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두레] 사제가 사제에게-“깨어 기도하여라” – 남승원 신부|성골롬반외방선교회

2015-12-02T15:19:54+09:00

작성자: 관리자등록일: 2015-12-02 15:19:09  조회 수: ‘3858’

  *** 2015년 12월 6일 발행 「빛두레」 제1262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

 

“깨어 기도하여라”

남승원 신부 | 성골롬반외방선교회

페루선교에서 다시금 한국으로 돌아온 이후 지난 몇 년 동안주어진 사목을 하면서도 시간이 되는대로 함께하고자 노력했던 용산 남일당두물머리명동성당 입구국회의사당역강정마을대한문서울광장쌍용차 평택공장광화문 광장 등등 거리미사에서 만났던 많은 신부님수녀님신자철거민노동자농민봉사자활동가시민의 얼굴이 스쳐 갔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신부님들과 수녀님들과신자들과 여러 계층의 사람들과 함께 길거리 미사를 드리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늘 미사를 마치고 마지막에 미사를 드린 신자들과 주님과 함께 가서 복음을 실천합시다“, “하느님 감사합니다라고 함께 기도하던 공동체를 체험하는 순간 그리고 함께 미사를 드린 신부님들과 주님을 찬미합시다하느님 감사합니다라고 기도하던 사제적 형제애를 느꼈던 순간이었습니다이 순간은 교구를 떠나수도회를 떠나선교회를 떠나 본당과 지역을 떠나 우리가 하나 되었던 그 순간을 하느님께 바치며 찬미를 드렸던 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글을 쓰면서 지난 11월 14일 경찰의 불법적인 진압과 물대포에 쓰러진 백남기 임마누엘 형제님과 자매님자제분들 그리고 가톨릭 농민회 농민들그밖에 수많은 농민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픕니다농민들이 서울로 올라와서 요구했던 것은 다름 아닌 17만 원 쌀값을 21만 원으로 올려주겠다던 공약을 그대로 지키라는 것이었습니다이때 농민들이 내걸었던 현수막 중 개 사료 보다 싼 쌀값우리가 개만도 못하나!‘라는 것을 떠올리면 정말 기가 막힐 지경입니다그런데도 경찰은 물대포를 농민들과 시민들을 향해 쏘았습니다.

선교사제로서 지냈던 페루에서 역사적으로 가장 피해를 많은 받은 계층은 바로 농민들이었습니다수백 년 동안 스페인 침략자들로부터 독립하고 나서는 군부와 독재자들로부터반정부군으로부터공산주의자들로부터…수많은 시간 동안 늘 희생을 치렀던 농민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명을 지키는 마음으로 지금도 감자와 옥수수를 심습니다.

하루는 아주 젊은 농부 부부가 새벽 4시에 사제관 문을 마구 두드렸습니다놀라서 나가보니 그들의 첫아기가 열이 나서 밤새 시달렸는데 병원에 가기 전에 성수를 뿌려달라는 것이었습니다잠결에 일어나 아기에게 성수를 뿌려주었는데 제가 의사도 아닌데도 성수를 뿌려주고 강복을 하고 나니아기가 다 나은 것처럼 안도하는 밝은 표정으로 아기를 가슴 속에 품으며 돌아서던 그들의 환한 얼굴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대림 2주간을 지내면서 모든 농민의 상처를 치유해주시도록 기도했으면 좋겠습니다하느님의 창조사업에 든든한 협력자로 살아가고 있는 세계의 모든 농민이 알게 모르게 교회와 사회와 국가로부터 받은 모든 종류의 상처가 치유되길 그리고 백남기 임마누엘 형제님이 하루빨리 일어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늘 깨어 기도했으면 좋겠습니다.

너희는 앞으로 일어날 이 모든 일에서 벗어나 사람의 아들 앞에 설 수 있는 힘을 지니도록 늘 깨어 기도하여라”(루카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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