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 산책] 그분을 보셨습니까?_이어돈 미카엘 신부

2024-04-05T16:36:37+09:00

그분을 보셨습니까?

글  이어돈 미카엘 신부
성골롬반외방선교회. 수의사 겸 평신도선교사로서 1978년 파견되어 제주 성이시돌목장에서 활동했다. 이후 신학교에 입학해 86년 아일랜드에서 사제품을 받고 그해 한국으로 다시 파견되었다. 서울대교구에서 본당사목, 한국지부 부지부장, 신학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제주교구 금악성당 주임과 이시돌농촌산업협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골롬반선교』 제127호(2024년 봄호) 12~13쪽

어떤 공소에 우리 성골롬반외방선교회 신부 한 분이 살고 계셨습니다. 이 신부의 뜻으로 오랫동안 공소 회장을 맡았던 분이 물러나고 그 자리에 젊은 사람이 임명되었습니다. 새 회장이 첫 전례를 하는 날, 물러난 회장은 달갑지 않은 마음으로 공소 맨 뒤편에 앉았습니다. 독서 후에 신임 공소 회장은 첫 강론을 이렇게 시작합니다. “예수님께서 부활하셨습니다.” 그리고 강론을 이어나가기 전, 전임 회장이 속삭이는 말투로 그러나 너무 크게 들리는 목소리로 묻습니다.
“그분을 보았나?”

부활 시기에 많은 사제가 “예수님께서 부활하셨다.”라는 믿음을 강론할 것입니다. 저는 때로 궁금합니다. 만약 신자들이 그 사제들에게 부활하신 예수님을 실제로 보았는지 묻는다면 어떻게 대답할까요?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같은 질문을 드린다면 어떻게 대답하시겠습니까? 만약 여러분이 그렇다고 대답하지 못한다면 여러분은 왜 예수님의 부활을 믿으십니까? 2000년 전,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하층민들의 증언을 그대로 받아들이시는 겁니까? 부활하신 예수님을 체험하는 건2000년 전에만 가능했던 일일까요? 아니면 지금도 가능할까요?

복음에 등장한 여러 부활 이야기는 초기 신자들이 경험한 예수님의 부활을 우리와 공유하기 위해 기록되었습니다. 저는 그들의 경험을 들으면서 어쩌면 우리 생에서도 부활하신 예수님을 경험하는 방법을 배울 수도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만난 경험을 어떤 언어로도 완전하게 설명하거나 기술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제자들은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경험을 하였고, 그래서 그들은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그 경험을 설명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엠마오로 가는 길’ 이야기(루카 24,13-35)는 다른 부활 이야기들이 공유하는 여러 경험들의 요약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 제자들은 (성경에 그 제자들이 모두 남자라는 기술은 없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예수님께서 나타나셨다는 여자들의 목격담을 듣고도 믿지 않았습니다. 엠마오 마을로 가는 길 위에서 두 제자는 그들 일상의 삶에서 목격한 바로 그 사건, 예루살렘에서 방금 일어난 일에 관해 토론하고 있었습니다. 그들 중 한 사람은 그가 알아보지 못한 예수님이 예루살렘에서 벌어진 일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사실, 그 일에 관해 아는 이는 오직 예수님뿐이었습니다. 그분께서는 최근에 일
어난 그 사건을 자기 민족의 신앙 경험을 기록한 성경을 토대로 그들에게 풀이해 주셨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제자들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무언가에 이끌려 그 낯선 이(예수님)를 초대해 자기들과 함께 머물자고 말합니다. 이러한 환대가 그들을 또 다른 경험으로 나아가게 합니다. 만약 그들이 낯선 이에게 환대를 베풀지 않았다면 그들은 절대로 자신들이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났다는 사실을 몰랐을 것입니다.

아마 두 제자는 ‘최후의 만찬’에 함께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빵을 들고 축복하신 다음 떼어 그들에게 주실 때, 비로소 그들은 예수님이 음식을 들어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축복하시고 그것을 배고픈 군중들과 나누셨던 일을 상기했습니다.

그들이 마침내 예수님을 알아보자마자 예수님은 그들 시야에서 사라지셨습니다. 당연히 우리는 예수님을 조종할 수 없습니다. 나중에 두 제자는 그 여행을 반추하면서 예수님께서 성경을 통해 당신에게 일어난 일을 설명해 주셨을 때 마음속 심장이 뜨거워졌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 제자들은 부활하신 예수님을 어떻게 경험했을까요? 그들은 자신들이 목격한 사건을 정치, 과학, 경제적 관점이 아닌 신앙의 관점에서 토론했습니다. 그들은 낯선 이를 환대하고 그와 함께 나누고자 했습니다. 그 나눔 안에서 부활하신 예수님을 경험하였습니다. 그 경험을 되돌아보며 그들은 부활하신 예수님을 눈이나 생각이 아닌 마음으로 경험했음을 깨닫게 됩
니다. 만약 우리가 믿음의 눈으로 우리 삶을 되돌아보고, 낯선 이를 환대하며, 기꺼이 다른 이들과 나누려고 한다면 미처 깨닫지 못한 사이에 마음 깊은 곳에서 부활하신 예수님을 경험하는 우리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저희와 함께 묵으십시오”(루카 24,29). 제주 성이시돌목장 내 새미 은총의 동산에 있는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 이야기 금속상이다. 사진 제공: 이어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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