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하반기 화요특강] 배추벌레의 감수성과 영성

작성자: 관리자등록일: 2009-07-20 16:09:50  조회 수: ‘6621’

 

하늘나라는
배추벌레에 비길 수 있네.
시들지 않는 이파리엔
눈도 주지 않더라.

– 황종렬 “조화”

배추벌레는 왜 배추색인가?…

배추를 먹고 사니까 배추색이다. 배추벌레는 배추를 먹으며 배추색을 가진다. 우리도 하느님을 먹으면 하느님 색이 되고, 예수님을 먹으면 예수님 색이 된다. 그럼, 나는 예수 그리스도의 색으로 살고 있나?

하느님의 손길이 닿은 그 모든 것 안에 하느님이 있다. 영성이라는 것은 ‘내가 정말 그 분의 색깔로 사는가?’ 그분안에 머무는 것에서 영성이 시작된다. 많은 것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분 안에서 충분히 먹고 쉴 줄 아는 것이 필요하다. 배추벌레는 기어다니며 느리게 움직이는 자기의 삶의 방식으로 충분히 자신의 빛을 드러낸다. 현대 영성은 어딘가 찾아가서가 아니라 스스로 영성을 찾아서 열어가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배추벌레는 조화와 생화를 만져보지 않아도 안다. 생명을 알아볼 수 있는 능력이 있고 이를 생명의 감수성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은가. 생명의 감수성으로 보아 이 배추벌레도 하느님에게서 온다. 생화의 생명력은 뿌리에서 온다. 뿌리는 가물수록 더 아래로 내려간다. 이 뿌리를 알아보는 감수성, 안 보이는 것을 볼 줄 아는 눈이 배추벌레의 생명에 대한 감수성을 있게 한다. 안 보이는 뿌리가 보이는 잎과 꽃을 있게 한다. 배추벌레는 우리로 하여금 안 보이는 것에 대한 감수성을 갖게끔 도와준다. 우리의 뿌리는 무엇인가? 우리 생명력의 원천은 무엇인가?

이 시대에 우리 평신도들에게 자기네 신앙을 표현할 언어가 필요하다. 평신도들이 자신들의 언어로 신앙살이를 열어가느냐 여부에 교회의 미래가 달려있다. 이 세상 모든 땅이 성소가 되고 하느님의 집이 되어야 한다.

배추벌레는 아무리 잡아도 있다. 이것이 생명을 돌보시는 하느님의 방식이다. 하느님의 자유는 돌보실 자유이고 인간의 자유는 다시 일어설 자유이다. 언제나 넘치도록 주셔서 아무리 잃어버려도 또 있게 하시는 하느님은 헤픈 분이시다.

배추는 배추벌레에게 “그만 먹어”라고 말하지 않는다. 예수님을 보낸 것은 배추사건이다. 배추가 배추벌레에게 자신을 모두 준 것처럼 하느님도 자신을 다 내준 것이다. 그 하느님의 헤픈 상태! 이 교회가 하느님 사랑의 자리라 한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배추, 교회가 될 수 있어야 한다. 배추벌레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점-선-원-구를 통하여 교회 구조 안의 상호 관계를 살펴본다. 완전한 통일과 합치 상태인 점들의 집합인 직선형은 명령과 복종의 양태를 드러낸다. 이 관계는 자발적 순명의 결과의 여부에 따라 생명의 질을 향상시키는 인격적 관계로 귀결되거나 아니면 지배와 종속의 수직적 관계로 귀착될 수 있다. 평면 원형은 상호 협력 관계를 지향하게 된다. 그러나 평면 틀에서는 위와 아래가 위치를 통하여 구분될 수 있는 위계적 관계를 유지한다. 입체형 구에서는 모든 구성원이 마주 보고 산다. 그 위와 아래를 계급으로가 아니라 상태적으로, 즉 중심이 바라는 생명의 질서에 응답하는 과정으로서 “중”을 지켜갈 수 있는 데서 섬김의 기회로 살아갈 에너지를 받는다. 관계 구조에서 원형과 선형을 넘어 구형이 갖는 삶의 질에는 분명한 차이가 드러난다. 그러나 입체 구조에서도, 자신이 가진 지식을 총체적 지배의 도구로 삼았던 근현대의 식민지배의 역사, 글로벌 지배의 역사의 헛점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므로 입체를 추구하되, 그 중심에 배추벌레 밟히 듯한 그리스도, 무한이 내어주는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한 입체를 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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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롬반 ‘모의 시노드’
주제: 성직계, 수도자와 평신도와의 관계
– 소공동체 차원에서
– 본당 차원
– 교구 차원
– 주교회의 차원
– 수도회와 교구의 관계 차원에서

수강자들 각자가 의제를 선택하여 10월11일 발표 및 토론 (전문위원 : 우리신학연구소 박영대 선생)

참고자료:
– 「사목」 ‘좋은 본당 일구기’ 박영대 선생의 ‘좋은 본당 일구기란?’ 글
– 「빛두레」, ‘열린교회로 가는 길’ 에서 황종렬, 차동엽, 박영대 선생의 글

By |2009-07-20T16:09:51+09:002009-07-20|선교센터 게시판|[2005년 하반기 화요특강] 배추벌레의 감수성과 영성의 댓글을 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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