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평화신문] 이주민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 꿈꾸며_장은열 선교사

장은열(골룸바, 골롬반 평신도 선교사)


출처: 가톨릭평화신문 2021.05.23 발행(1614호)_기사 원문 읽기(클릭)

다문화 가족들을 방문하면서 알게 된 파티마에게서 어느 날 전화가 왔다. “언니 ‘맛이 쓰다’라는 것을 한국말로 어떻게 말해요?” 그녀가 기억하기 쉽게 필리핀식 표현과 연결해서 말해주었다. 몇 번의 가정방문을 통해 그와 그의 가족들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면서 전화나 문자를 통해 서로의 안부를 묻는 관계가 되었다.

파티마는 이주민 사목센센터에서 만난 필리핀 여성이다. 결혼중개인을 통해 지금의 한국인 남편을 만나 결혼하고 두 자녀를 두고 있는데 아직 한국말이 서툴러서 의사소통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 몇 년 전부터 지병으로 거동이 불편했던 그녀의 남편은 현재 요양원에 있다고 한다. 집안의 가장이 된 파티마는 부업을 하며 생계를 꾸리고 아이들을 돌보면서 생활하고 있다. 내가 만난 대부분의 다문화 가족 이주민 여성은 파티마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가난 때문에 더 나은 삶을 찾아 한국인과 결혼해 살고 있지만, 남편에게 자주 듣는 폭력적인 언어로 자존감이 낮아질 수밖에 없는 그들은 그렇게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가난해도 가족이 있고 이웃이 있어 늘 밝은 미소를 잃지 않던 필리핀에서의 그들의 삶을 알기에 마음이 아프고 안타까웠다.

이주민 사목에 관심을 갖고 일하게 된 것은 건강상의 이유였다. 더는 해외선교활동을 할 수 없기에 이곳에서라도 이주민들과 함께하는 일을 하고 싶었고, 또한 나 역시 다른 문화 속에서 이주민의 삶을 경험했기에 이주민 사목을 통해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었다. 그것은 내가 선교사로 살면서 받았던 환대와 사랑에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기도 하다.

이주민센터에서는 이주민 노동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내가 방문하는 이주민 여성들은 이주민 공동체 안에서도 소외된 삶을 살고 있다. 대부분 공장에서 일하거나 부업에 종사하고 가족을 돌봐야 하기에 자신을 돌볼 수 있는 여유가 없다. 그들과 함께하며 그들을 격려하려고 하지만 오히려 그들의 따뜻한 마음에 내가 위로를 받기도 한다. 이주민들이 공동체에서 소외되지 않고 편견과 차별 없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 하루빨리 오길 기도한다.

장은열 (골룸바, 골롬반 평신도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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