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아일랜드에서 선교하는 까닭은

이경자 크리스티나

성골롬반외방선교회
평신도선교사

한국을 떠나오기 전부터 미디어를 통하여 유럽으로 들어오는 난민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일랜드에 가면 난민들을 만나며 함께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생각했던 저는 지금 아일랜드에서 이주민과 난민 사목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곳에서 함께하는 사람들은 이슬람 국가에서 이주해 온 무슬림 여성들의 모임과 탈북자들 그리고 제가 살고 있는 곳에서 차로 40분 거리에 있는 아일랜드에서 가장 큰 난민시설인 모스니(Mosney, 많은 사람들이 여름 캠핑 장소로 기억하고 있다)의 숙소를 방문하고 역시 여성 모임 및 어린이 공부방에서 아이들의 공부를 도와주고 있습니다.

모스니에는 약 40여 개국에서 700여 명이 넘는 남민 들이 살고 있습니다. 시리아에서 온 사람들이 가장 많고 동유럽, 아프리카와 중동국가 및 아시아에서 온 사람들까지 함께 모여 머물고 있는 곳입니다. 서유럽의 맨 끝인 아일랜드까지 올 수밖에 없었던 그 사연들과 아픔, 상처들을 본인들이 말하기 전까지 묻지 않기 때문에 먼 길과 바다를 경유한 힘들고 두려웠을 긴 여정 안에서 겪었을 한 사람 한 사람의 사연들은 저는 짐작 할 뿐입니다.

이곳에 오기까지 많은 인터뷰를 통과하면서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으로 마음 졸이며 한없이 작아짐을 느꼈다는 사람들의 말을 들을 때면 하느님은 불공평하단 생각이 들곤 합니다. 자기 나라에서 목숨의 위협을 받고 또는 자식들 앞날에 희망을 보지 못해 떠나온 이 사람들을 누가 무시하고 차별하며 심판할 수 있을까요? 목숨을 건 긴 여정 끝에 이곳에 온 사람들을 마음으로부터 따뜻하게 환영해 주는 것이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일일 겁니다. 그런 면에서 아일랜드 사람들은 이 사람들을 대하는 모습이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오래전 기근으로 인해 이민 갔던 아일랜드 사람들이 많았던 것을 생각하며 난민들을 거부하지 않고 함께 하고자 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모스니에 사는 사람 중에 평소 우울증으로 이곳에서 배울 기회를 포기한 채 숙소 안에만 머무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영어를 할 줄 모르는 사람들은 생활하기가 더 어렵습니다. 많은 것을 다른 사람에게 의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곳에는 봉사자들이 영어를 포함한 여러 활동을 하며 도와주고 있지만 이 사람들의 숙소를 방문하고 안부를 묻거나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이 없다는 것을 알고 이곳 책임자에게 어렵게 허락을 받아 숙소를 방문하고 있습니다.

아픈 기억보다는 희망적인 말이 필요한 사람들이어서 잠시나마 웃을 수 있고 마음이 편안한 이야기들을 나눕니다. 영어가 안 되어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은 같은 나라에서 온 사람들에게 통역을 부탁합니다. 언어 때문에 자기 아이들의 숙제를 도와줄 수가 없다는 말을 듣고 방과 후 숙제를 도와주는 공부방에 신청하여 숙제를 포함해 읽기와 쓰기, 수학, 그림 그리기 등을 도와주고 있습니다. 이 나라는 어린이 보호 차원에서 개인적으로 활동하는 것이 허락되지 않습니다. 나름대로 모든 어린이에게 공평하게 도움을 받을 기회를 주기 위해 일주일에 하루만 공부방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데 하루에 25명의 초등학생들이 옵니다.

내가 도와주고 있는 아이들 중에도 대화는 되지만 읽기와 쓰기가 많이 어려운 아이들과 알파벳조차 모르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학교에서도 여러 프로그램이 있지만 여전히 부족한 부분들이 있어 이런 아이들은 학교 공부를 따라가기 힘듭니다. 저 또한 영어의 한계를 느끼고 있는 사람이지만 하느님께서는 제가 할 수 있는 만큼의 시간과 능력을 주시어 아이들과 함께하고 있음에 감사드립니다.

이곳의 여성 모임에는 갓난아이를 포함해 뛰어다니며 고함치고 우는 아이들과 엄마의 품에서 잠시도 떨어지지 않으려 하는 아이를 품에 안고 모임을 합니다. 여건은 어렵지만 잠시라도 현실을 잊고 소리 내어 웃을 수 있는 휴식을 가질 수 있는 이 시간을 항상 기다린다며 감사하다는 말을 들을 때면 제가 느끼는 저의 한계와 무력감으로 인한 어려움을 오히려 치유 받는 은총의 시간이기도 합니다.

이곳 사람들이 겪었을 힘든 시간에 비해 제가 함께하고 있는 시간과 노력은 아주 적습니다. 제가 받고 있는 도전도 아무것도 아닐 것입니다. 이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저를 통하여 위로받고 희망을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할 뿐입니다.


한국에서 활동하셨던 갈 프란치스코 신부님과 함께

많은 사람들이 아일랜드는 선교 대상의 나라가 아니라는 말을 제게 했습니다. 하지만 역(逆) 선교가 필요함을 이곳에 와서 많이 보고 느낍니다. 평소에 해외선교에 관심이 있거나 부르심을 느끼고 계신 젊은이들에게 하느님께서 부르시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시고 용기를 내어 도전해 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하느님께서 “은총의 삶”이라는 큰 상을 마련해 놓으시고 기다리고 계시니까요.

2019-04-10T09:24:21+09:002019/03/29|선교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