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선교체험 후기

2014-09-26T16:27:15+09:00

작성자: 성소국등록일: 2014-09-26 16:27:23  조회 수: ‘4031’

* 아래 글은 2014년 8월 19일~29일, 피지선교체험을 다녀온 강미르 군(고1)의 후기입니다.

   앞으로 골롬반 성소국에서는 다양한 선교체험을 준비할 예정이오니, 관심있으신 분들의 많은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

Ni sa bula vinaka (안녕하세요감사합니다)

강미르

저는 피지를 한 번도 가보지 못했지만 피지라는 이름은 저에게 왠지 모를 친숙감을 풍깁니다오 년 전 저희 집에서 홈스테이를 한 로세나 선교사님 때문일지도아니면 가끔 듣는 어머니의 경험담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한 가지 확실한건 피지가 저에게 낯선 국가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저는 피지에 대한 일종의 환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야자수가 드넓게 펼쳐져 있고 위를 보면 쪽빛 하늘에 기분이 아찔하고 옆을 보면 아득한 에메랄드빛 바다가 있는 파라다이스.’ 이런 환상 말입니다하지만 난디 국제공항에 도착하고 일정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하자 그런 환상은 얼마 안가 부서져 버리고 말았습니다물론 야자수와 에메랄드빛 바다가 없었다는 것은 아닙니다존재하나 우리나라 사진작가들이 찍어오는 사진과 거리가 멀뿐이었습니다.

부서져 내리는 환상을 다듬으며 피지 수바의 평신도 선교사의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저와 루카형은 신부님께서 말씀하신 타데루아 마을로 들어갔습니다가서 보니 창문을 교체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빈약한 팔을 가진 저는 도저히 녹슨 나사를 못 돌려서앉아서 작은 칼로 상자 까는 일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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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른쪽 두번째가 필자(강미르), 오른쪽 첫번째는 정의균 신부(골롬반회)

그 후 저희를 타데루아 마을에 안착시킨 이번 젊은이 선교체험의 리더 정의균 가롤로 신부님께서 미사를 집전하시고다시 다른 형들이 있는 마을로 가셨습니다신부님이 가시고 저희는 술루(Sulu)라 불리는 의상과 불라 셔츠를 입고 임베(돗자리위에 앉아 사람들이 해주는 환송식에 참여하였습니다다 끝나자 루카형은 먼저 들어가고 저는 남아서 밤새 사람들과 어울렸습니다저는 환송식이 끝나고 타데루아 사람들에게 ‘vinaka’(감사합니다)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을 정도로 그들의 친절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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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인도인 마을인 사코다 마을로 가는 날 사람들과 모여서 마지막 인사를 하는데말씀하시는 아저씨 한분이 눈물을 흘리셔서 깜짝 놀랐습니다사람에게 정을 쉽게 줄 수 있고 그 정이 진실할 수 있다는 것에 놀랐었습니다.

그렇게 타데루아에서 한차례 충격을 받고 사코다 마을로 향했습니다저에게 그곳은 여러 의미로 굉장한 곳이었습니다집이 울퉁불퉁한 컨테이너 철판으로 되어있어서 벽 모서리에는 7cm 정도 되는 구멍이 일렬로 나있고바닥은 나무인지 삐걱거리는 소리가 온 집안에 가득 차 있었습니다저는 그 광경에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했고 온갖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친절하게 말을 걸어주는 아저씨 말에 대답도 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더 놀라웠던 것은바닥의 잡음이 가득한 집 안에서 가족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이런 모습이 저에게 새롭게 다가왔습니다늘 가난한 이들과 함께 있어야 한다는 말씀을 들어온 저는 진정한 가난이 무엇인지 몰랐습니다눈으로만 보던 가난과 몸으로 느끼는 가난은 달랐습니다물론 제가 이 집에 머물면서 놀랐기 때문에 좀 과장된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하지만 저는 이때 가난을 머리가 아닌 몸으로 받아들였고그것에 놀랐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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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Ba) 성당에서 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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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신선한 충격을 뒤로하고 수바에 당도하여 한인미사를 하고(Ba) 성당에서 열린 다람 삼멜란 인도인 축제에 참석했습니다이곳에서 5월에 뵈었던 마스터를 다시 뵙기도 하고다른 사람들과도 어울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 후 와나나부 리조트로 이동하여 특별 미사를 드리고 마지막 목적지인 나발라(Navala) 마을로 향했습니다나발라 마을은 유명한 전통 마을인데 한국의 초가집처럼 전통가옥인 부레로 이루어진 마을입니다그곳에서는 가롤로 신부님을 비롯한 일행 전체와 한 집에서 머물렀습니다그곳에서 밤을 지내며 별이 쏟아진다는 표현이 무엇인지 비로소 깨달았습니다약간 과장해서 제가 여태까지 보았던 별을 다 합친 것보다 더 많은 별이 하늘에 흩뿌려져 있었습니다.

어느새 아침이 되어 간단하게 빵을 먹고 나가서 그들의 주식인 카사바라는 야채(?)를 캐는 작업에 참여했습니다저는 그 일에 재능이 없는지 아니면 일을 못하는 것인지 현지인들에게 방해만 되어서 정말로 미안했습니다한 일은 없지만 몸이 고단해서 다음 일정에 제대로 참여하지 못한 아쉬움도 많이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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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일이 있고 나니 어느새 아침이 되어 떠날 시간이 되었습니다시내로 나가는 나발라 마을 사람들과 우리처럼 23일 홈스테이를 했던 프랑스인 존과 함께바 시내로 가서 존은 버스 터미널에서 내리고 통베를 비롯한 두 명은 우리와 바 성당으로 갔습니다그리고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마리아 선교사님 집을 방문한 뒤다시 바 성당으로 와서 진짜 환송식에 참석했습니다그곳에서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며 피지의 마지막 밤을 보냈습니다이튿날 난디 국제공항에서는 카밀라 라는 경찰관이 끝까지 남아 우리를 배웅해주었습니다.

정말 잊지 못할 열흘이었습니다십칠 년이라는 시간을 살아오면서처음으로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이런 시간정말 행복했던 시간 중에서도 특히 사코다 마을에서 체험한 일이 제 마음 깊숙이 다가왔습니다삐걱거리는 바닥바퀴벌레와 지네가 기어 다니는 화장실구멍이 뚫려있는 벽까지그런 가난한 환경 속에서도 웃음이 끊이질 않던 가족을 보며 처음에 흠칫거렸던 제가 부끄러웠기 때문입니다저는 그곳에서 눈으로만 보던 가난을 몸으로 체험했습니다이 경험이 제가 앞으로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경험 중 하나라는 건 확실합니다.

비록 TV나 사진인터넷에서 보던 피지 휴양지는 가보지 못했지만, ‘리얼 피지에서 저는 행복했습니다글을 쓰다 보니 늘어지고 일기처럼 보이는 것은 아마도 기분 탓일 겁니다.

Ni sa bula moce(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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