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평화_이우빈 라우렌시오 신학생

움직이는 평화

글  이우빈 라우렌시오 신학생

성골롬반외방선교회 신학생. 대전교구 출신으로 2019년에 입회하여 현재 서울 가톨릭대학교 대신학교 5학년에 재학 중이다.

시 여러분은 좋아하거나 연주하실 수 있는 악기가 있나요? 저는 기타를 좋아해서 기타 연주곡을 즐겨 듣습니다. 클래식 기타, 통기타, 전자 기타 등등 우리 삶 아주 가까이에서 마음에 위로와 평화를 주는 악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2년 전 이맘때, 평소에 제가 듣던 음악 속 기타를 만든 사람들을 생각지도 못했던 장소에서만난 일이 있었는데, 그때의 체험은 제 삶에 큰 의미로 자리하게 되었습니다.

필자 ⓒ성골롬반외방선교회


그해 부활절, 성골롬반외방선교회 신학원 공동체는 평소와 다른 장소에서 주님 부활 대축일 미사를 드렸습니다. 신학원장 오기백 다니엘 신부님은 우리 사회에서 고통받는 약자들이 있는 곳으로 직접 가서 그분들과 함께 부활의 기쁨을 나누고, 그들 안에 계신 하느님을 만날 기회를 주고자 신학생들에게 현장 미사를 제안하셨습니다. 기타를 만드는 회사인 콜트-콜텍에서 해고당한 노동자들과 함께 길거리에서 드린 미사였습니다. 그들은 경영상 이유라며 부당하게 정리해고를 당했고, 12년 넘는 긴 시간 동안 복직을 위해 꿋꿋하게 목소리를 내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날 큰 충격을 받았는데요, 그 이유는 저 자신의 무관심 때문이었습니다. 2009년에 콜트 기타를 연주하는 친구에게서 정황을 듣기는 했지만, 그때 저의 반응은 ‘아 그래?’ 뿐이었습니다. 당시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대학교에 입학했던 저는 저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해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나, 저는 끝나지 않은 고통 속에서 많은 일을 겪어 왔던 분들의 눈물 얼룩진 그 자리에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추위와 더위와 싸우고, 저 같은 사람들의 무관심과 마주했으며, 때로는 그만하자는 만류도 들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정의를 외치고 있는 분들 앞에서 저는, 부끄러움에 고개를 땅으로 떨어뜨리고 ‘하느님, 부끄럽고 죄송합니다’를 마음속으로 연신 되뇌기만 했습니다. 저에게 그 부활 미사는 십자가 고통은 외면한 채, 찬란한 빛에 쌓여 영광스러운 모습으로 부활하신 예수님의 모습만을 찾아 따르고자 했던 저의 지난날을 되돌아보는 정신이 바짝 든 소중한 체험이었습니다.

저희가 함께했던 부활 대축일 미사 이튿날, 4,464일 만에 기적적으로 노사간에 잠정 합의안이 도출되었다는 이야기가 들려왔습니다. 신학원장 신부님께 소식을 전해 듣고, 굉장히 놀랐고 진심으로 기뻤습니다. 언제나 하느님께서는 당신을 찾는 이들에게 하느님의 때와 방법으로 당신을 드러내 보이신다는 것을 저에게 보여 주셨다는 생각에 행복했습니다. 또 긴 시간 동안 세상의 냉소와 조롱을 견디면서 정의를 위해 행동하던 분들이 이제 웃을 수 있게 되었다는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하느님께서 저를 깨닫게 해 주셨던 기쁘고 행복했던 그 기억이 어제 겪은 일처럼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하느님께서 제게 주신 이 소중한 체험은 다른 문화의 선교지로 파견되어 살아갈 날을 고대하게 하고, 가난하고 고통받는 이웃을 위해 사는 저를 꿈꾸며 기도하게 합니다. 그날 미사의 끝에서 해고 노동자인 한 형제님이 낭송했던 이해인 수녀님의 시로 이 글을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제 책상 위 작은 액자 속, 저를 아껴 주시는 어느 분이 손수 써 준 시였습니다. 이 시를 볼 때마다 하느님의 정의에 등 돌리지 않고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과 연대하며 함께 살아가도록 제 마음을 다잡곤 합니다.

오늘 하루, 아름다운 선율의 기타 연주곡과 함께 이 시를 읽어보시는 건 어떨까요?

ⓒ성골롬반외방선교회

『골롬반선교』 2021년 봄호(통권 제118호) 20~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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