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마태 10, 8)

이수빈 마틸다 평신도선교사 / 골롬반회

“대만에서 무슨 일 하는데?” 친구가 물었다.
“응, HIV/AIDS 센터에서 활동하고 있어.”
“뭐? 뭐라고?”

나의 대답에 친구들은 당황해하며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내가 여러 번 대답한 후에야 그들은 겨우 알아들었다. 친구들이 HIV나 AIDS라는 질환을 몰라서 다시 물었던 것은 아니다. 그 친구들 삶 안에 익숙하지 않은 단어였기 때문인데, 사실 예전에 나 또한 그랬었다.

골롬반회 선교사로 일하면서 동료 선교사들을 통해 에이즈(HIV/AIDS) 환자에 관한 이야기를 가끔 듣게 되었다. 하지만 이들은 그동안 나의 삶 안에 포함되지 않았기에 ‘무관심’ 그 자체였고, 나와 상관없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었다. 대만에서 첫 번째 임기를 마치고, 한국에서 휴가를 보낼 때 말로만 듣던 에이즈 환자들을 직접 만나는 기회가 생겼다. 3개월 동안 그들이 있는 곳을 방문하여 그들과 이야기하고 밥을 먹고, 짧은 여행도 함께 다녀왔다. 그동안 내가 갖고 있었던 그들에 관한 잘못된 편견이 많이 깨진 시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주 만나던 에이즈 환자 청년이 자살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그런 선택을 한 청년에게 화가 났고, 그들을 편견과 무관심으로 대한 나 자신과 이 사회에 화가 났다. 이 사건은 내가 에이즈 환자에게 더 깊이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 활동하고 있는 센터에는 48명의 HIV/AIDS 환자들이 살고 있다. 우리는 이들을 “주민”이라고 부른다. 이곳 센터에는 1층과 2층의 넓은 공간에 침대가 쭉 놓여 있고 주민들은 한 공간에서 공동생활을 한다. 주민들은 합병증 때문에 걷고 말하고 스스로 사고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항상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찾아오는 가족이나 봉사자는 극히 적다. 주민들은 자기에 대한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데, 가족이야기는 더욱 그렇다. 이들은 가족이 자기와 함께 살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자기 때문에 가족들이 사회로부터 불이익을 받을까 걱정한다.

외로움 때문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주민들은 유독 음식에 대한 집착이 강한 편이다. 센터에서는 기부받은 식자재로 식사를 마련하고, 많은 이가 도와주어 과일이나 빵, 과자 등 간식을 먹기도 한다. 하지만, 신선한 재료로 만든 음식이나 간식을 매번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는 나의 선택에 의해 가족과 떨어져 사느라 한국에 있는 가족을 자주 만날 수 없다. 하지만 언제든지 연락할 수 있고 가족들의 격려와 지지는 선교사 생활을 하는 데 큰 힘이 된다. 또한, 나는 내 건강을 위해서 좀 더 신선한 음식을 먹을 수 있고, 원하는 곳은 어디든지 갈 수 있다. 나만의 공간에서 쉴 수 있으며, 반갑게 인사 나누는 이웃도 있다. 무심코 지나치는 일상생활 안에 나를 위한 하느님의 사랑과 축복이 얼마나 많이 있는지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다. 나에겐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 우리 주민들에게는 특별하고 가지기 힘든 행복임을 알기에, 그들을 만나면서 마음 아플 때가 많다. HIV/AIDS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환자들의 상처와 아픔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나 역시도 그랬기 때문에 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더 많은 이들이 질병이 아닌 환자들의 아픈 마음을 바라봐 주면 좋겠다.

나는 주민들을 도울 만한 전문적인 지식이나 기술을 가진 사람이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그들 옆에 있어 주고, 이야기를 들어 주는 것뿐이다. 매일 거저 받는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감사하고 행복해하며, 우리 센터의 주민들과도 그 사랑을 더 많이 나눌 수 있기를 소망한다.

<이수빈 마틸다>

성골롬반외방선교회 평신도선교사. 2014년 대만에 파견되어 대만 신주교구의 장애인 센터에서 활동하였고, 현재는 중증 에이즈 환자를 위한 쉼터에서 사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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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07T15:54:02+09:002019/06/03|골롬반 소식, 선교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