속에 살아가고 있는 국민들에게 노다 수상은 “국민을 위해 원전을 가동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국민을 위해 국민을 원전의 두려움 속에 몰아 넣는 것이다.
반 원전시위 중의 한 여성은 어느 인터뷰에서 “내가 어릴 때 어머니에게 왜 항전시위를 하지 않았냐고 말했던 것을 기억한다. 원전 사고 이후 아들에게 피난가자고 했지만 아들은 이럴 때일수록 정부를 믿어야 한다고 말했었다. 그러한 아들의 믿음을 정부는 저버렸다”고 했다. 재가동된 오오이 원전. 여론에 귀 기울이지 않는 정부. 무시당하는 느낌 속에서도 시민들은 이번 주 금요일 저녁에도 6시가 되면 아이들 손을 잡고, 각자 적은 구호를 들고 원전 반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외치며 정해진 장소에 설 것이다.
탈원전, 재생 가능한 에너지 사회로의 전환을 위해 일본열도는 지금 탈바꿈의 고통 속에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조용히 충실하게 자신의 몫을 다하고 있는 일본시민의 저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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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혜 선교사는 2004년 일본에 파견되어 현재는 일본 오사카에서 평신도 선교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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