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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12-02-01 16:48:01 댓글: '0' ,  조회 수: '6538'
*** 아래 기사는 월간지 「생활성서」 2012년 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



어린아이처럼 믿고 맡기기


박정호_성 골롬반외방선교회 평신도 선교사로 2008년부터 칠레에서 아내 김규희 선교사와 함께 청소년·가정 사목을 하고 있다.



결국은 입원을 하고야 말았다. 두 돌도 채 되지 않은 녀석이 말끝마다 ‘싫어’, ‘아니’를 입에 달고 다니더니, 내 그리 될 줄 알았다. ‘그리 될 줄 알았으면 미리 조심을 시켰어야지.’라고 누군가 얘기한다면, 이제 막 싹트기 시작한 한 인간으로서의 자의식과 드넓은 세계로의 호기심을 꺾고 싶지 않았음을 변명할 것이다. 육아서적에서는 한 대 쥐어박고 싶은 이 얄미운 녀석을 이렇게 고상하게 이해하는 것이 훌륭한 부모가 되는 길이라고 조언한다. 각설하고, 번번이 말리고 야단을 치는데도 불구하고 자연을 벗 삼아 열심히 뛰어 다니며 고양이, 비둘기 친구들과 사이좋게 구정물을 나누어 마시더니 급기야 열이 40도까지 올라 입원을 하고 만 것이다.

아이를 낳기 전, 베로니카와 함께 참가했던 ‘부모교육’에서 선생님은 이런 말을 했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아주 가끔씩 애를 창밖으로 집어 던지고 싶은 욕구가 일어날 텐데, 모든 부모들이 겪는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이니 너무 자책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예비 아빠와 산모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에서 이런 과격한 농담을 하는 그들을 보며 약간의 문화충격을 받으면서도, 스스로는 준비된 아버지라 여기며 자신만만했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2년여, 아직 한 번도 아이를 창밖으로 집어던진 적도, 앞으로 그럴 계획도 없지만 그때의 그 농담을 이제는 내가 다른 이들에게 푸념처럼 내뱉는 지경에 이르렀다.

아무튼 다행히도 별 탈 없이 열이 내려 사흘 후 퇴원을 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무시무시한 의사선생님과 주사바늘에 그렇게 호되게 당했으면 이젠 세상의 무서움을 조금 느꼈을 법도 한데, 어떻게 된 것이 녀석의 호연지기는 여전히 변함이 없다. 오히려 옆에서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이 더 소심해져서는 사소한 움직임 하나에도 야단을 치며 달려가고, 어르고 달래고 하다 ‘사랑의 매’가 등장하는 시기가 점점 빨라져 가고 있을 뿐이다. 도대체 이 녀석은 뭘 믿고 이렇게 용감한 것인지. 그러나, 호되게 야단을 칠 때는 의기소침한 표정으로 멍하게 있다가도 용서를 하고 안아 주면 언제 그랬냐는 듯 품에 안겨 쫑알쫑알 자기만의 수다를 쏟아내는 녀석의 뒤끝 없는 그 성격만큼은 참 부럽다.


news_20120201.jpg


선교사로 남미 땅에 온 지 3년이 지났다. 처음에는 설레고 벅찼다. 선교사로 산다는 것. 평신도로서 예수님의 가르침을 일상 안에서 실천할 수 있는 참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사랑, 평화, 인내, 용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으면 꿈꾸는 것조차 사치가 되어 버렸을 이런 좋은 가치들을 매일의 삶 안에서 성찰할 수 있고 또 그것에 집중해서 살아갈 수 있다는 것, 삶의 지평을 넓히고 나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다는 것은 정말이지 너무나 좋은 몫이지 않은가 말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선교사의 삶이 그다지 특별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니, 사실은 그 삶이 특별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선교사가 된 내가 특별한 사람인 양 착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들을 만나고 관계를 맺고 함께 일을 하게 되면서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이 생겼다. 갈등이 생기고 다툼도 생겼다. 어떤 이는 만나면 얼굴은 웃으면서도 속은 찡그렸다. 또 어떤이는 일부러 만나지 않으려 노력하기도 하였다. 선교사로서 누군가를 미워해야 한다는 것은 부끄럽고도 힘든 일이었다.

결국 나는 변한 게 없었다. 사는 곳과 나를 부르는 이름이 바뀌었을 뿐, 나는 여전히 하느님의 가치가 아니라 인간의 가치를 추구하며 살고 있었다. 선교사로서의 내 모습에 스스로 절망하였다. 세상에 분노하였고 극심한 외로움에 몸서리치곤 하였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실망을 하고, 더 이상 상처받지 않기 위해 인간에 대한 신뢰를 스스로 끊어나가던 시간들이었다. 결국에는 나를 이 길로 이끌었던 그분에 대한 신뢰까지 무너지고, 나를 방어한다는 명분으로 스스로 주위에 둘러친 그 불신의 벽은 역으로 나를 극심한 외로움과 어둠 속으로 몰아넣었다. 물 위를 유유히 걸어오신 그분처럼 나도 내 힘으로 물위를 걸을 수 있으리라는 오만으로 가득 차 용감하게 배에서 내려 몇 발짝을 걷다 이내 시커먼 파도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던, 나는 바로 그 베드로였다.

두 번째 임기를 위해 칠레에 돌아온 지 또 두 달이 지났다. 새로운 사목지에서 보금자리를 마련하였고, 여전히 필요한 부분들을 조금씩 채워가고 있는 중이다. 나와 베로니카는 아직 정리되지 않은 이삿짐들처럼 어수선하기만 한데, 시우는 벌써 많은 이웃들을 사귀고 골목의 유명인사가 되었다. 역시나 아이들에게 언어의 장벽 따위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새로 오신 아기 예수님과 날이 갈수록 개구져만 가는 아들 녀석을 보며 어린아이들의 믿음을 되새겨 본다. 나의 부족함과 아버지의 크심을 인정하고 그분께 모든 것을 내맡길 줄 아는 아이들의 순수한 믿음이 부럽다. 그것은 내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그분께서 나를 믿고 지켜보아 주실 것이라는 믿음이며 나에게 주시는 쓰디쓴 약이 나를 더욱 강건하게 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다. 때로는 무섭게 나를 질책하고 혼을 내실지라도 바로 그 팔로 곧 다시 품어 안아 주실 것이라는 믿음이다.

한때 마음으로 미워했던 이들과 아직도 마음을 열지 못하는 이들을 생각하며 희망을 품어 본다. 지금은 비록 나의 됨됨이가 부족하여 그들 모두를 내 마음에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언젠가는 그분의 크신 자비와 용서 안에서 다시 하나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과 그 모든 것들을 그분 원하시는 때에 이끌어 주시리라는 믿음을 마음 한구석에 간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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