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차 해외선교사 귀국프로그램을 마치며

고향 친구들과의 수다”

제 7차 해외선교사 귀국 프로그램을 마치며 –

 

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회 김현수 에우제니아

 

제 7차 해외선교사 귀국 프로그램이 제주 이시돌 피정의 집에서 닷새동안 진행되어 중국, 페루, 에콰도르, 남수단, 케냐, 브라질과 포르투칼, 호주에서 돌아온 8명의 선교사들이 이 모임에 참석했습니다. 도착하는 날, 피정의 집 주위로 가득했던 안개는 몸은 돌아왔으나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정확히 모르는 우리들의 마음 같았으나 서서히 프로그램 안으로 들어가면서 서로를 발견하게끔 도와주는 느낌의 닷새였습니다.

짧게는 3,4년, 길게는 10년에서 19년이라는 시간을 선교지에서 보내고, 건강상의 이유나 코로나 상황으로 갑작스럽게 돌아오게 되면서, 혹은 식별과 대화의 시간을 거쳐 돌아오긴 했지만 여전히 ‘다시 돌아오기’ 과정이 필요한 우리들의 마음을 이해하면서 각자의 선교지로 되돌아가서 했던 작업은 매우 특별했습니다. 그림, 역할극, 기도 등 각자의 상황에 따라 여러가지 방법을 사용했지만, 우리 모두가 한 사람의 체험에 들어갈 수 있었고, 한 사람의 체험은 우리가 선교지에서 다른 모습으로 체험한 것이기도 했습니다. 역할극에서는 상대의 이야기를 들으며 화해를 시도하기도 하고, 못다한 이야기를 풀어놓으며 울기도 하고, 과거와는 다른 행동을 해 보거나 못다한 이별의 말, 사랑과 감사의 말을 따쓰한 포옹과 함께 전해주기도 하였습니다.

‘별로 큰일도 아닌데 뭘’, ‘코로나 상황이라 어쩔 수가 없으니 받아들여’라고 말하며, 작별인사 없이 조용히 떠나자 했던, 그러면 괜찮을 줄 알았던 우리의 마음은 그때 무척 아프고 힘들었다고,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만 너무 갑작스러워서 눈물이 난다고, 이별의 말, 축복의 말을 이제는 해주고 싶다며 숨겨놓았던 감정과 눈물을 내보였고, 모두가 한 사람의 중요한 마무리를 격려하며 지켜봐 주었습니다. 한 선교사의 용서하며 축복하는 기도에 마음이 움직였던 것은, 우리가 처한 상황이 어렵고 힘들때 감정이 올라오고 이에 대응하기도 했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화해하고 축복해주고 싶은 선함에 공감했기 때문입니다. 약한 우리가 이렇게 선함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면,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잘못에 집중하기보다 지금 우리와 함께 이 자리에서 눈물로 함께하고 계실 거라 믿어졌습니다.

그렇게 한 사람의 체험 안으로 들어가면서, 격려하고 이해하면서, 아마 우리보다 더 그렇게 함께 계셨을 하느님을 만나면서, 우리는 혼자라면 결코 넘지 못했을 크고 작은 산들을, 멀고 아득하게 느껴졌던 안개산들을 함께 훌쩍 뛰어넘은 느낌이었고, 그렇게 3일이 지나자 막혀있던 곳이 풀린 듯 선교지에서의 축복과 경험을 통해 새로이 태어났던 우리의 모습을 사랑스레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선교지에서 문화충격을 겪던 ‘한국인 나’와 선교지에서 새로이 태어나 ‘한국으로 돌아온 나’는 같지만 같지 않은 나였고, 하느님과 교회의 이미지 역시 함께 변해 있었습니다.

선교지에서의 교회를 몸으로 표현해 보면서, 교회 안에 흙갈색 멍멍이 한 마리를 놓고서 모두 웃었는데, 페루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라고 합니다. 나무 아래 모여서 돌멩이를 의자 삼은 아프리카 공소에서는 개나 염소는 물론 맞은편 나무 아래 앉아 쉬고 있는 비신자들까지도 교회 안에 들어와 있었습니다. 하늘이 천장이고, 땅이 바닥인 크나큰 성전의 주인이신 하느님은 그토록 크심에도 우리를 만나러 와 주시는 분이었습니다. 다른 이유에서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우리를 그렇게 여기시기에 모두는 특별했고, 선교지에서 새로운 씨앗으로 무르익어 갔을 것입니다.

몇 년을 살았고, 어떤 일을 했든, 어떤 이유나 모습으로 돌아왔든지 하느님께서는 한 사람이 새로운 씨앗으로 무르익을 시간을 주셨고, 이를 어느 곳에서든 퍼트리며 살아가기를 원하실 것 같았습니다. 그 씨앗이 꽃일지 나무일지, 어떤 색과 향일지, 어떤 쓰임, 재료가 될지는 모르지만 하느님께서는 알고 계시겠지요. 짧지만 긴 여정을 함께 한 이들, 준비팀과 그룹원들은 하느님 나라라는 선교지에서 만난 고향 친구들처럼 느껴졌고, 이들과의 수다는 우리가 갔던 곳과 지금 있는 곳이 같은 곳이었음을, 그리고 우리가 함께 다음 산으로 오르는 동행자들임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이런 저희들의 마음을 따끈따끈한 시어로 표현해준 한 수녀님의 시로 후기를 마쳐봅니다.

 

그림이 살아 춤을 추다

박순례 카타리나(사랑의 씨튼 수녀회)

 

신비한 안개를 헤치고 들어가

크레파스와 종이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눈다

때론 미풍으로 때론 세찬 바람 타고

타임머신의 옷을 입자 시간의 언어들이 일어선다

꿈틀 꿈틀 말들이 살아난다

가슴에 고인 호수의 일렁임이 폭포수 되어

차마 하지 못했던 말들 맘껏 쏟아내고

무겁게 닫혔던 돌들이 치워지자

희망찬 빛이 자리를 잡는다

어둡고 곰팡내 나는 칙칙한 동굴에서

나오너라, 나오너라

그를 위한 기도에 숙연해지고

그에게 내미는 손길에 마음이 헹구어진다

그냥 옆에만 있어도 전해지는 천리 향 마음 길

아, 그랬구나 그랬었구나

등 뒤에 토닥 토닥 ‘사랑한다 힘내라’

맑은 기도가 알알이 박혀 춤을 춘다

나는 너로

너는 나로 스며들고

너의 손을 잡고 다시 일어선다

선물 같은 시간 여행에 숨을 불어 넣는다

살아나라, 살아나라

내 삶의 자리에 내려 앉아

또 하나의 이야기가 되고

그의 가슴에 뿌리 내려 생명을 키운다

씨앗이 되어라, 씨앗이 되어라

어제를 날리고 오늘을 꼭꼭 심는다

감사의 실타래 하얗게 뽑아 올려

‘나를 따르라’는 그분의 그물에 내어 맡긴다

선물이 되어라, 선물이 되어라

 

2021. 5. 21 해외선교사 귀국 프로그램을 마치며

 

이 시간을 허락해주신 하느님과 수도 공동체,

프로그램 진행을 위해 애써주신 모든 분들과

함께 했던 우리 그룹들에게 감사의 마음 담아 이 시를 바칩니다.

골롬반 선교사들의 이야기를 이웃에게 들려주세요.

제목

Go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