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성골롬반외방선교회 “한국 진출 80년, 역사 고비마다 힘든 이들 곁에 있었다”

2013-10-21T15:01:04+09:00

작성자: 관리자등록일: 2013-10-21 15:01:28  조회 수: ‘5097’

*** 아래 기사는 2013년 10월 20일 「경향신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 

 

성골롬반외방선교회 “한국 진출 80년, 역사 고비마다 힘든 이들 곁에 있었다”

 

 

 

국제 가톨릭 선교단체인 성골롬반외방선교회(골롬반회)는 1933년 아일랜드인 선교사 10명을 한국땅에 파견했다. 선교사들은 대구 성유스티노신학교에서 6개월 동안 한국어를 배운 뒤 광주·목포·제주·춘천 등지로 흩어져 선교활동을 시작했다. 오는 29일로 한국 진출 80주년을 맞는 골롬반회는 그동안 이 땅에서 한국사의 가시밭길을 함께 걸으며 가난한 이들의 이웃으로, 정의와 평화의 수호자로 뚜렷한 발자취를 남겼다.

 

서울 동소문로에 있는 골롬반회 선교센터에서 만난 아일랜드 출신 골롬반회 한국지부장 오기백 다니엘 신부(63)는 “골롬반회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광주민주화운동 등 역사의 고비마다 늘 한국인들, 특히 어렵고 힘든 사람들 곁에 있었다”며 “한국 진출 80년을 맞아 선배 선교사들의 희생과 헌신의 역사를 정리하고 성찰하면서 이 시대의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방향을 잡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골롬반회의 80년은 이 땅의 고통받는 민중과 함께한 역사였다. 일제강점기에는 항일운동에 참여해 투옥되거나 추방·가택연금을 당했다. 한국 정부는 1999년 골롬반회 사제 3명을 독립유공자로 인정해 건국훈장을 수여했다. 한국전쟁 중에는 7명의 골롬반회 신부가 공산당에 의해 처형되기도 했다. 전쟁 후 폐허 속에서는 한국 사회의 재건에 힘을 보탰다. 농촌 근대화를 위한 공동체를 조직하고 해외 원조를 통해 가난한 이들을 도왔다. 당시 ‘제주도민의 대부’로 불렸던 임피제(패트릭 맥그린치) 신부는 4H 운동을 보급하며 이시돌목장을 개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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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롬반회 한국지부장 오기백 다니엘 신부가 서울 동소문 골롬반회 선교센터의 ‘6·25 성골롬반 순교 기념비’ 앞에서 지난 80년의 역사를 소개했다. |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제공

 

 

 

1970년대 많은 사람들이 농촌을 떠나 도시로 이주하면서 도시 변두리의 야학과 노동운동에 뛰어들었다. 지학순 주교 투옥사건을 계기로 1976년 ‘정의평화위원회’ 결성을 주도하는 등 민주화운동에도 참가했다.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때는 당국의 철수 지시에 “한국전쟁 때도 이 땅을 떠나지 않았다”며 끝까지 광주를 지켰다. 이 밖에 단도박·단주 교육, 도시빈민 돕기, 장애인 재활 프로그램, 가난한 이들을 위한 병원인 성골롬반의원 운영, 양로원과 호스피스 활동 등으로 꾸준히 활동영역을 넓혔다.

 

지난 80년 동안 골롬반회에서 활동한 외국인 선교사는 266명. 그중 100여명이 선종했고, 22명은 한국 땅에 묻혔다. 골롬반회는 서울대교구 30개 성당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131개 성당을 세워 한국 교회에 넘겨줬다. 골롬반회 한국지부에는 현재 35명의 선교사가 있다. 1984년부터는 한국인 회원을 받아들이기 시작해 한국 교회에서 처음으로 외방(해외) 선교사를 양성해 외국에 파견했다. 지금까지 9명의 한국인 신부를 배출했고, 10여명의 한국인 평신도 선교사와 함께 칠레 등 13개국에서 선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1976년 한국 땅을 밟은 뒤 38년째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오 신부는 “골롬반 회원인 함편익 패트릭 신부가 강정마을에서 평화활동을 벌였다는 이유로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로부터 비자 연장을 거부당할 정도로 여전히 경직된 사회 분위기가 안타깝다”며 “골롬반회는 앞으로도 외국인 노동자, 장애인, 고초를 겪는 평화 활동가 등 어려운 이웃들을 찾아가 그들의 목소리를 듣는 등 이 시대 사회와 교회에 필요한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골롬반회는 한국 진출 80주년 기념일인 29일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기념미사를 연다. 이 밖에 기념 전시회와 음악회, 기념우표 발행, 선교 세미나, 골롬반회 80년사 사진·물품전, 한국전쟁 골롬반회 순교자 영상전 등을 준비하고 있다.

 

 

 

김석종 선임기자 s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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