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시기에 읽는 [서 로벨또 신부의 생명 이야기] #2 돈

2023-09-12T18:36:02+09:00

#2 돈

사실 옛날부터 돈이 있었다. 물건을 교환하는 것이 복잡해 물건 대신 여러 가지 화폐가 생겨났고 사용했다. 사람들은, 특히 돈 많은 사람은 다른 사람의 어려움을 이용해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았다.

하지만 옛날 사람들은 이자 받는 것을 부자연스러워한 것을 알 수 있다. 구약성서를 보면 여러 번 이자를 금했다. 특히 가뭄 같은 재해를 당한 농사꾼들에게서 이자를 받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신명기를 보면 7년마다 농사꾼의 빚을 탕감하라고 했다.

1308년도에 이탈리아 시인 단테는 걸작 『신곡』에서 지옥의 가장 낮은 자리에 고리대금업을 하는 사람을 두었다. 그는 육욕보다 돈 욕심을 더 나쁜 것으로 여겼다. 이러한 정신은 유다-그리스도교 전통뿐만 아니라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에도 스며들어 있다. 곧 사람은 자연의 산물이므로 자연을 본받고, 자연이 주는 원료로 생산품을 만들어 생존한다는 관점이다. 자신은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서 남의 비참함을 이용해 이자를 받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것이다.

16,17세기에 이르러 무역의 반경이 넓어졌다. 맨 처음에는 동아시아에서 향신료가, 소아시아에서는 비단과 카펫이, 드디어 새로 발견된 중남미에서는 은과 금이 세계 무대에 등장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은과 금은 돈을 만든다.

오늘날 우리는 참된 생태론적 접근은 언제나 사회적 접근이 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그러한 접근은 정의의 문제를 환경에 관한 논의에 결부시켜 지구의 부르짖음과 자난한 이들의 부르짖음 모두에 귀를 기울이게 해야 합니다.『찬미받으소서』 제49항

처음에 이 국제무역의 중심지는 네덜란드의 안트베르펜과 암스테르담이었다. 이 무역을 처리하기 위하여 자본이 필요했고 자본을 처리하기 위하여 은행이 생겨났다. 따라서 보험, 신용, 주식, 투자, 투기, 덤핑, 사재기, 사기, 사치, 경쟁, 이자가 줄지어 나타났다. 다시 말해 오늘날의 세계와 역사는 이렇게 태어났으며, 이와 같은 분위기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불행한 일이라고나 할까?

이 자본의 축적과 자본을 취급하기 위한 재정 제도와 기법에서 초대형 현대 자본주의의 꽃(?)이 피어났다. 이 자본주의는 재정 제도보다 더욱더 돈에 집착하는 것을 의미하게 되었다. 돈이 부의 기준이란 믿음이 생겨난 것이다. 욕심을 감춘 채 자본을 축적하는 사람은 전체 경제를 좋게 한다는 명목으로 돈의 축적을 정당화한다. 이 초대형 자본가는 돈 그 자체의 합법성을 믿고 투자와 유통으로 사회에 가치를 창출한다고 생각했다.

단테가 살았던 중세기는 돈을 자신을 낳지 못하는 하나의 물건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자본가는 이러한 태도를 거부하고 돈의 무한한 번식력에 대한 동적인 믿음을 가지게 되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투기를 잘하는 자본가에게 돈은 엄청나게 불어났다.

이들 자본가 중에 푸거라는 사람은 별명이 ‘그 부자’일 정도로 유명한 자본가였다. 푸거의 고향은 독일 아우크스부르크였는데, 그는 오스트리아 은광산을 독점하여 소아이사와 이탈리아 베니스 무역에 투기했고 나중에는 암스테르담에서 큰 재정가가 되었다. 그때 로마에서는 성베드로대성당을 완공하기 위하여 교회는 면죄부를 팔았는데 푸거에게 이 장사를 임대하기도 했다. 1519년도에 스페인의 카롤루스는 신성 로마 제국의 황제가 되기 위하여 푸거에게 엄청난 돈을 빌렸다. 그것은 황제 투표권을 가진 7명의 독일 영주에게 뇌물을 주기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종교개혁이 일어난 다음에는 독일에서 종교전쟁을 하기 위하여 푸거로부터 계속 돈을 빌렸는데 그 이자가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돈을 갚기 위하여 스페인을 중남미에서 나오는 금은 광산을 푸거에게 넘기게 되었다. 이후 푸거는 가난한 이탈리아에서 독일로 온 노동자들과 노인들을 위한 아파트촌을 지었고 열심한 천주교회 신자로서 ‘착하게’ 살다 죽었다.

그는 죽기 전 16여 년 동안 주주들에게 56퍼센트의 배당금을 주었다. 그것은 말 그대로 진짜 번식이었다! 그래도 이 번식을 위하여 유럽 사람뿐만 아니라 아시아, 아프리카(노예), 중남미 사람들이 얼마나 비참하게 살았는지는 하느님만이 아신다. 그러나 백년 만에 푸거에게 빚진 이들, 특히 카롤루스 황제 후손들의 파산으로 ‘그 부자’의 집도 파산했다.

몇 년 전에 상계동 철거민들이 즐겨 부르던 노래가 생각난다. “♬ 돈, 돈돈 돈에 돈돈 악마의 금전♩’ 그 돈이 번식하여 얼마나 사회를 좋게 하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칠레 골롬반 선교 지역ⓒ Alvaro Martinez SSC 알바로 마르티네스 신부(성골롬반외방선교회)

 

그리고 하느님 보시기에 참 좋았다서 로벨또 지음. 열린 출판사. 2001년.

서 로벨또(Robert Peter Sweeney) 신부
1935년 미국에서 태어났으며
성골롬반외방선교회에 입회해 1959년 사제품을 받았다.
1964년 한국에 파견되어 소록도성당, 전남 일로성당, 목포 연동성당, 전남 노안성당, 부산 금정성당 주임 신부를 지냈으며
광주대교구 대건대신학교 교수, 한국지부장을 역임했고, 농촌사목, 정의평화를 위해 애쓰다가 2000년 7월 29일 선종했다. 용인 성직자묘역 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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