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빛_지원사제 최우주 필립보 신부

희망의 빛

글  최우주 필립보 신부

서울대교구 소속이며 골롬반회 지원사제로 2012년 페루에 파견되어 리마에서 6년간 선교했다. 2019년에는 미국지부로 발령받고, 미국 엘패소와 멕시코 후아레즈를 오가면서 본당사목과 이민자들을 돕는 활동을 하고 있다.

루에서 선교할 때 멕시코를 방문한 일이 있었습니다. ‘와하까’라는 지역인데, 멕시코를 남북으로 잇는 기찻길이 놓여 있는 곳입니다. 기차가 향하는 마지막 역은 미국-멕시코 국경 작은 도시들입니다. 와하까에는 미국으로 향하는 중남미 이민 행렬인 ‘카라반( caravan)’에게 식사와 묵을 곳을 제공하는 이민자 숙소가 있는데 그때 저는 그곳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국경 도시까지 한 번에 가는 기차 노선이 없어 이민자들은 중간 기착지인 와하까에서 내려 기차를 갈아타고, 여정에 필요한 물품이나 약품을 구합니다. 기차를 타지 못해 먼 길을 걸어가는 이들도 있습니다. 기차에 어렵사리 올라탔다고 해도 기차 지붕에 매달려 가다보니 안전을 보장받기 어렵습니다. 행여 졸다가  추락할까 봐 혁대나 끈으로 자기 몸을 기차에 묶고 이동하지만, 떨어져 목숨을 잃거나 손이나 발을 잃는 경우도 생깁니다. 두 다리를 잃어 고향으로 되돌아 갈 수도, 보다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지도 못하는 한 남성의 모습이 아직도 제 뇌리에 남아있습니다. 어떤 이민자들은 중남미의 정글을 통과하는 길에서 마주친 주검들을 보고, 자신은 그렇게 죽고 싶지 않다며 절망과 다짐을 얘기하였습니다. 

한 이민자 어린이가 자신이 경험하고 목격한 것을 그렸다. ① 미국 내 국경 부근 불법 이민자 구금 시설. 인권 감수성이 낮다고 알려진 곳이다. ② 이민자들이 이용하는 기차. 달리는 열차에 올라타다가 또는 지붕에 있다가 떨어져 죽고 다치는 사고가 빈번해 “괴물”이라고 불린다. ③ 멕시코-미국을 가르는 국경 장벽과 강 ④ 강을 헤엄쳐 국경을 건너가는 가족

어쩌면 현재 미국-멕시코 접경 도시인 엘패소-후아레즈로 저를 이끈 것도 그때의 첫 인상과 느낌 때문이었는지 모릅니다. 이민자들이 그토록 가고자 하는 “약속의 땅”에서 무엇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했고, 골롬반 선교가 미국-멕시코 접경 도시에서 어떻게 이루어지는 직접 보고 느끼고, 함께 하고 싶었기에 이곳에 오게 되었습니다.

국경까지 온 이민자들이 미국 입국에 필요한 서류 접수를 위해 검문소 앞에서 노숙하며 기약 없이 대기하고 있다.

실상 이민자들의 삶은 결코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미국 정부의 반이민 정책과 국가 안전을 위시하여 국경의 장벽을 더 높이 세우고, 국경 순찰대가 점차 군인들처럼 무기와 장비를 더 많이 구축하고 있습니다.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듯 미국으로 들어가는 길은 비좁습니다. 지난 2년간 미국 정부의 행정명령으로 이민 내지는 난민 신청자들이 멕시코에서 대기해야만 했습니다. 갑자기 늘어난 이민자들로 인해 길거리에서 노숙하는 이들이 생겨났고, 이들을 노리는 범죄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코요테”라고 불리는 불법 이민 브로커들의 유혹이 강하게 손을 뻗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갱단들이 마약과 무기 밀수 밀매를 주로 했지만, 코로나로 인해 국경 통과가 어려워지자 이민자들을 갈취하고 불법 이민 브로커 사업에도 손을 댑니다. 골롬반 선교회가 사목하는 성당 주변에서도 불법 이민 브로커들이 허름한 집에 이민자들을 숨기거나 착취하다 발각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국경을 건너가는 과정에서 일어난 사건 사고로 목숨을 잃는 이들이 많이 있습니다. 미국에 입국하더라도 순찰대에 잡혀 결국 추방당합니다. 불법으로 미국 입국을 시도한 이들에게는 10년 동안 입국이 불허합니다.

국경을 넘다 목숨을 잃은 이들을 위해 매년 위령의 날에 미국과 멕시코 접경 지역에서 위령미사를 드린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도  희망의 빛이 있다면, 접경인 두 도시에 많은 사람들과 교회 단체들이 이들을 “환영”하고, “보호”하며, “동행”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한 이들을 위로하는 동시에 미국의 많은 자국민들에게 이민자들이 겪은 험난한 여정에 귀를 기울이도록 안내하며, 미국 이민정책의 현실을 자각하고 그에 맞는 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골롬반 선교 역시 이곳에서 한 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본당 관할 지역에 이민자들이 머물 숙소를 제공하고, 미국 엘패소와 멕시코 후아레즈에서 이민자 사목에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위령미사 후 멕시코 사제들과 골롬반회 윌리엄 몰튼 신부(왼쪽)와 함께 *장소: 미국-멕시코 국경 지대

오늘날 우리 사회는 이민자들을 바라볼 때 “우리”와  “저 사람들”로 쉽게 선을 긋고 차별과 혐오를 드러냅니다. 어쩌면 이는 소통 부족, 이해 부족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민자들을 사회 안전을 위해하는 “잠재적 범죄자”로 바라보지 말고, 그들 또한 우리 사회에 기여하고, 그래서 더욱 우리 사회에 다양함과 풍요로움을 가져다주는 존재, 궁극적으로는 앞으로 “우리 가운데 하나”로 바라보기를 희망합니다. 서로를 환대하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만남과 교육의 장이 필요하듯 우리 사회와 교회 안에서 그러한 관심과 활동이 피어나길 바랍니다.

*사진 제공: 최우주 신부

   

『골롬반선교』 2021년 여름가을호(통권 제119호) 14~15쪽

골롬반 선교사들의 이야기를 이웃에게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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