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신문] [정전 60주년 기획] 전쟁 상흔 딛고 신앙 밝히는 ‘바다의 별’

2013-11-29T11:14:13+09:00

작성자: 관리자등록일: 2013-11-29 11:14:33  조회 수: ‘5275’

*** 2013년 11월 24일 「평화신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 

 

[정전 60주년 기획] 전쟁 상흔 딛고 신앙 밝히는 ‘바다의 별’

‘6ㆍ25 순교자 믿음이 서려있는 아름다운 성당’ – 13. 동해 묵호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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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아하면서도 세련미를 더한 묵호성당은 고난과 박해를 견디며 교세를 키워온 본당 신자들의 보금자리이다. 평화신문 자료사진

 

 

 

지난 1980년 강원도 명주군 묵호읍과 삼척군 북평읍이 합쳐져 이뤄진 동해시 발한동 232번지 일대 너른 부지 위에 서 있는 묵호성당은 모든 이에게 희망과 사랑을 전하는 등대 같은 ‘바다의 별’ 성모님을 수호성인으로 모시고 있는 아름다운 성당이다.

 

묵호 땅에 복음이 처음 전래된 것은 1931년 강릉 옥계에서 이주해온 하경연(요셉)에 의해서다. 이후 1934년 홍요한, 전아우구스티노 등의 전교활동으로 신앙공동체가 형성됐다. 1940년에 강릉 임당동본당 관할 공소로 설정된 묵호공소는 묵호진리 세관 뒤편 언덕(현 묵호진동 15번지) 일본식 가옥을 매입, 성당으로 사용하다 1948년 본당으로 승격됐다.

 

묵호본당은 1950년 6ㆍ25전쟁이 발발하면서 바로 쇠퇴의 길로 들었다. 당시 묵호본당은 제2대 주임 성 골롬반외방선교회 출신 패트릭 레일리 신부가 사목하고 있었다. ‘라바드리치오’란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레일리 신부는 1915년 아일랜드에서 출생해 1940년 사제품을 받은 후 1949년 3월 묵호본당 제2대 주임으로 부임했다.

 

6ㆍ25전쟁 발발과 동시에 인민군 육전대 병사 1800여 명은 동해안 옥계, 정동진, 금진 지역에 기습 상륙, 그날 묵호를 점령했다. 묵호 축항사무소(현 동해지방해운항만청)에 근무하던 최창환(요셉)씨가 배를 구해 레일리 신부를 찾아가 피난을 간곡히 권유했다. 하지만 레일리 신부는 “양들을 버리고 목자가 혼자 도망할 수 없다”며 그의 제의를 거절했다. 레일리 신부는 묵호성당이 인민군에게 징발되자 묵호읍 만우리에 있던 남봉길(프란치스코) 전교회장 집에 잠시 피신해 있다가 남 회장과 함께 체포됐다.

 

레일리 신부는 1950년 8월 29일 강릉으로 끌려가던 도중 묵호에서 10㎞가량 떨어진 강릉시 옥계면 밤재 철도굴(현 고속도로 동해 제2터널)에서 피살됐다. 후베르토 신부는 “레일리 신부를 비롯한 포로들이 밤재굴 근처에 다다랐을 때 아군 전투기가 나타나 기총소사를 하자 공포에 질린 인민군들이 포로들을 밤재굴에 집어넣고 학살했다”고 증언했다. 후베르토 신부는 이어 “레일리 신부 시신은 해군 장교 신자에 의해 산속에 가매장됐다가 국군과 유엔군이 묵호를 재탈환한 직후 한국인 군종신부가 거두어 춘천교구 주교좌 죽림동성당으로 옮겼다”고 덧붙였다. 레일리 신부의 장례미사는 1951년 10월에 가서야 치러졌다.

 

주임신부를 잃은 묵호본당은 1950년 8월 이후 거의 폐쇄된 상태로 방치됐다. 그러나 신자들은 사제가 배속되지 않았어도 더욱 열심히 신앙생활을 이어나가 1954년 다시 삼척본당 관할 공소가 됐다. 이후 1957년 6월 춘천대목구장 퀸란 주교가 현재의 성당 건물을 준공하면서 7년 만에 본당으로 복귀했다.

 

묵호본당은 본당 복귀 당시 신자 수가 30여 명에 불과했지만 2년 만에 500여 명에 달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묵호본당 신자들이 고난과 박해를 견디며 교세를 키워나갈 수 있었던 것은 고딕 건축양식의 아름다운 성당이 한 버팀목이었다. 말 그대로 묵호성당은 영육으로 지친 본당 신자들의 쉼터였고 보금자리였다.

 

건평 386㎡의 1층 철근콘트리트 구조의 자그마한 중세고딕 양식 건물인 묵호성당은 반세기 넘게 모습 그대로를 고스란히 간직한 채 살아 숨 쉬고 있다. 강릉 임당동성당을 지은 중국인 신자 가(賈)씨가 공사를 맡아 지은 묵호성당은 단아하고 소박한 건축미와 아치형 창문 장식의 통일된 세련미를 더해 고향 집을 찾는 듯 포근함을 안겨준다. 또 새 단장한 성당 내부는 마룻바닥에 2열 신자석, 파스텔 색조의 십자가의 길 14처, 제대 중앙을 가득 채우는 십자가 등으로 꾸며져 세심하게 공들인 모습을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리길재 기자 teotokos@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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