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신문] 일제 … 6‧25 … 광주 … 격동의 역사 속 한국교회 벗으로 80년

2013-11-06T11:42:03+09:00

작성자: 관리자등록일: 2013-11-06 11:42:09  조회 수: ‘5247’

*** 아래 기사는 2013년 10월 27일 「가톨릭신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 

 

일제… 6‧25… 광주… 격동의 역사 속 한국교회 벗으로 80년

그리스도의 나그네, ‘성골롬반외방선교회’의 아름다운 선교 기행

 

 

 

골롬반 성인은 성경말씀을 따라 부모와 고향을 떠나 12명의 동료와 함게 배를 타고 목적지도 없이 하느님이 인도하시는 길로 떠났다. ‘그리스도를 위한 나그네’가 되기로 결심한 성인은 유럽 전 지역을 다니며 다양한 문화 안에서 복음을 선포했다. 골롬반 성인이 시작한 그리스도의 나그네 여정은 성골롬반외방선교회에 의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 진출 80주년을 맞은 성골롬반외방선교회가 한국에서 걸어간 여정을 따라가 본다.

 

 

 

∎그리스도의 나그네

 

1933년 10월 29일, 파란 눈의 선교사 10명이 부산항에 도착했다. 일제 식민지하에 있던 한국은 그들에게 낯설고도 낯선 곳이었다. 하지만 ‘그리스도의 나그네’로 살았던 성 골롬반의 정신을 따르는 선교사들은 한국의 문화를 인정하고 신자들 사이로 깊숙이 파고들었다. 전라남도 감목 대리구 초대 감목대리 맥폴린 신부가 동료 선교사제들에게 “한국 신부들과 함께 지내며 한국어를 배우고 선교활동을 하라”며 당부한 편지에서도 성골롬반외방선교회의 선교정신이 그대로 들어난다.

시간이 흐를수록 다른 지역에서도 사목을 할 필요성을 느낀 선교회는 서울을 비롯 춘천, 원주, 인천, 수원, 안동, 부산교구 등에서 활동했으며, 전국에서 신설한 본당만 127개다. 현재 선교회가 관할하고 있는 제주교구 금악본당을 제외하고는 모두 교구에 기증했지만, 선교회가 한국교회의 성장에 큰 영향을 미쳤음을 확인할 수 있다.

선교회의 나그네 여정은 본당에만 머물지 않았다. 농촌개발사목과 교리교육, 매스컴사목, 병원사목, 도시빈민사목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골롬반 성인의 정신은 실현됐다. 원요한 신부가 1953년 도입한 레지오 마리애는 한국교회의 중요한 신심단체로 자리매김했다. 1985년부터는 한국인 회원을 양성했고, 평신도 선교사를 필리핀에 파견하며 언제나 새로운 선교영역에 도전해 오고 있다.

한국에서의 80년 동안 활동했거나 활동중인 선교회 신부들은 총 266명. 그중 100여명이 선종했고, 23명의 골롬반 사제들이 한국에 묻혔다. 뼈 속까지 선교사로 살아간 이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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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33년 10월 29일 한국에 처음 도착한 골롬반 회원 10명이 당시 대구대목구장 드망즈 주교와 함께 했다. 이들은 대구 유스티노 신학교에서 한국말 공부를 마치고 전라남도로 파견됐다.

 

 

 

 

∎ 또한 가난한 이와 함께

 

맥폴린 신부는 동료 사제들에게 “정치인들과 협상하지 마라. 묻지도 말고 법을 따르라”고 조언했다. 불의에 협력하지 말고 법을 따르며 정의를 구현하라는 의미다. 성골롬반외방선교회 신부들은 맥폴린 신부의 말처럼 정의를 위해 노력해왔다. 일제 강점기에는 손 바드리시오, 서 아우스티노, 나 토마스 신부가 제주도에서 항일운동을 하다 체포됐으며, 한국전쟁 중에는 7명의 순교자가 선교회에서 나왔다. 현재 광주대교구와 춘천교구에서 이들 순교자의 시복을 추진하고 있다.

전쟁직후에는 제주도에서 빈곤퇴치를 위한 4H 운동을 시작으로 목축 사업을 하기에 이르렀으며, 서울시에서는 가톨릭 야학과 노동자들을 위한 센터, 행복한 가정운동 등을 진행했다. 광주 민주화 운동 때의 일화도 유명하다. 당시 광주에서 사목하던 골롬반 사제들은 정부 측의 철수 요청에 응하지 않고 지역민들과 함께 했다. 이들의 선택은 이 시대의 가난한 이들, 소외된 이들 곁에서 정의를 지켜나가는 성골롬반외방선교회의 기준이 됐다.

1976년은 전체 골롬반외방선교회에 큰 영향을 준 시기였다. 한국에서 활동하던 골롬반사제들은 총회에서 ‘정의평화위원회’ 설립을 제안했고, 총회 문헌에 ‘정의를 위한 투신’ 부분이 수록됐다. 선교회 정의평화위원회는 현재도 운영되고 있다. 위원회를 담당하는 함편익 신부는 다양한 사회적 문제에 참여하고 있으며 동시에 국제적 연대를 추진하고 있다.

 

 

∎ 새로운 여정의 시작

 

성골롬반외방선교회는 2000년 전후 선교에 대한 새로운 안목으로 교회 안팎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한국교회가 선교하는 교회로 성장할 수 있도록 평신도 선교사 프로그램을 활성화시키고, 교구 사제들이 해외선교를 체험할 수 있는 지원사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1998년에는 한국가톨릭 해외선교사 교육협의회(KCFMEA)를 발족, 매년 1회 4주간 해외선교사 전문교육과정을 실시하고 있다. 현재 11명의 평신도와 8개 교구 소속의 사제 11명이 필리핀, 칠레, 페루, 미국, 홍콩, 대만, 일본 등에서 선교하고 있다.

가난한 이들을 향한 따뜻한 시선도 여전하다. 최근에는 결혼생활에서 어려움을 겪는 부부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인 ‘르트루바이’를 진행하고 있다. 전요한 신부가 담당하는 르트루바이 프로그램은 참가자들에게 호응을 얻어, 전국 교구에서 문의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평탄하지 않은 ‘그리스도의 나그네’ 여정을 기쁜 마음으로 걸어온 성골롬반외방선교회는 오는 29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대주교 주례로 ‘80주년 기념 개회미사’를 봉헌한다. 이후 2014년 4월 27일까지 6개월 동안 전국을 순회하며 미사와 음악회, 사진·물품전시회 등을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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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1월까지 대만에서 선교사목을 펼친 권태문 신부가 현지 아이들과 함께한 모습.

 

 

 

성골롬반외방선교회는?
중국 선교를 목적으로 설립된 성골롬반외방선교회는 1916년 에드워드 갈빈 주교와 존 블러윅 신부에 의해 아일랜드에서 시작됐다국제적으로 활동하는 가톨릭 선교 사제평신도 단체인 선교회는 현재 아시아는 물론 아메리카 대륙유럽오세아니아 등지에서 다양한 문화 속에서 가난한 이들과 연대하며 정의를 위해 힘쓰고 있다한국에는 파리외방전교회와 메리놀외방전교회 이후 세 번째로 진출한 선교회다.

 

 

 

 

 

이지연기자 mary@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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