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신문] 순교 핏방울 알알이 구원의 열매 맺으리라

2013-12-23T09:50:47+09:00

작성자: 관리자등록일: 2013-12-23 09:50:00  조회 수: ‘5742’

*** 2013년 12월 22일 「평화신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 

 

[정전 60주년 기획] 순교 핏방울 알알이 구원의 열매 맺으리라

‘6ㆍ25 순교자 믿음이 서려있는 아름다운 성당’ – <14 ㆍ끝> 목포 산정동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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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포 유달산 기슭에 자리하고 있는 산정동성당은 형식주의 탈피 바람이 불던 1960년대 대표적 한국 성당 건축물로 평가받고 있다. 사진출처= 「순교의 맥을 찾아서」

 

 

 

목포 산정동본당(옛 이름 목포본당)은 전남 지역 첫 선교지이며 광주대교구 첫 본당이다. 산정동본당은 목포항 개항과 연륜을 같이한다. 1897년 목포항이 개항할 때 신설된 산정동본당은 오로지 조선교구장 뮈텔 주교의 사목적 혜안으로 태동한 본당이다. 뮈텔 주교가 이곳에 본당을 설립한 것은 목포가 우리나라 남서단의 교통요지며 어업기지였기 때문이다. 개항 당시 산정동엔 10가구가 겨우 마을을 이루고 있을 만큼 한적한 곳으로 신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초대 주임 드예 신부는 유달산 기슭 산정동 일대 1만 1570㎡ 땅을 사들여 성당과 사제관을 짓고 1909년까지 본당 신자수를 300명으로 늘렸다. 목포 산정동본당은 1911년 대구교구(당시 대목구)가 설정된 이후에는 교구 내에서 대구 계산동, 전주 전동 다음으로 큰 본당으로 성장했고, 1934년 전남감목대리구, 1937년 광주지목구 설정 후 교구청과 주교좌성당이 됐다.

목포 산정동성당에는 성골롬반외방전교회 소속인 제4대 광주교구장 패트릭 브렌난 몬시뇰과 본당 주임 토마스 쿠삭 신부, 보좌 요한 오브라이언 신부의 순교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순교비에는 “인내는 바다같이 수량을 지니고 오로지 임을 향한 일편단심 하루같이 쌓아올린 성탑이여 하늘의 천사도 날개 접고 절하리”라는 애절한 추모시가 새겨져 있다.

6ㆍ25전쟁 발발 후 한 달여 만인 1950년 7월 24일 인민군은 목포를 함락했다. 여러 차례 피난을 권유받은 브렌난 몬시뇰은 산정동본당 사목자들과 함께 성당을 지켰다. 이들은 7월 30일 간첩 혐의로 체포돼 목포 경찰서 유치장에 갇혔다. 며칠 후 세 성직자는 광주교도소로 이송됐다.

유엔군의 반격으로 목포에서 퇴각할 무렵 인민군은 칼과 권총을 가지고 시내를 배회하며 시민들을 무차별 죽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목포 시내 천주교 신자 중 1500명의 명단을 작성해 학살할 계획을 세웠다. 제5대 광주교구장 현하롤드 주교 증언으로는 인민군이 신자 49명을 주교관 차고에 가두고 기름을 뿌려 불태워 죽일 준비를 했다고 한다. 다행히 국군의 목포 상륙으로 이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

광주교도소에서 세 성직자는 지급된 담요를 다른 수감자들에게 양보하고 노래를 불러주며 희망을 잃지 않도록 격려했다. 9월 중순까지 광주교소도에 있던 이들은 인민군이 유엔군에 밀리면서 다시 충남도당 정치보위부 본부와 수용소로 징발된 대전 목동 작은 형제회 수도원으로 강제 이송됐다. 세 성직자는 수도원 입구 왼편 마루방에 민주 진영 인사와 평신도 지도자들과 함께 감금돼 있었다. 이후 9월 26일부터 28일 새벽 사이 세 성직자는 1000여 명의 수감자와 함께 학살됐다.

목포 산정동본당은 1953년 5월 ‘레지오 마리애’를 한국에 처음으로 도입, 한국교회 성모신심의 못자리가 됐다.

지금 성당은 제20대 본당주임 브라질 신부가 549㎡ 규모의 성당과 149㎡ 크기의 사제관을 지어 1966년 5월 29일 봉헌했다. 성 미카엘 대천사가 수호성인인 산정동성당은 콘크리트조 단층 건물로 내외벽이 흰색 칠로 마감돼 있다. 1960년대 이후부터 한국 성당 건축에 등장하기 시작한 탈형식주의가 가미돼 장방형 라틴 십자가 모양의 전통적 성당 건축양식에서 벗어나 일자형으로 지은 것이 특징이다. 또 내부 공간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기둥을 없앴고, 제단에도 제대와 십자가만 꾸며놓을 만큼 단순화해 단아하고 소박한 절제미를 보여준다.

본당 설립 100주년을 맞아 산정동본당은 성당 구내에 ‘목포 선교 100주년 역사관’과 ‘한국 레지오 마리애 기념관’을 1998년 5월 봉헌했다.

목포 산정동 옛 성골롬반병원 부지에는 ‘성미카엘대성당’을 새로 짓기 위해 2011년부터 공사 중이나 자금부족으로 주춤하고 있다.

 

 

리길재 기자 teotokos@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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