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동네 한 바퀴 한 번 돌아보세요

2013-09-25T10:40:52+09:00

작성자: 관리자등록일: 2013-09-25 10:40:50  조회 수: ‘5281’

*** 아래 기사는  2013년 9월 17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 

 

동네 한 바퀴 한 번 돌아보세요

대한문 미사(9월 16일) 남승원 신부 강론

 

 

 

 

 2013년 시작된 대한문 앞 매일미사가 길었던 장마와 무더웠던 여름을 지내고 이제는 제법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가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이번 주는 민족의 명절인 한가위 추석이 있는 주간이라 온 나라가 명절 준비로 바쁜 마음으로 지낼 것 같습니다. 우리는 대다수의 시민들처럼 추석명절을 앞둔 기쁜 마음이 아닌 지난 4년간 외롭게 투쟁해 왔고 단식투쟁 중에 있는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 함께 하시는 많은 분들과 착잡한 심정으로 와 있습니다. 하지만 이 찹찹한 심정은 절망과 포기가 아니라 희망이라는 싹을 틔우기 위한 산고임을 알기에 오늘도 이 자리에 모여 함께 기도하고, 서로를 바라보고, 인지하고 함께 공존해야 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10610_26132_1147.jpg저는 선교사제입니다. 한번은 2003년 남미 페루의 수도인 리마의 한 식당에서 선교사의 삶을 꿈꾸며 지구 건너편 페루에 도착한 분과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분은 저에게“저는 103위 순교성인성녀들의 순교영성을 남미에 심고자 왔습니다.”라고 열정적으로 이야기하셨습니다. 저는 그 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남미에 선교사로 오는 사람들이 남미 원주민들 그것도 페루 잉카인들이 군대와 자본 그리고 종교를 앞세운 스페인 식민지시기에 어떻게 비참한 삶을 살아왔는지 그래서 지금도 대다수가 세 끼니를 걱정하는 가난 속에 살고 있음을 알고 있다면 순교의 삶이라는 표현을 그렇게 쉽게 이야기 하지 못했을텐데, 남미사람들은 게으르고 놀고 마시는데에 열중하기에 가난한거라고 쉽게 이야기하지 않을텐데…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물론 저는 그 분이 가지고 있는 103위 성인의 순교 영성을 왜곡할 마음이 추호도 없습니다. 하지만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고 그래서 지금은 어떻고, 또 내가 어디에 누구와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에 대한 성찰이 부족할 때 생길 수 있는 일방적인 선교나 활동의 위험성을 여러분들께 이야기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마치 일제식민지가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끼친 긍정적인 영향이라는 일방적인 관점으로 식민지역사를 미화하는 일제의 우편향이라고 말하기에도 부끄러울 것 같은 교과서보다도 더 형편없는 내용의 교과서를 만들면서 궤변을 일삼는 일련의 대한민국의 역사학자들과도 같은 태도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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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은 순교자 성월입니다. 순교자 성월은 단순히‘죽음과 그 고통’만을 기념하고 기억하고 슬퍼하며 거기에만 머무르는 성월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의 죽음을 미화하거나 합리화하는 시기도 분명히 아닙니다.‘죽음과 고통’의 의미를 성찰하며 ‘죽음’의 원인을 인식하고 동시에 고통이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가 오늘은 또 내일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고 때로는 한 숨도 쉬지만 우리가 성찰한 것을 실천하고자 하느님 안에서 약속하는 성월입니다.

저는 선교사의 삶을 지향하려는 신학생들과 지원사제 신부님들 그리고 수녀님과 수사님들께 늘‘동네 한바퀴’를 해보실 것을 권합니다. ‘다같이 돌자 동네 한바퀴’라는 동요 아시지요? 선교사로 남미에 가서 산책하듯이 동네 한 바퀴를 도는 것이 쉬울 것 같지요? 어떨까요?

한국에서 신부님들 수녀님들, 수사님들 인사이동으로 새 임지에 가셨을 때 같은 문화 같은 인종,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한국인데도 새로운 곳에 가서는 아무리 공식적인 상견례가 있어도 바로 동네 한 바퀴 돌기가 쉬운 일은 아닐 겁니다. 심지어 지구 반대편에 가서 자기의 방 문을 나와 사제관이나 수녀원 공동체 집을 나와 동네 한 바퀴 도는 것은 생각보다 큰 용기를 요하는 일입니다. 하지만 처음에 용기를 내어 한 바퀴 휙 돌고 돌아오던 동네 한 바퀴가 매일 매일 반복 할수록 어느새 인사를 주고받는 사람도 생기고 잘 늘지 않는 스페인어이지만 서로의 안부를 묻고, 언어가 다르지만 정성된 마음으로 서로에게 기도를 청하고, 관심어린 마음으로 서로의 방문을 청하는 관계가 되면 이제 동네 한 바퀴는 한 바퀴 휙 도는 이삼십 분이 아닌 사람들과 만나는 소중한 시간이 되어갑니다. 그러고는 말하겠지요 아! 내가 이 사람들 안에 살고 있구나….. 반대로 그렇게 되지 못하면 주어진 미사만 드리고, 주어진 의료봉사, 치료만을 하고 사제관과 수녀원 공동체 집에만 머물면서 자기가 만든 보이지 않는 울타리 안에서만 살다가 마음 한구석 무거운 마음을 지닌 채 한국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사람들 안에 산다는 것이 이렇게도 힘든 일입니다.

10610_26134_1148.jpg 오늘 복음에 나오는 백인대장은 비록 이교도였고 침략자였음에도 이스라엘 민족들 안에 함께 살고 있던 사람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기에 이스라엘 사람들을 위한 회당까지도 지어주었고 더구나 자기의 종이 병들어 죽게 될 처지가 되자, 식민주의와 자본주의적 입장에서 보면 종으로서 값어치가 없어졌음에도 그를 저버리지 않고 어떻게 하면 그를 살릴 수 있을까 유다인의 원로들을 통해 자기 종을 살려달라고 예수님께 청한 사람입니다. 더군다나 백인대장은 예수님께서 그의 집에 도착하시기도 전에 이렇게 전합니다. “주님, 수고하실 것 없습니다. 저는 주님을 제 지붕 아래로 모실 자격이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주님을 찾아뵙기에도 합당하지 않다고 여겼습니다. 그저 말씀만 하시어 제 종이 낫게 해 주십시오.”

로마식민지 시대에 백인대장과 종의 신분이지만 서로의 소중한 관계를 유지하는 모습과 이교도의 신분이지만 예수님을 존중하는 모습에서 겸손함과 이 세상에서 함께 살아가는 삶 안에서 생겨나는 소중한 관계성을 보게 됩니다.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 자연과 사람과의 관계, 창조물과 창조물의 관계, 창조주와 창조물의 관계 너무나 소중한 관계입니다.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살아가는 중에 우리가 잃어버리고 있는 소중한 관계입니다.

오늘도 이곳 대한문 앞 미사에 참여한 우리 모두는 162차 대한문 앞 미사를 통해 마음을 모아 정규직 2641명과 비정규직 350명까지 약 3천명의 노동자들이 회사측의 회계조작으로 인해 부당하게 해고되었기에 쌍용자동차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모든 해고노동자들이 원하는 데로 하루라도 빨리 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날이 오도록, 단식투쟁 중인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 용산참사 유가족들, 강정마을 주민들, 밀양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일상의 생활로 돌아가 일상적인 삶을 살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심지어 4년 전 2646명을 한 번에 해고한 쌍용 자동차 임직원들, 4년 전 평택 공장 옥상에서 전쟁터에서처럼 노동자들을 폭행했던 경찰들, 분향소를 침탈하라고 결정하고 침탈한 구청장과 공무원들, 정치인들이 만든 교만함의 꽃무덤을 지키며 당당하게 불법채증하고 불법검문하고 시내 곳곳에 공회전하는 경찰버스를 주차해 놓은 경찰들, 그리고 불법 선거에 공권력을 악용한 사람들…국민을 섬겨야 할 많은 이 모든 사람들이 본인들의 일상생활로 본연의 업무로 돌아가고 불법을 저지른 사람들은 법적인 댓가를 받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있습니다.

대한문 앞 미사에 함께 하시는 수녀님들, 수사님들, 신자분들, 시민들이 함께 마음을 모아 앞으로도 끊임없이 기도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교황 요한 23세는 평화는 오류와 타협할 수 없고 불의에 대해 양보할 수도 없다고 강조하셨습니다. 그리고 불의 앞의 수동적 침묵이나 잔인한 폭력 앞의 굴종이 순수한 평화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지난 이명박정권과 현재 박근혜 행정부에서 벌어진 모든 부당한 상황에 침묵했던 우리들이기에 지금이라도 무관심과 이기심과 두려움의 침묵을 깨고 사람들 안에 살아가는 체험을 하며 함께 기도하고 행동해야 하겠습니다. 단식 7일째인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을 위해서 계속해서 기도해 주시고 함께 연대해 주시기 바랍니다.

 

남승원 신부 (토마스 아퀴나스)
성 골롬반 외방 선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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