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 이야기] 하느님 사랑의 열매_요완네 나이오 부제

2024-01-15T15:31:25+09:00

하느님 사랑의 열매!

글/사진 요완네 나이오 부제 Iowane Naio | 성골롬반외방선교회. 피지출신이며 2014년에 입회하여 2023년 9월 필리핀에서 부제품을 받았다. 2024년 사제품을 받을 예정이다. 『골롬반선교』 제126호(2023년 겨울호)  24~25쪽

부제로 서품을 받아 참으로 기쁩니다. 이 식별의 여정으로 저를 초대하시어 모든 것을 시작하신 하느님께 항상 감사합니다. 그분은 한결같이 저를 믿어주셨고, 절대로 저를 혼자 내버려두지 않으셨으며 여정 내내 당신의 지혜와 은혜로 이끌어 주셨습니다. 선교사제로 향하는 이 여정에서 변함없는 사랑과 확고한 지지를 해준 가족과 친구들에게도 고맙습니다. 또한, 이 여정을 출발할 때부터 동반하고 인내로써 기다려준 골롬반 가족들과 후원회원들께 대한 감사의 마음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습니다. 골롬반회원들은 하느님의 음성일 뿐만 아니라 위대한 사랑과 보살핌과 이해를 통해 저와 동행하시는 현존하는 하느님이셨습니다. 제가 부제품을 받은 것은 저 혼자서 달성한 것이 아니며, 가족과 친구들의 기도와 골롬반회의 참을성 있는 기다림, 저를 결코 의심하지 않으신 하느님 사랑의 열매입니다. 

열일곱 살 때 골롬반회의 문을 두드렸지만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나이가 어렸기 때문이었는데 당시 저는 거절당했다고 생각했고, 저에게 사제 성소가 없다고 받아들이고는 제 삶을 영위하기 위해 열심히 최선을 다했습니다. 자동차 공학을 전공한 후 관련 회사에서 근무하다가 농장 일을 하시는 부모님을 돕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갔습니다. 10년 동안 농장에서 일하면서 가족, 특히 어머니의 도움으로 신앙을 충실히 키워갔습니다. 본당 일에도 열심히 봉사하면서 그렇게 가족과 함께하는 모든 삶에 만족하며 지냈습니다.

그러나 마음 저 깊은 곳에는 내가 하느님의 일에 더 깊이 참여할 수 있는 선물을 받은 사람이라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그렇다고 골롬반회를 다시 찾아갈 생각은 안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골롬반회 평신도선교사로서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던 사촌 누나(故 세라피나 라나디 부다)가 고향 휴가를 와서 저와 오랜만에 만나게 되었습니다. 누나는 저더러 프랭크 호어 신부님이 진행하는 골롬반회 평신도선교사 성소 모임인 “와서 보아라”(Come and See) 프로그램에 참석하라고 권유했습니다. 제 마음은 한번 거절당한 곳에 다시 가고 싶지 않았지만, 누나의 말을 듣기로 했습니다. 누나는 2달러(피지 달러)를 제게 쥐여주면서, 프로그램에 참석하고 집에 올 때는 프랭크 호어 신부님이 돌아올 교통비를 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이 모든 여정이 시작되었습니다.

먼저, 저는 피지에 위치한 태평양 지역 신학원에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10년여 만에 학업을 다시 하자니 녹록지 않았습니다. 동급생들은 잘 준비되어 입학한 데다 저보다 훨씬 어렸습니다. 저는 긍정적인 마음을 잃지 않으려고 부단히 애써야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를 믿지 못하는 것은 나 자신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주님께 모든 어려움과 갈등을 맡기기로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마음이 편안해졌고 다음 단계를 향해 또 한 발 내딛게 되었습니다. 

학년이 올라가고 2016년에는 피지를 떠나 필리핀 마닐라에 있는 골롬반회 국제 신학원으로 옮겨 가게 되었습니다. 필리핀은 제 고향 피지와는 많은 것이 달랐습니다. 낯선 환경과 상황에 적응하는 데 힘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다양한 국적의 동료 신학생들과 처음 만나서 한집에 함께 살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새로운 상황에 적응할 새도 없이 곧바로 로욜라 신학교에 진학해 신학 공부를 시작하였습니다. 지식뿐 아니라 하느님께 대한 내 사랑을 더욱 깊게 만든 시간이었습다. 하느님의 모든 피조물, 특히 우리 인간을 향한 하느님의 사랑이 깃든 사명을 더 깊고 넓게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나라에서 온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이들과 공동체를 이루며 사는 것이 때로는 어렵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다른 이들과 함께한다는 것이 우리를 보다 성숙하게 하고 풍요로운 삶을 살게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서로의 문화를 주고받으며 상호작용하는 것은 나 자신의 문화를 자세히 들여다보게 하고, 서로의 문화를 받아들이도록 영감을 줍니다. 그래서 각 문화 안에 담긴 독특한 특성 중 일부를 알아보고 이를 소중히 여기게 합니다. 그럼으로써 내가 자신의 문화에 뿌리를 두면서 동시에 다른 문화를 더 많이 이해하고 마음을 열도록 해줍니다.

하느님께서 항상 우리를 부르고 계신다고 믿습니다. 그분은 우리와 함께 여행하시는 분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저 주님께서 우리 가운데 언제나 살아계심을 믿기만 하면 됩니다.

(왼쪽부터) 함께 부제품을 받은 미얀마 출신 아웅 프란시스 부제, 부총장 브라이언 베일 신부, 필자

피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성골롬반외방선교회 정의균 신부가 고향에 온 요완네 나이오 부제를 환영하며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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