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신문] “해외 선교사, 끊임없는 자기진단 필요하다”

2015-06-16T15:11:38+09:00

작성자: 관리자등록일: 2015-06-16 15:11:34  조회 수: ‘3552’

*** 2015년 6월 14일 「평화신문」 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 

 

칠레 선교사 활동 마치고 귀국한 골롬반회 김종근 신부

 

“해외 선교사, 끊임없는 자기진단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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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메리카 칠레에서 20여 년 동안 선교사로 활동했던 김종근(성골롬반외방선교회) 신부가 지난 5월 한국으로 돌아왔다. 새로 받은 소임은 선교회에서 발행하는 소식지 「골롬반 선교」 담당 신부다. 3일 서울 성북구 선교회 한국지부에서 만난 김 신부는 “선교지에서 배우고 느낀 것들을 한국 교회와 나누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느꼈는지 물었다. 김 신부는 칠레 수도 산티아고 근처 빈민가와 원주민 보호구역에서 가난한 이들과 함께 살았다. 그는 “그곳 형제ㆍ자매들은 물질적으로는 가난할지 몰라도 정신적으로는 풍요롭다”며 원주민 보호구역에서 선교 활동을 할 때 있었던 일을 들려줬다.

 

“원주민들은 지인이 세상을 떠나면 관 앞에서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앉아 있다가 돌아가요. 조문하려고 몇 시간 동안 걸어와서 앉아만 있다가 돌아가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죠. 가만히 앉아 있는 것보다는 기도하는 게 낫겠다 싶어 제가 연도와 비슷한 기도를 만들어서 원주민들에게 같이 하자고 했어요. 기도를 바치면 그래도 뭔가 한 것 같잖아요? 그렇게 몇 번을 했는데, 어느 날 ‘사건’이 생겼어요.”

 

한 공소회장의 장례식장이었다. 빈소에 도착한 김 신부는 기도를 시작하려고 했다. 하지만 유가족들은 “오늘은 기도하지 말아 달라”고 정중하게 부탁했다. 김 신부는 “신부가 몇 시간을 걸어와서 기도를 해주겠다는데 이럴 수가 있느냐?”며 불같이 화를 냈다. 유가족도 “조용히 있고 싶으니 분탕질을 하지 말라”고 맞받아쳤고, 김 신부는 결국 가만히 앉아있다가 돌아왔다. 며칠이 지나도 화가 가라앉지 않았다.

 

얼마 후 다른 신자가 유가족이 김 신부에게 기도를 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한 이유를 넌지시 알려줬다. 그는 “원주민들은 오랫동안 조용히 앉아서 고인과의 소소한 추억을 되새기고, 고인에게 잘못한 일이 있으면 용서를 청한다”면서 “하느님께 친구를 영원한 생명으로 이끌어 달라고 기도한다”고 설명했다.

 

김 신부는 망치로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다른 사람들은 고인과 조용히 대화를 나누며 추모하고 있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김 신부만 성가를 부르고, 묵주기도를 바치면서 ‘뭔가 해야 한다’고 생각을 한 것이었다. 김 신부는 “내가 가져온 게 더 낫다는 오만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면서 “그 사건 이후로 다른 이들의 문화를 더 존중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신부가 선교사 생활을 시작할 당시 300명이 채 되지 않았던 한국 교회 선교사 수는 2014년 말 현재 978명(주교회의 교세통계 기준)으로 세 배 이상 늘어났다. 선교사로 활동하는 교구 사제도 90명에 이르고 있다. 200여 년 동안 ‘받는 교회’ 입장이었던 한국교회가 ‘나누는 교회’로 위상을 정립하고 있다. 김 신부는 “해외 선교사들은 끊임없는 자가진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초심은 흐려지고 요령은 늘어나는 걸 스스로 느꼈어요. 선교사들은 대부분 선교지에서 홀로 생활하기 때문에 잘못된 길로 빠져도 옆에서 충고해줄 사람이 없어요. 선교사들은 ‘내가 지금 제대로 살고 있는가’라고 스스로 질문을 던지면서 마음을 다잡을 필요가 있어요. 계속해서 깨우쳐 나가야 합니다.”

 

1990년부터 칠레에서 선교 실습을 한 김 신부는 1993년 사제품을 받은 후 산티아고 인근 빈민가 ‘라 핀타나’에서 선교사로 활동했다. 1998년부터 2002년까지 원주민 보호구역 ‘푸에르토 사베드라’에서 생활하다가 2003년 한국으로 돌아와 2007년까지 성소 지도신부, 선교센터 관장을 맡았다. 2007년 8월 다시 칠레로 파견돼 최근까지 활동했다.

 

 

임영선 기자 hellomrlim@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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