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지에서 온 편지(칠레-3)

2009-08-21T09:58:25+09:00

작성자: 손선영등록일: 2009-08-21 09:58:04  조회 수: ‘5845’

 

◈ 청소년 봉사의 날.. 어린이 병원을 방문하여 고생하시는 부모님 들께 간식을 나누어 드리고,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일곱번째 소식(2009. 8. 19)

세상과 우리 모두의 평화!!!

안녕하세요? 김규희 박정호 부부입니다. 건강 하시죠?

저희들도 뭐… 무소식이 희소식 이라고 별 탈 없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 날씨가 조금 추워져 움직이기가 귀찮아 진 것 빼고는요. 올 겨울은 지난해 저희가 칠레에 올 때 보단 훨씬 덜 추워서 그냥 이렇게 무사히(?) 지나가나 보다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요 며칠 쉴 새 없이 비가 내립니다. 추운 겨울바람과 소나기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궁합인데 말이죠. 소복소복 하얗게 쌓이는 눈이 그립네요.

오늘은 느즈막이 일어났습니다. 특별한 일이 없는 비공식적 휴일인화요일 이기도 하지만, 최근 들어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버릇이 생겨서요. 모른긴 해도 저도 모르게 조금씩 스트레스가 쌓였나봅니다. 한국에서 본당활동을 할 때도 자주 했던 생각, 신앙생활이 “업무”가 되게 하지 않으려고 끊임없이 노력하지만 그게 잘 되진 않는 것 같습니다. 하느님 안에서 휴식하고, 그분과의 시시콜콜한 수다를 즐기며 내 삶의 시워~언한 생맥주(^^)로써의 신앙을 살아가고, 또 그 즐거움을 다른 이들에게도 전해주는 그런 선교사이고 싶은데, 어느 샌가 저도 모르게 눈에 보이는 실적을 향해 정신없이 달려가고, 다른 이들과의 경쟁에 익숙해진 종교주식회사의 영업사원으로 변해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어쩌면 그것은 어릴 적부터 치열한 경쟁과 남과의 비교에 익숙해진 한국선교사의 어쩔 수 없는 모습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일 잘하고 추진력 있고 단기간에 많은 성과를 낼 수 있는 근면 성실한…… 하지만 언제, 어디에서 행복을 누려야 할지모르는……

우리들의 삶은 무엇을 통하여 『가치』를 갖게 될까요? 몇 년전 TV광고에서는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을 말해 줍니다.”라는 말로 아파트평수가 바로 우리의 존재가치임을 역설하기도 하였습니다만……

이 복잡하고 혼란스런 시간들을 통해 저희는 저희들의 가치를 발견하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특별히 큰 성과를 이루지 못해도, 남과의 경쟁에서 비교우위에 서지 못해도 존재 자체만으로도 가치롭고 아름다운 저희들을 삶을 발견합니다. 그것은 저희가 큰 아파트에 살기 때문도 아니고, “선교사”라는 거창한 간판 때문은 더더욱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 한사람 한사람이 그분의 모습을 닮았기 때문이며, 우리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다른 누군가가 삶의 힘을 얻고 입가에 미소를 짓는 그런 소중한 가족, 형제, 친구이기 때문이겠지요.

일(?)이 유난히 손에 잡히지 않는 비오는 겨울날, 저희에게 힘과 미소를 주는 모든 이 들을 하나하나 떠올려 봅니다. 그리고 진심으로 그 모든 분들께 주님의 평화를 전합니다. 언제나 어디서나 그분의 평화가 함께 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또 연락 드릴께요.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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