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해외선교를 앞두고_이정락 신학생

2022-10-07T11:54:49+09:00

첫 해외선교를 앞두고

글  이정락 베라노 신학생
성골롬반외방선교회 유기회원. 대구 출신이며 2017년에 입회하여 서울 대신학교에서 공부하였고 2020년에 첫 서약을 하였다. 올해 남미지부 페루로 첫 번째 선교 발령을 받아 8월 초 리마에 도착, 약 2년간의 선교 생활을 시작하였다.
『골롬반선교』 2022년 여름가을합본호(통권 제122호) 26~27쪽

만남 안에서 삶을 배우기
골롬반 신학생들은 신학교 학업 외에도 하느님 안에서 자신을 인식하며 발전해 나가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하고 있습니다. 그중 심리 상담과 그룹 작업에서는 삶 속에서 발생하는 사건과 이슈를 바라볼 때 나의 감정, 태도, 욕구 변화 등을 이야기 나눕니다. 각자가 지닌 사고 패턴, 행동 유형, 의식과 무의식적 방어 기제를 알게 되는 이 과정을 통해 서로의 성장을 돕고 있습니다. 이러한 나눔은 내적 외적 정화와 쇄신의 기회로써, 나약함으로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설 힘을 키워줍니다. 저희는 또한, 매주 선교 실습도 하고 있습니다. 갖가지 어려움을 겪으며 사는 분들을 만나 시간을 함께 나누는 것인데, 선교 활동이라고 말하기는 하지만 다양한 사람과 만남 안에서 삶을 배우는 장입니다.

지난 학기 때 저는 홀로 사시는 어르신들께 도시락을 전해드리는 활동을 하였습니다. 그곳에서 한 어르신을 만났는데, 그분께서는 선의로 저에게 조그마한 것이라도 나누어 주려고 하셨습니다. 저는 거절하고 사양했습니다. 그런데 그 모습을 옆에서 보시던 봉사자 자매님이 “로마에 왔으면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라고 하셨고, 그제야 저는 어르신이 주시는 것을 감사해하며 받았습니다. 그때 저는 한국인으로서 (한두 차례 거절하고 사양하는) 습관이 저에게 있다는 것을 새삼 보게 되었습니다. ‘아, 만약 지금 여기가 선교지(페루)라면, 내 방식을 추구하기보다 그곳 방식에 따르는 것이 합당할 텐데!’ 하는 생각이 불현듯 스쳐 지나갔습니다. 저는 다른 이를 내 생각과 방식에 맞추려 하지 않고, 새롭게 마주한 곳에 사는 사람들의 문화를 이해하며 그곳 방식에 발맞춰 살아야겠다고 다짐하였습니다. 이 성찰과 함께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요한 1,14) 인간에게 먼저 다가오신 하느님의 모습을 묵상하게 되었고,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만나시는 그 사람의 방식으로 ‘동화’되어 ‘사랑을 하신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사랑하면 닮는다”는 말처럼, 각자가 표현하는 사랑의 방식에 서로 “동화”되어야 함을 절감하였습니다.

두려움에서 희망으로
지난 1월에 저는 남미 페루로 발령받았습니다. ‘과연 낯선 선교지에서 잘 살 수 있을까?’라는 질문과 함께 찾아온 두려움과 막연함은 ‘죄 많은 내가 선교한다는 것이 합당한가?’라는 물음으로 이어졌습니다. 두려움이 커지면서 자신을 부족하고 나약하다고 여기는 어둠의 늪에 빠져들어 사순시기 내내 고통스러웠습니다. 이 시간 동안 저는, 죄를 지었지만 회개한 베드로와 반면에 죄를 짓고 나서 스스로 정의로운 심판관이 되어 자신을 단죄한 유다를 생각하며 깊이 묵상하게 되었습니다. 비슷한 삶인 듯하지만 전혀 달랐던 두 제자의 생애를 바라보는 동안 하느님께서는 제가 스스로를 단죄하지 않고, ‘죄’를 지었던 바로 그 자리에서 당신을 만나기를 기다리시며, 용서와 사랑의 힘으로 당신을 따라 살기를 바라신다는 것을 알려 주셨습니다. 이 묵상에서 저는 하느님께서 예수님과 성모님의 손을 잡고 제 마음의 문을 열어 방문해 주시는 듯한 체험을 하였습니다. 이 체험으로 하느님 현존에 대한 인식과 하느님을 향한 사랑이 깊어졌으며, 선교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보다는 희망과 열정이 자라게 되었습니다.

은총을 청하며
하느님을 따라 살고자 하는 저는 부족하기에, 하느님께서 더 큰 은총을 부어 주고 계신다는 것을 양성 과정 안에서 체험하며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하느님께 사랑받고 있음을 느끼는 것만으로는 그분을 따라 살기에 부족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하느님의 사랑이 제 영혼을 움직이실 수 있게 비움의 자세를 늘 취해야 함을 느낍니다. 어쩌면, 사랑이 제 영혼을 움직이시도록 만들겠다고 하기보다는 하느님의 사랑을 이미 받고 있기에 당연히 그분을 사랑하고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 맞는 표현일 것입니다.

골롬반 성인은 스스로 “치유받은 치유자”라고 칭하였습니다. 하느님께 큰 사랑의 치유를 받고 그 사랑으로 치유하는 삶을 살았기 때문입니다. 저 또한 하느님의 사랑으로 살아가기를 청합니다. 하느님을 따라 걷는 여정에서 우리를 넘어지게 하는 어둠의 세력이나 악마뿐 아니라, 삶의 순간순간에 사랑을 선택하지 않거나 사랑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나약한 태도에 빠지지 않아야 함을 상기하면서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은총을 청합니다.

첫 서약을 할 때(2020년) ⓒ성골롬반외방선교회

전통에 따라 첫 서약식에서 십자가를 건네 받은 필자 ⓒ성골롬반외방선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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