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가 여러분과 함께_김영인 그레고리오 신부

2022-04-26T15:27:49+09:00

캉꾸나왕 탁 까이 까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글  김영인 그레고리오 신부
성골롬반외방선교회. 2011년 사제서품 후 그해 페루에 파견되어 리마에서 도시빈민사목을 하였고, 이후 고산지대인 쿠스코의 야나오까 지역으로 가서 잉카 원주민을 위해 사목하였다. 2020년 한국지부 신학원으로 발령을 받고 귀국하여 2021년 11월부터 신학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골롬반선교』제121호  2022년 봄호 6~7쪽


얼마 전, 사진 두 장을 받았습니다. 페루 안데스 고산지대에서 보내온 사진입니다. 하나는 골롬반회 지원사제 전보근 신부님이 돌보는 새끼 양이고, 다른 하나는 그동안 문을 열지 못했던 야나오까 산티아고 아뽀스톨(사도 야고보) 본당 어린이집의 아이들입니다. 이 어려운 팬데믹 상황 속에서 저를 미소 짓게 만듭니다. 희망을 느끼게 합니다. 주님 부활을 축하하는 생명의 선물처럼 느껴집니다. “평화가 너희와 함께!”(요한 20,19) 하신 주님 부활로 얻게 된 생명의 인사를 형제자매님들과 함께 나눕니다.

안데스에서 사목하는 지원사제 전보근 신부가 돌보는 어린 양 ⓒ전보근 신부

야나오카 본당이 운영하는 어린이집의 어린이들ⓒ전보근 신부

한국지부 신학원 담당자로 발령받은 저는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고통으로 한창 몰아붙였던 2020년, 페루 안데스 지역 야나오까 본당에서 6년간 선교를 끝으로, 근 10년간의 페루 선교를 잠시 쉬면서, 많은 아쉬움을 뒤로한 채 ‘순명’과 ‘사명’으로 귀국하였습니다. 와서 1년 동안 양성 지도자 과정을 받으며 ‘경청’과 ‘식별’ 그리고 ‘함께’(하는 교회-시노달리타스)함에 대한 성찰과 나눔의 기회를 가졌습니다. 또, 신학생들과 함께 지내면서, 말과 이론만을 앞세우기보다는 봉사하고 섬기는 사제, 행동과 실천으로 사명을 다하는 양성자의 마음가짐을 새기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파견받으시고 파견하시는 선교의 주체이신 예수님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보낸다”(요한 20,21). 예수님은 말과 이론에만 멈추어 계시는 분이 아님을 확신하게 하는 말씀입니다. 두려워하고 의심스러워하는 제자들의 마음에 귀 기울이시고(경청), 그들에게 평화를 비시며 그 마음을 헤아리십니다(식별).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처럼” 행동과 실천으로 모범이 되어 주십니다. 이처럼 예수님의 말씀 속에는 봉사와 섬김이라는 선교사의 기본자세와 태도가 담겨 있습니다. 이는 골롬반 선교사로서 살아가야 하는 방향이기도 합니다. 파견받으시고 파견하시는 선교의 주체이신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부활절을 맞은 우리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해 주십니다.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요한 20,29). 믿는 사람은 믿음을 실천하는 사람입니다. 믿음의 실천은 곧 선교입니다. 다시 말해서 선교하는 이는 행복합니다. 바로 이것이 희망의 메시지라고 생각합니다. 그 희망의 메시지는 바로 프란치스코 교종께서 강조한 “함께 떠나서 찾아가는 교회의 모습”(『복음의 기쁨』 20항 참조)입니다. 그래서 골롬반회는 희망의 메시지를 따라 행복을 추구하고픈 이들을 초대하고 양성하고 있습니다.

시종직과 독서직 수여식 후 신학생들과 함께ⓒ성골롬반외방선교회

한 명의 선교사제가 태어나기까지 과정은 단순히 양성자들만의 몫이 아닙니다. 성골롬반외방선교회를 구성하는 모든 하느님 백성이 ‘함께’ 동반하고 ‘함께’ 협력하는 것입니다. 특히나 후원회 형제자매님들의 기도와 정성을 양성 과정의 자양분으로 삼아 지덕체를 훈련하고 교육을 받으며 영적 성장을 이루어 나갑니다. 매일 드리는 공동체 기도 안에서 특별히 기도와 정성으로 이러한 양성 과정에 함께 참여하고 계시는 형제자매님들에게 감사해하며 기억하는 이유입니다. 저 또한 골롬반 회원으로서 페루 선교를 건강하게 지속할 수 있었던 것에 감사드리며 제 개인 기도에서도 선교사를 위해 물심양면을 아끼지 않으시는 형제자매님들에 대한 감사 기도와 주님께 축복을 기도를 바치고 있습니다.

희망으로 초대하시는 주님

이러한 감사 기도와 주님의 축복을 비는 기도는 앞서 언급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선교사의 원동력이기도 합니다. 선교사는 기도와 묵상과 성찰 속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겸손되이 깨어 있게 합니다. 겸손되이 깨어 있다는 것은 가난 앞에 겸손하게 살아감을 의미합니다. 가난 앞에 겸손되이 살아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기도하고 묵상하고 성찰하는 것은 선교사 삶의 중심입니다. 그래서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는 삶의 경험에 감사해하는 것입니다. 그 감사함을 기억하며 나누는 것은 선교사의 임무 중 한 부분입니다. 개인적으로 페루 선교 경험에서 특히 안데스산맥에서 경험했던 선교는 저에게 희망으로의 초대를 의미합니다. “파견받으시며 파견하시는 주님”은 선교에 대한 희망이자 초대 그 자체이십니다.

페루 안데스산맥에서 하는 활동은 많은 공소 방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시간적 개념에 대해 다른 문화적 사고방식과 환경적 배경을 갖고 있어 사제가 도착한 것을 보거나 듣고 나서야 집에서 일터에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보니 제시간에 미사를 드린 적이 거의 없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저는 신자들을 기다리며 빈 공소 앞에서 산을 향하여 외칩니다. “와이께 빠나이꾸나 미사망 하무이치스!” 원주민 언어인 케추아어로 “형제자매 여러분, 미사 하러 오세요!”라는 초대의 외침입니다. 그냥 초대하는 외침이 아닌 함께 불러 모으는 성찬의 나눔에 초대하는 것입니다.

“와이께 빠나이꾸나 미사망 하무이치스!” (형제자매 여러분, 미사 하러 오세요!”)  ⓒ김영인 신부

공소미사에서 성체를 분배하고 있는 필자 ⓒ김영인 신부

안데스산맥의 공소 미사는 두 번의 성찬 나눔을 합니다. 미사 중 성찬 전례에서 주님의 빵과 포도주를 통해 부활의 신비를 체험하며 영적 풍요로움을 나눕니다. 두 번째는 공소 신자들이 준비한 나눔입니다. 미사 후 약속이나 한 듯 누군가가 보따리에서 꺼낸 삶은 감자와 추뇨(Chuño 감자를 얼려서 건조한 잉카 원주민의 주식)를 나눠 먹는 두 번째 성찬에서 마을 공소 원주민들의 감사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감사함을 나눔으로써 서로가 기억되고 초대함으로써 서로가 풍요로운 경험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양성 과정에 있는 골롬반 신학생들도 가난하지만 풍요로운, 부족하지만 충분히 나눌 수 있는 감사의 경험을 하기를 바랍니다. 가난 앞에 끊임없이 겸손을 갈망하는 선교사제이길 간청합니다. 부족함을 나누는 지혜를 배우기를 기도합니다. 소외된 이의 마음에서 따뜻한 정을 느낄 줄 아는 선교사가 되기를 요청해 봅니다. 어려운 이론과 지식적인 표현보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의 언어와 생각으로 표현하는 주님의 일꾼이 되기를 성령께 맡깁니다.

어둠을 빛으로, 절망을 희망으로, 죽음을 생명으로 이끄시는 주님 부활을 함께 축하합니다.

“신부님, 사진은 그만 찍고 여기 와서 같이 먹어요!” 미사 후 각자 준비해 온 음식을 나누는 공소 신자들 ⓒ김영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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