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마을의 친구들아..

2012-03-09T10:54:53+09:00

작성자: 박정호등록일: 2012-03-09 10:54:34  조회 수: ‘5282’

온 나라가 둘로 쪼개졌나보다.

밀치고 당기고 아우성이다.

제주도. 남녘 바다의 그 섬이 갖고있는 태생적 비극이다.

세계사의 격랑이 휘몰아치는 극동의 한반도,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이 끊임없이 충돌하는 그 첨단에 터를 잡았다. 그러나, 수많은 역사적 상처들을 품어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믿기 힘들만치의 아름다움과 고귀함을 간직하고 있음은 제주도의 원죄이다.

한쪽은, 비극의 역사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그 아름다움과 고귀함을 버려야 한다 외치고, 다른쪽은 아름다움과 고귀함을 잃어버릴때 비극의 역사는 되풀이 될 것이라 소리 높인다. 또 한쪽은, 지킴으로써 평화가 보존된다 하고, 다른쪽은 평화를 위해 버려야 한다 맞선다.

나의 마음도 둘로 쪼개졌다.

각을 세워 버티고 있는 양쪽에는 모두 나의 친구들이 있다.

조국을 위해 헌신하고자 하는 순수한 열정으로 열강들의 틈바구니에서 이리저리 내 몰리는 비극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강정마을을 얻으려는 그들은 나의 사랑하는 형제들이다. 또한 인간의 교만함과 어리석음을 준엄하게 꾸짖으며 세상 맨 처음의 그날, 창조주께서 인간에게 부여하신 바로 그 “평화”의 숭고한 사명을 지키기 위해 구럼비바위 위에서 밤을 지세우는 이들은 내 영혼의 전우들이다.

나는 과연 누구와 연대하여야 하는가.

사랑하는 친구들아.

너는 어느 편이냐고 나에게 묻지마라.

나는 너희들 중 어느 누구도 교활한 정치논리로 그 자리에 서 있는 것이 아님을 믿는다. 비록 대척점에 서 있으되, 그대들의 마음은 하나같이 순수한 열정으로 가득 차 있으며 그것이 신념이 되고 용기가 되어 오늘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음을 믿는다. 흔히들 쉽게 지껄여 대는 수구꼴통 이나 좌파빨갱이 라는 수식어로 그대들의 그 열정을 설명할 수 없음을 또한 믿는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쪽을 거들면 다른 한 쪽은 밀쳐내야만 하는 이 미친 흑백의 세상에서 나는 어쩔 수 없는 회색분자이다.

나는 그저 우리들의 상처 입은 영혼과 연대하려 한다.

해군장교를 아버지로 둔 탓에, 자주 집에 오지 않은 아버지를 기다리는데 이제는 익숙해져 버린 그 아이들의 눈망울을 어루만져 주고 싶다. 팍팍한 세상살이에서 언제나 든든한 마음의 버팀목이었던 신부님, 수녀님들이 경찰들의 손에 번쩍 들려 절규하며 끌려가는 것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주민들의 떨리는 두 주먹을 감싸 잡아주고 싶다. 지난한 역사의 트라우마에 메여 마음 깊은 곳에서 안절부절 하며 희미하게 떨리고 있는 우리 모두의 심장고동소리에 귀를 묻고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저 멀리서 바라만 볼 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내 불행한 양심을 토닥여 주고 싶다.

우리 모두의 가장 약하고 아픈 부분과 연대하는 것, 그것이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다.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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