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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18-02-05 13:25:54 댓글: '0' ,  조회 수: '1406'

**이 글은 빛두레 제1361호(1월 26일 발행) 특별기획 '밖의 눈으로 안을 보다" 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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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의 집



함편익 페드릭(Patrick Cunningham)신부/

성골롬반외방선교

(평신도선교사, JPIC 담당)



원조 비행 선수


질랜드에서 여름의 끝자락에 다다를 무렵인 매년 3월경이 되면 커다란 무리의 새들이 번식지로 떠날 채비를 한다.  그런 이동이 지극히 정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놀랍다. 뉴질랜드 곳곳의 하구와 항구에 있는 갯벌에서 먹이를 찾느라 여름을 보내는 새들은 사실 알래스카 서부로 돌아가기 위한 여정, 총 20,000킬로미터 넘게 이동하는 그 중대한 여정을 대비하는 것이다.

뉴질랜드에서 출발한 이 도요새들은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경로를 따라 10,200킬로미터를 쉬지 않고 날아가 한반도의 서해안에 형성된 갯벌에 이른다. 그곳에서휴식을 취하고 먹이를 보충한 새들은 알래스카를 향해 다시 5,000킬로미터를 더 날아간다. 알래스카에서 뉴질랜드로 갈 때는 동아시아 해안을 따라 이동하는 대신 밤낮을 가리지 않고 드넓은 태평양을 쉼 없이 가로지르는 11,000킬로미터의 여정에 나서는데, 이때 새들은 시속 80ㅏ 킬로미터의 평균속도로 이동한다. 이 놀라운 새들은 바로 뉴질랜드에서 구아카(Kuaka)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큰뒷부리도요새다.


불행히도 이 이야기가 선사하는 즐거움은 여기가 끝이다. 지난 20년간 큰뒷부리도요새의 개체 수는 대폭 감소했다. 번식지의 질이 저하되고 휴식지가 줄어듦에 따라 1990년대 중반까지 155,000마리였던 개체 수는 오늘날 겨우 70,000마리까지 줄어들었다. 그러니까 이 새들은 지속된 갯벌파괴로 인해 발생한 피해자들이며, 이런 생태학적범죄의 명백한 예가 바로 소위 새만금의 “개발”이다. 33킬로미터 길이의 방파제설치와 400제곱킬로미터 면적의 갯벌배수를 동반한 새만금사업은 큰뒷부리도요새의 위대한 이동을 지탱하는데 결정적인 도움이 되어온 휴식지를 파괴한 것이다.

이쯤에서 큰뒷부리도요새와 그들의 놀라운 여정에 관해 한번쯤 묵상해볼 만하다. 큰뒷부리도요새들은 태곳적부터 뉴질랜드에서 번식지인 알래스카서부로 돌아가는 여정에 임해왔다. 그러니까 비행기가 출현하기 한참 전부터 이미 한국과 뉴질랜드 간의 직항비행이 이뤄지고 있었고 인천은 국제적인 거점지로 활용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구아카가 오늘날 겪는 역경은 모든 것이 미묘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뜻밖의 암시이자 인간의 자만심이 끼치는 피해를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슬픈 사례인 셈이다.



선교를 위한 나의 여정


이곳 한국에서 선교하는 특권을 누리며 나는 우리의 “공동의집”(common home)을 발견할 너무나 멋 진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공동의집”이란 프란치스 코 교황님께서 발표하신 “찬미받으소서”(Laudato Si)회칙의 부제에 삽입된 인상적인 문구로서 지금에 와서 더 깊이 생각해 보건데 “모든 것이 서로 연관되 어있는” (everything is related) 가운데 “멋진 순 례”(wonderful pilgrimage)에 임하는 “보편적 친 교”(universal communion)와 밀접한 관련이 있 다. 선교란 새로운 보편적 친교를 탄생시키는 게 아 니라 기존의 보편적 친교를 육성하고 해방시키는 것 이다. 선교를 이런 시각으로 바라보면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교령 중 자주 언급되는 “순례하는 교회는 그 본성상 선교하는 교회다”라는 문구에 새로운 차원이 부여된다(만민에게(Ad Gentes) 2항 참조).

이런 맥락에서 선교자란 만물이 건강하게 살 수 있 도록 우리의 공동의 집에 있는 다양한 방들의 문을 열어두는 “문지기”와 같은 역할이 아닐까하는 생각 이 들기 시작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찬미받 으소서”를 집필하게 된 연유를 밝히시면서 우리의 공 동의 집의 일신이 선교와 연관되어 있음을 암시하셨 다. “이제 우리가 세계적인 환경악화에 당면하였기에 저는 이 지구에 살고 있는 이를 대상으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교회의 모든 구성원에게 지속적인 선 교쇄신을 촉구하고자 교황권고 ‘복음의 기쁨’을 썼습 니다. 이제 특별히 우리의 공동의 집에 관하여 모든 이와 대화를 나누고자 이 회칙을 씁니다(찬미받으소 서 3항 참조).”


교회의 입장에서 보자면 광범위한 종교적 선택지들 가운데 또 하나의 선택지, 가령 가톨릭이라는 선택지 를 주창하는 게 중요치 않다는 것을 나는 깨닫게 되 었다. 요즘 같아서는 “우리교회”, “한국교회”, 심지어 “가톨릭”이라는 문구조차 주의를 산만하게 만들 뿐이 다. 이런 문구들이 자만심을 표출하는데 이용되면 하 나의 집단을 배타성의 노예로 만들어버린다. 우리 모 습과 닮은 보편적 친교를 재정의하는 데 있어 이런 문구들은 우리의 공동의 집을 무너뜨리고 있는 우상 숭배와 자만심을 드러내는 언어적 단서가 되기도 한 다. 나 역시 선교라는 순례에 임하면서 자만심(대체 로 나의 자만심)에 관해 많이 깨닫게 되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특정한 것으로부터 벗어나 보편적인 것을 바라보는 게 시급하다. 다시 말해 기 후변화를 야기하고 생물권을 완전히 파괴시키는 우리 의 집단적자만심을 우리는 인정하고 회개해야 한다. 구원이라는 미명하에 교회라는 울타리 뒤에 숨어서 특정의식이나 기도의 효험에 의존하는 호사를 우리는 더 이상 누릴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예수님께서는 팔복 중에 슬퍼하는 자는 위로받으리 라 장담하셨을 뿐만 아니라 터무니없게도 온유한 자 는 땅을 물려받으리라 굳게 약속하셨다(마태오복음 5장 4-5절). 오늘날 교회를 다니는 사람이라면 슬퍼 할 일이 많을 텐데 우리가 사도신경과 하느님께서 천 지의 창조주라는 사도신경의 단언을 진지하게 받아들 인다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통탄의 시작점이 될 만 한 곳이 있다면 바로 새만금에서 행해진 생태학적범 죄를 솔직하게 평가하는 것이다. 이미 늦었을지도 모 르지만 우리를 구 할 수 있는 것은 새로운 기술이나 새로워진 정치 혹은 색다른 경제적 여건이 아님을 깨 달아야한다. 우리에게 시급하고 필요한건 우리의 종 교적 세계관을 전면적으로 다시 쓰는 일이다. 우리들 의 구원은(혹은 땅을 물려받음은) 살아있는 모든 것 들이 “영원한 삶”의 일부라는 확고한 인식에 달려있 으며 그 시작이 우리를 품어주는 생태계의 다양성을 육성하는데 있음을 우리는 이해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큰뒷부리도요새들이 살아야 가톨릭교도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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