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비타꼰] 성골롬반외방선교회 민디오니시오 신부(下)

2013-01-30T11:32:53+09:00

작성자: 관리자등록일: 2013-01-30 11:32:14  조회 수: ‘6694’

*** 아래 기사는 2013년 2월호 「가톨릭 비타꼰」 에 게재된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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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선교사에 대한 기억
성골롬반외방선교회 민디오니시오 신부(下)
 

 

지난해 12월,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어느 날이었습니다. 영하 15℃의 맹추위가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아침 7시를 조금 넘긴 시간. 민 디오니시오(성골롬반외방선교회) 신부는 이날도 명동 성당에 갈 채비로 바빴습니다. 외국어 미사를 주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신부님은 이렇게 매 주일 명동성당에 갑니다.

 

 

미사에 앞서서는 영어로 고해성사도 주어야 합니다. 명동성당에 도착해 고해성사실로 들어서니 이미 많은 외국인들이 민 신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생활하는 외국인 신자들이 얼마나 외롭겠어요. 영어로 고해성사를 많이 하고 싶었을 테고….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것 자체가 기쁜 일이지요.”
민 신부가 고해성사를 마치고 성전에 들어서니 1000명 가까운 외국인들이 성당안에 가득했습니다. 매주 25개 국가에서 온 외국인들이 명동성당 주일 외국어 미사에 참석한다고 합니다. 민 신부는 외국어 미사를 21년 째 주례해 오고 있습니다. 몸이 아프거나 급한 일이 생기지 않으면 빠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주일 외국어 미사가 약 40분 정도 이어졌습니다. 미사에 참례한 외국인 신자와 미사를 주례한 외국인 신부. 외국인들이 한국 가톨릭의 심장 명동성당에서 영어로 하느님을 찬미하고 있는 장면을 보니 어색하면서도 신기할 따름입니다.
미사가 끝나고 민 신부가 성전 밖으로 나왔습니다. 21년 동안 매주 외국어 미사를 주례하는 일이 어찌 쉬운 일이었을까요. 헌데 민 신부는 “외국인 신부로서 한국에서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이 뿌듯하다”며 “오히려 내가 더 많이 배우는 시간”이라고 말합니다. 봉사하고 헌신하는 선교사 사제로 살아온, 참 한결같은 모습입니다.
민 신부 주위에 신자들이 몰렸습니다. 마음과 몸에 배려가 가득 담긴 그는 어디를 가도 인기가 많습니다. 외국인 신자들이 민 신부에게 안부를 전하자 민 신부도 환하게 웃으며 답합니다. 한 할머니는 민 신부의 손을 잡고 놓아주질 않았습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라며 민 신부 손에 정성들여 포장한 선물을 쥐어줍니다. 칼바람이 불고 있었지만 어느새 따듯한 정이 추위마저도 녹게 하는 듯했습니다. 신자들의 따뜻한 정이야말로 민 신부가 44년째 한국에서 선교사로서 살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나 봅니다.
“보세요. 전 오늘도 또 받기만 합니다. 한국 신자들의 정. 정말 따뜻합니다.”
선물을 받은 민 신부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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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년 동안 한국에서 살아온 민 디오니시오 신부. 그에게 한국이란 나라는 어떤 곳일까요. “제가 한국에 처음 왔던 때가 떠오릅니다. 1969년 10월 이었어요. 한국, 정말 가난한 나라였습니다. 그런데 이제 많은 사람들이 잘 살고 있습니다. 한국인들이 밝게 웃고 잘사는 모습을 볼 때면 선교하러 온 사제 입장에서 뿌듯한 마음이 듭니다.”
민 신부는 “이제 한국은 제2의 고향”이라고 말합니다. 못 먹는 한국 음식도 없고 한국어도 유창해졌습니다. 그는 “고향 한국에서 계속 지내고 싶다.”고 했습니다. 고향 아일랜드에 형제들이 모두 살아있지만 건강이 허락하는 한 한국에서 살다 묻히고 싶다고 합니다.
“그동안 살아온 것처럼 한국인들과 함께 웃으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전 한국이 좋습니다. 그리고 한국인을 사랑합니다.”
민 신부가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다시 말했습니다.
“아! 한국 다 좋은 데 한 가지 마음에 들지 않는 게 있어요. 한국의 병원에서 환자들에게 번호표를 나눠주잖아요. 그리고 ‘1004번 환자님’이라고 불러요. 전 민디오니시오라는 이름이 있는데 왜 번호를 부르나요. 전 번호표가 아닙니다. 허허.”
그가 한 수녀회에 주일미사 주례를 해줘야 한다며 떠냘 채비를 서둘렀습니다. 그곳에서도 10년 넘게 주일미사를 주례하고 있다고 합니다. 명동성당을 떠나는 그의 손에는 신자들이 준 선물이 쥐어져 있었습니다. 미사를 위해 총총히 걸음을 옮기는 그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문득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이 떠올랐습니다.

 

 

 

 

글_사진 권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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