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치유자들_안인성 패트릭 신부

세상의 치유자들

글  안인성 패트릭 신부
성골롬반외방선교회. 본지 편집장

『골롬반선교』 2022년 봄호(통권 제121호) 2~3쪽

저는 복음서에 나오는 사도 토마스에 대해 특별한 애정을 품고 있습니다. 그는 이중적이거나 복잡하지 않으며, 자기 생각을 군더더기 없이 솔직하게 말하는 사람이어서 언제나 저를 감동하게 합니다. 그는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며, 직선적인 성격인데다가 원칙적, 현실적인 사람인 것 같습니다.

이런 관찰을 염두에 두고 예수님의 부활 소식에 대한 토마스의 반응을 보면 그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나는 그분의 손에 있는 못 자국을 직접 보고 그 못 자국에 내 손가락을 넣어 보고 또 그분 옆구리에 내 손을 넣어 보지 않고는 결코 믿지 못하겠소”(요한 20,25). 토마스의 성격에 딱 맞는 대답입니다.

예수님께서 살아나셨다는 소문을 듣고 토마스는 증거를 요구했습니다. 그는 예수님의 체포와 고문, 처형의 여파로 심한 혼란을 겪는 사람들에게서 들리는 소문과 흥분된 수다를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입니다. 오늘도 우리 교회 공동체에는 무조건 받아들이는 이보다 토마스 같은 사람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의심하는 것은 분명, 많은 용기가 있어야 하는데 믿음의 측면에서 ‘또 다른 단계’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사실 토마스의 직설적인 발언은 초대 교회가 부활하신 예수님을 어떻게 경험하고 이해했는지에 관해 많은 것을 설명해 줍니다. 주님을 따르기로 했던 사람들은, 체포돼 고문당하고 잔인하게 처형되었다고 알고 있던 예수님이 지금 살아 계신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매우 힘들었습니다. 확실히 복음서는 제자들이 예수님의 상처를 통해 정확하게 그분을 알아보았다고 일관되게 증언합니다. 실패로 휩싸인 불쾌한 그 사건을 통해서 말입니다. 많은 대중 종교의 정서와 달리, 우리 신앙은 완벽한 예수님과 맞물리도록 강요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부활하신 주님의 영광스러운 존재는 ‘상처 입은 존재’였습니다. 그가 입은 잔혹한 상처는 그대로 거기 있었습니다.

이 살아 계신 예수님은 덧없는 유령이나 외계인이 아니라, 함께 대화하고 음식을 나누는 분입니다. 아울러 우리 또한 토마스처럼 부활하신 예수님의 상처를 만져야 합니다. 이 부분이 토마스를 훌륭하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위에서 언급한 ‘꼭 필요한 또 다른 단계’입니다. 사람들이 불안과 동요로 흥분한 채 더듬거리며 하는 말을 의심할 용기가 있었을 뿐만 아니라 예상치 못한 증거가 자기 앞에 나타났을 때, 예수님의 상처에 손을 댄 용기가 그에게 있었습니다. 예수님의 상처를 만지는 심오한 행동으로, 토마스는 살아 있는 주님과 연대하여 냉소적인 의심과 소외로부터 해방되었습니다. 그 믿음은 토마스가 다른 이의 상처를 만질 용기를 지닌 치유자가 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세상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용기를 지닌 치유자들이야말로 얼마나 멋진 선교사들인지요! “교회는 야전 병원”이라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처럼 교회는 상처 입은 이와 연대하는 치유자로 초대받고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 중에 누가 세상의 상처를 만지고 있습니까?

“세계 곳곳에서, 상처들의 치유로 이끄는 평화의 길들이 필요합니다. 독창적이고 담대하게 치유와 새로운 만남의 여정을 시작하고자 하는 평화의 장인들이 필요합니다”(프란치스코 교황 회칙 『모든 형제들』 225항).

이번 봄호에서는 새로이 한국지부 소임을 맡은 지부장 서경희 신부와 신학원장 김영인 신부의 첫인사를 전합니다. 2년 만에 열린 해외선교사교육 모습과 경기·인천 후원회원들의 얼굴도 지면에 담았습니다. 수원교구 정진만 신부가 연재해 온 사복음서 산책의 네 번째 순서로 요한복음을 소개합니다. 50여 년 한국 생활을 마치고 아일랜드로 귀국하는 기리암 신부와 골롬반회 회원이었고 현재 뉴질랜드에서 선교사로 일하는 이 크리스토퍼 경으로부터 한국 선교의 은총을 청해 들었습니다. 또한, 후원회원 이옥분 선생은 생태적 회심으로 우리를 초대합니다. 지원사제 전보근 신부가 페루에서, 김정웅 평신도선교사는 대만, 그리고 이제훈 신부가 미얀마에서 선교지 소식을 전해 주었습니다. 팬데믹 중에도 세계 곳곳에서 하느님의 선교가 끊임없이 이어짐을 다시 확인합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더 깊이 알아가면서 우리의 세상을 치유합시다. 평화를 빕니다! 

By |2022-04-25T15:38:18+09:002022-04-16|골롬반 소식, 선교일기|0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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