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이방인들_주다두 신부

길 위의 이방인들

글  주다두 제노비오 신부

성골롬반외방선교회. 필리핀 출신으로 1998년 사제품을 받고 다음 해 한국으로 파견되어 광주대교구 목포 대성동, 서울대교구 대방동·역삼동 본당에서 사목했다. 2015년에 필리핀으로 가서 활동하다가 2012년 돌아와서 2015년부터 한국지부 신학원 부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학원 부원장이라는 책무도 막중하지만 그 와중에 이민자 사목에 참여하는 특전도 누릴 수 있었습니다. 주로 대전교구에 가서 했던 이민자 사목은 제게 신학원이라는 한정된 공간 밖에서 선교사이자 사제로서 한국 사회에 참여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한국에 온 이민자들, 가톨릭교회의 응답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수는 매년 꾸준히 증가해 왔습니다. 1980년에 등록된 외국인 거주자는 40,519명으로 당시 한국 총인구인 3천8백만 명의 약 0.1퍼센트를 차지했습니다. 2019년 기준으로는 등록된 외국인 거주자가 2,524,656명, 한국 총인구의 약 5퍼센트로 늘었습니다. 이렇게 이주민들은 현대 한국 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이자 다양성을 부여하는 집단임에도 자주 차별을 겪어 왔습니다. 이러한 사회 변화에서 시대의 징표를 읽은 한국 가톨릭교회는 주교들을 필두로 사회 내 증가하는 인구 다양성에 관심을 가지고 응답했습니다. 각 교구는 이민자 센터 설립과 운영을 지원하여 이주민들의 일터에서 발생하는 공정성과 관련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을 뿐 아니라, 한국인들이 다문화 사회의 잠재력을 포용하는 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다문화가정 축복식, ⓒ성골롬반외방선교회

“너희 땅에서 이방인이 너희와 함께 머무를 경우, 그를 억압해서는 안 된다. 너희와 함께 머무르는 이방인을 너희 본토인 가운데 한 사람처럼 여겨야 한다. 그를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너희도 이집트 땅에서 이방인이었다. 나는 주 너희 하느님이다”(19,33-34).
이주민 센터들이 해온 일은 고대로부터 전해진 레위기 말씀을 상기시킵니다.제가 활동하고 있는 「대전모이세」는 대전교구의 첫 번째 이민자 센터로 2003년에 개소하여 현재 두 개의 센터를 대전시와 천안시에서 각각 운영하고 있습니다.

어느 필리핀 이주 노동자의 장례, ⓒ성골롬반외방선교회

길 위의 이방인

오랜 시간 한국에 살면서 한국의 가톨릭 공동체의 지원, 한국어와 문화를 정식으로 공부할 기회 등 제게 주어진 많은 것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늘 이방인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였습니다. 한국어를 습득하고, 사제로서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정도로 한국에 잘 적응하여 이곳이 집처럼 편안하지만, 결코 한국인이 되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두 개의 다른 세계에서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한국 사회에서 고군분투하면서도 소외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이주민들을 돕는 일에 참여해 달라고 대전교구로부터 초대를 받았을 때 주저 없이 응할 수 있었습니다. 성 베드로께서 콜로새 신자들에게 하신 말씀을 실천하는 공동체와 함께할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여기에는 그리스인도 유다인도, 할례 받은 이도 할례 받지 않은 이도, 야만인도, 스키티아인도, 종도, 자유인도 없습니다. 그리스도만이 모든 것이며 모든 것 안에 계십니다”(콜로 3,11).

충남 지역 필리핀 유학생들과 다문화 워크숍을 했을 때. 왼쪽 끝 뒤에서 두 번째는 이주민사목을 하는 대전교구 박찬인 신부(전 골롬반회 지원사제)다. ⓒ성골롬반외방선교회


이방인 없는 새로운 공동체를 꿈꾸며

얼마 전에 반포한 회칙 『모든 형제들』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들어 시민의 소명이 무엇인지 설명하십니다. 이웃으로서 “다른 이들의 약함을 자기 일로 생각”하고, “배척의 사회가 건설되도록 내버려 두지 않고”, “쓰러진 사람들을 일으키고 회복시켜 공동선”을 이루는 자매와 형제들의 공동체를 제시하셨습니다(67항). 저는 이민자 센터 활동을 통해 ‘이방인이 없는 새로운 공동체’의 시민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가 대전교구의 이민자 센터들과 협력할 수 있어 깊이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민을 받아들이는 일부 국가에서, 이민 현상은 자주 정치적 목적으로 조장되고 이용되어 두려움과 불안을 일으킵니다. 사람들이 폐쇄적일 때 이는 “외국인 혐오의 사고방식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단호한 대처가 필요합니다. 이주민 들은 다른 사람들처럼 사회생활에 참여할 자격이 없다고 여겨지고, 그들도 다른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타고난 존엄성을 지닌다는 사실이 망각됩니다. 그러나 그들이 그들 자신의 구원에 능동적으로 이바지하게 해야 합니다. 아무도 그들이 인간이 아니라고는 말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실제의 결정과 그들을 대하는 방식에서 그들을 가치와 중요성과 인간성을 덜 갖춘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는 사실이 증명됩니다. 그리스도인들이 이러한 사고방식과 태도를 공유하는 일은 용인될 수 없습니다. 때때로 특정 정치적 선호가 우리 신앙의 깊은 확신보다 우선시되는 일은 용인될 수 없습니다. 출신, 인종, 종교와는 무관한 모든 인간 존재의 양도할 수 없는 존엄성 그리고 최고의 법인 형제적 사랑, 이것이 바로 우리신앙의 확신입니다”(『모든 형제들』 39항).

『골롬반선교』 2021년 봄호(통권 제118호) 14~15쪽

골롬반선교』 2021년 봄호 바로 읽기

By |2021-04-16T15:33:05+09:002021-04-13|골롬반 소식|0 댓글

Go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