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이제훈 아오스딩 신부_마음공부

  

불교의 나라 미얀마에는 크고 작은 불교 사원이 수만 개가 넘을 정도여서 어느 지역을 가든 금빛 사원과 수많은 스님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미얀마에 살고 있는 저도 불교문화에 조금은 영향을 받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불교에는 ‘마음공부’라는 말이 있습니다. 자신의 마음을 살피며 다스리고 깨닫는 것은 불교 수행에서 중요한 부분입니다. 달마대사는 “마음, 마음, 마음이여, 참으로 알 수 없구나. 너그러울 때는 온 세상을 다 받아들이다가도 한번 옹졸해지면 바늘 하나꽂을 자리가 없으니…” 또한, 석가모니는 “마음에 있는 안 좋은 것들은 남에게 던지기 위해 뜨거운 석탄을 손에 쥐는 것과 같다. 결국 상처 입는 것은 자신이다.”라고 했습니다. 우리 마음은 어떤 때에는 천국을 거닐다가도 한순간 지옥에 떨어집니다. 그 사람에게 정말 잘해 주고 싶고, 좋은 말을 해 주고 싶은데 한번 틀어진 마음은 굳게 닫힌 철문처럼 열리지 않습니다. 도대체 내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내 마음에서 찾아내기가 참으로 어렵습니다.

저는 현재 미얀마 북쪽 끝에 자리한 미치나 교구에서 가정사목국과 소공동체 운동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많은 가정을 방문하여 다양한 가족을 만나고 그들의 삶과 애환을 조금이나마 나누고 있습니다. 이 지역 사람들은 거의 대가족을 이루며 삽니다. 적게는 대여섯 명, 많게는 열다섯 명 넘는 대식구가 함께 살고 있는데, 조부모, 이모, 삼촌, 친척들까지 함께 사는 집이 많습니다. 겉보기에 가족 중심적이고 화합과 사랑이 가득한 가정처럼 보이지만 “세상에 문제없는 가정은 없다”는 말처럼 이들도 여러 문제를 안고 살아갑니다. 이곳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저 또한 저의 삶 안에서 현실을 마주 보며 다양한 성찰을 하게 됩니다. 그렇게 성찰하면서 시작한 프로그램이 바로 “마음공부”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자녀교육, 아버지 학교, 어머니 학교, 혼인 강좌, 가정폭력, 중독, 건강한 가정 등등 다양한 주제별로 마련되어 있고, 교육과 놀이치료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우리 마음에는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따르려는 마음과 그렇지 않은 마음이 공존한다고 합니다. 삶은 그 두 마음 사이에서의 선택이며 그 선택에 따른 결과입니다. 우리 마음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몸은 ‘이곳’에 있지만 마음은 ‘다른 곳’에서 엉뚱한 일을 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집안 걱정, 취직 걱정, 자녀 걱정, 사업 문제, 건강에 대한 근심으로 마음은 온 세상을 떠돌고 있지 않습니까? 우리 마음이 ‘지금, 여기’에 있지 않다면 그 마음은 누구의 것일까요? 현재의 ‘이것’보다는 미래의 ‘저것’, 내 것보다는 남의 것에 관심을 갖고 자기가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감사하지 않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5년 전 미얀마로 발령났을 때, 사실 제 마음은 좋지 않았습니다. 만족하지도 감사하지도 않았습니다. “왜 내가 가고 싶은 곳이 아닌, 잘 알지 못하는 낯선 곳으로 가야 하지?”라고 불평하며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면서 세상이 불공평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있는 그대로, 자연 그대로일 뿐입니다. 자신의 마음을 살피고 이해하지 못한다면, 무엇을 하고 어떤 것을 얻든지 마음의 평화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저의 체험을 통하여 배우게 되었습니다.

세상은 제대로 된 마음 먹기에 달렸다고 생각합니다. 제대로 된 마음은 우리를 시기와 악에서 구할 것이고, 평화와 구원을 가져다 주며 우리 삶을 바꿀 수 있습니다. 그것은 예수님께서 지니셨던 바로 그 마음을 배우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마음, 온유하고 겸손한 마음 안에서만 남을 자기보다 낫게 여기고 자기 만이 아니라 남도 돌볼 수 있습니다. 죄인과 성인의 차이는 종이 한 장 차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죄인은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며 아무렇지 않은 듯 행동하는 사람이고, 성인은 잘못을 곧 뉘우치고 마음을 고쳐 회개한 삶을 사는 사람입니다. 단순한 이 차이에서 삶과 죽음, 구원과 절망이 비롯됩니다.

마음공부를 통해서, 기도를 통해서 자기 마음을 이해하게 되면 새로운 세상이 열립니다. 세상을 살아갈 넉넉한 마음과 감사하는 마음을 저뿐만 아니라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도 가지시길 하느님께 청합니다.

이제훈 아오스딩 신부•성골롬반외방선교회

2015년에 미얀마로 파견되어 미치나교구
성 패트릭 성당에서 사목하였으며, 현재는 미치나 교
구청의 가정사목국과 소공동체 운동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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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03T19:17:25+09:002020/01/03|골롬반 소식, 선교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