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노엘 신부_엠마우스 여정 40년, 장애인 없는 교회가 “장애”를 가진 교회

장애인 없는 교회가 “장애”를 가진 교회

글  천노엘 신부

성골롬반외방선교회. 1956년 아일랜드에서 사제품을 받고 이듬해 한국에 와서 1981년까지 광주대교구에서 본당사목을 하였다. 1981년 지적장애인 공동생활가정인 ‘그룹홈’을 한국 최초로 시작하였고, 1985년 엠마우스복지관과 1993년 사회복지법인 무지개공동회를 설립하여 장애인도 사회 중요한 구성원으로서 지역사회 안에서 일하며 생활하는 시스템을 마련하였다. 2016년에 대한민국 정부는 장애인 인권과 사회복지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천노엘 신부에게 한국 국적을 수여하였다. 올해 사제수품 65주년, 엠마우스 40주년을 맞았으며, 한결같이 장애인들과 함께 즐겁게 지내고 있다.

1981년 ‘세계 장애인의 해’에 저는 수용시설에서 살아왔던 발달장애인 한 명과 자원봉사자 한 명과 함께 광주 시내 일반 주택에서 한 식구로서 살기 시작하였습니다. 이것이 한국에서 첫 번째로 설립한 그룹홈(Group Home: 발달장애인 공동생활가정)입니다.

엠마우스 공동체 초창기 성탄미사(1980년대 초). 사진 제공: 사회복지법인 무지개공동회

이 시기 보건복지부는 그룹홈, 지역사회 중심서비스, 탈시설화, 정상화 원리와 같은 용어를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학계나 의료계 전문가들은 저에게 지역사회 속에, 게다가 일반 가정집에 발달장애인이 사는 것은 한국 사회에서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며, 그것은 한국 문화에 반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교회 신자를 비롯하여 많은 사람이 천노엘 신부가 정신이 약간 이상해진 것이 아닌가 하였습니다.

그때만 해도 장애인을 묘사하는 용어는 끔찍했습니다. “-이”를 붙여 소위 정상이 아닌 이질적인 사람을 지칭하는 용도로 사용했습니다. 절름발이/ 벙어리/ 귀머거리/ 멍청이/ 바보/ 백치 … 이런 단어가 스스럼없이 쓰였으며, 병신 육갑하네/ 봉사 문고리 잡기/ 봉사 잠자나 마나/ 대대 곱사등이 같은 속담이 일상적으로 쓰이던 시절이었습니다.

1980년에 서울 가톨릭대학교가 장애인 3명의 입학 신청을 거부했다는 기사를 읽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다행히 김수환 추기경께서 요청한 재심에 따라 뒤늦게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80~90년대 많은 주교들께서는 장애인을 위하여 사회로부터 격리된 대형 수용시설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주교님들의 의도는 선한 마음에서 나왔으리라 생각합니다만 그 결과는 신자들에게 장애인은 지역사회가 아닌 대형 수용시설에 사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게 하는 데 나쁜 영향을 끼쳤을 것입니다.

성목요일 미사. 사진 제공: 사회복지법인 무지개공동회

그 당시 성당에 열심히 다니던 교우 한 분이 교통사고로 휠체어를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성당에 장애인 편의시설이 없다 보니 결국 시설이 갖춰진 예배당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교회가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을 설치하는 등 예언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 일은 지방 정부가 먼저 시작했습니다. 오랫동안 교회는 장애인에게 인간다운 대우를 해주는 일을 소홀하게 여겨왔습니다.

장애인에 관한 관심은 예수님의 탁월한 사목 중 하나였습니다. 세례자 요한이 감옥에 갇혔을 적에 신앙의 위기를 겪었습니다. 그는 나자렛 예수님이 그들이 기다렸던 메시아인지 의심했습니다. 요한은 그리스도께서 하신 일을 감옥에서 전해 듣고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자기 제자들을 예수님께 보내어 “오시기로 되어 있는 분이 바로 선생님이십니까? 아니면 우리가 다른 분을 기다려야 하겠습니까?”라고 묻게 하였습니다. 예수께서는 그들에게 이렇게 대답하셨습니다. “너희가 듣고 본 대로 요한에게 가서 전해라. 눈먼 이들이 보고 다리저는 이들이 제대로 걸으며 나병 환자가 깨끗해지고 귀먹은 이들이 들으며, 죽은 사람이 되살아나고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이 전해진다”(마태 11,2-5). 예수님께서는 메시아이신 당신 존재를 보여 주시는 방법으로 장애인을 치유하고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는 방법을 택하셨습니다.

교회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장애인보다 장애인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교회입니다. 장애인을 버린 교회는 장애를 가진 교회입니다.

부활성야 미사 중 빛의 예식.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전례 봉사에 능동적으로 참여한다. 사진 제공: 사회복지법인 무지개공동회

1980년대와 비교하면 지금은 하늘과 땅만큼이나 변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저는 이제 교회가 장애인을 배제하는 부정적 시각에서 깨어나기 시작했다는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매우 좋은 징후를 볼 수 있습니다. 새로 지어진 모든 성당은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고, 오래된 성당은 재정적 부담을 느끼면서도 편의시설을 설치하고 있습니다. 여러 교구에는 발달장애인을 위한 주일학교가 생겼습니다. 일부 신학대학 교수 신부들은 신학생들이 훗날 사제가 되어 장애인을 위한 사목을 할 수 있도록 양성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많은 장애인들이 소속도 참여도 없는 존재라고 느끼고 있습니다. 그들이 온전한 시민이 되지 못하게 방해하는 많은 것들이 여전이 존재합니다. 우리의 관심은 그들을 돌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시민사회와 교회 공동체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이는 까다롭고 고된 여정이지만, 모든 이가 유일하고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고유한 사람임을 인식할 수 있는 양심의 형성에 점점 더 이바지하게 될 것입니다. (…) 반복하겠습니다. 장애 때문에 차별받는 이들에게 목소리를 주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회칙 『모든 형제들』 제98항

엠마우스 산업 직원들과 천노엘 신부가 창고 증축 축복식을 하고 있다. 이곳은 발달장애인들이 사회 일원으로서 경제 활동을 하는 그들의 일터이다. 사진 제공: 사회복지법인 무지개공동회

그룹홈 가족들과 삼겹살 파티. 사진 제공: 사회복지법인 무지개공동회

현재 장애인을 위한 정부 정책에는 탈시설화와 지역사회 중심서비스가 있는데, 이는 매우 복음적인 정책이며 박수를 받아야 할 일입니다. 그렇지만 그룹홈에 살더라도 사회 참여가 없다면, 또 다른 작은 시설에 갇히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씀대로 장애인들이 “시민사회와 교회 공동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코로나19 이후 교회는 급진적 변화가 있어야만 쇄신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교회는 장애인의 외침에 응답하고, 장애인들이 사회와 교회에 통합되도록 돕는 데 지대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쇄신은 교회에게 주어진 무시할 수 없는 도전입니다.

그룹홈에 사는 엠마우스 가족과 천노엘 신부. 광주광역시 북구 소재 아파트에 있는 이 그룹홈은 장애인들이 지역 주민과 이웃으로서 더불어 살아가는 보금자리다. ⓒ성골롬반외방선교회

『골롬반선교』 2021년 여름가을호(통권 제119호) 6~9쪽

By |2021-10-25T10:22:01+09:002021-10-25|골롬반 소식|0 댓글

골롬반 선교사들의 이야기를 이웃에게 들려주세요.

제목

Go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