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신문] 평신도선교사 부부 1호

2008-09-09T20:31:49+09:00

작성자: 관리자등록일: 2008-09-09 20:31:13  조회 수: ‘8340’

 

** 아래 글은 2008년 6월 8일 973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

‘칠레로 떠나는 박정호 김규희 평신도선교사 부부 1호’

지구 반대편으로 가난한 예수님 만나러 갑니다.

성 골롬반 외방 선교회에서 선교사 교육을 받은 사제와 부부 선교사가 이달 선교지 페루와 칠레로 떠난다.
사제생활을 한 지 20년이 되는 신부가 현지 보좌신부를 자청한 것도 그렇고, 부부가 함께 선교사로 떠나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지구 반대편 남미 대륙에서 선교의 씨앗을 뿌리고자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출발을 앞둔 이들을 만나봤다.

“부부가 같이 활동하니까 아무래도 든든하겠죠? 부부 사이에도 경쟁심이 있답니다. 그래서 선교하는 데 힘을 더 받을 것 같아요.”(웃음)
15일 칠레로 떠나는 성 골롬반 외방 선교회 평신도선교사 박정호(스테파노, 32, 마산교구 진해시 중앙동본당)ㆍ김규희(베로니카, 29)씨 부부는 “막상 출발하려니 떨리기도 하지만 모든 것을 하느님께 맡긴다”며 “지금까지 받은 사랑을 어려운 이들과 나누는 하느님의 충실한 도구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 결혼 전부터 부부 선교사에 관심

지난 1년간 서울 동선동 골롬반 평신도선교사의 집에서 선교사 교육을 받은 부부는 성 골롬반 외방 선교회가 배출한 첫 번째 부부 선교사. 부부는 “더 많은 부부가 선교사를 지원하도록 하기 위해선 첫 부부 선교사로서 모범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며 첫 번째 부부 선교사가 갖는 책임감을 숨기지 않았다. ‘걱정 반, 설렘 반’이라는 부부의 표정은 그래도 설렘 쪽에 훨씬 더 가깝다.
둘 다 유아세례를 받고 어릴 때부터 신앙생활을 열심히 해온 부부는 남편이 진해에서 근무하는 동안 다닌 중앙동성당에서 만나 2004년 2월 결혼했다. 부부가 선교사에 관심을 가진 것은 결혼 이전부터다. 연애를 하면서 어떤 삶이 진정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에 대해 대화를 나누던 커플은 우연찮게 선교사의 길을 알게 됐고, 결혼한 이후에도 선교사에 대한 관심은 계속 이어졌다. 한마디로 코드가 맞았던 것이다.
모든 것을 접고 선교사가 되기로 작심한 부부는 선교사 교육을 받으면서 많은 것을 체험했다. 선교사로 나가지 않더라도 교육을 통해 스스로 변화된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고 할 만큼 많은 것을 얻었다.
“저 자신을 새롭게 발견하는 시간이었죠. 나도 모르는 내면의 상처를 발견하고 보듬을 수 있었지요. 다른 사람들을 돌볼 수 있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남편)
“성당에는 열심히 다녔지만 사실 하느님을 잘 몰랐습니다. 이곳에서 막연한 하느님이 아니라 저와 함께 하시는 하느님을 느낄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아내)

# 가능하다면 평생 선교사의 길로

부부의 부모는 자칫 세상 물정 모르는 행동으로 비칠 수 있는 이들의 결단을 말리지 않았다. 멀리 떠난다고 하니 서운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이들의 선택을 격려하고 축복했다. 부부는 부모와 주변의 따스한 배려가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아직은 아이가 없지만 선교지에서 아이가 생길 경우 어떻게 키워야 할지도 큰 문제다.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칠레에서 활동하는 외국인 평신도선교사 중에 현지에서 자녀를 키우는 부부가 있다고 하니 일단 현지에 가서 부딪혀볼 생각이다.
칠레에서 임기는 일단 3년이다. 현지에서 6개월 정도 스페인어를 배운 뒤 선교활동에 본격 나설 예정인데, 확정된 것은 없지만 도시 빈민들을 위해 일할 가능성이 크다. 칠레에 한국인 평신도선교사를 파견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부부는 가능하다면 평생 선교사 길을 걷고 싶다.
“지금까지 하느님과 주위로부터 너무나 많은 것을 받고 살았어요. 현지에서 많이 배우고, 또 저희가 발견한 하느님을 전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좀 더 많은 평신도들이 하느님 사업에 적극 투신하기를 기대한다는 부부는 “뜻맞는 사람끼리 만나 결혼하고 선교사로 나선 것이 ‘성소’가 아니고 무엇이겠냐”면서 서로의 손을 꼭 잡고 활짝 웃었다. 남정률 기자 njyul@pbc.co.kr
사진=백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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