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칠레에서 온 기쁜 소식_정성훈 프란치스코 신부

2년 전 제가 이곳에 도착했을 때 이 지역에 이주민들을 위한 쉼터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막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수많은 이민자들이 정치적, 경제적 이유로 칠레에 들어오고 있었고, 이들에 대한 관심과 돌봄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때마침 공소 중 한 곳에 살던 수녀님들이 수도회 사정으로 떠나게 되었고, 비어 있는 수녀원을 어떻게 활용할지 본당 공동체 교우들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그때, 아이티와 베네수엘라에서 온 이주민들을 위한 쉼터를 만들자는 말이 처음 나왔습니다. 특히 아이티 사람들은 스페인어를 쓰는 다른 남미 지역 사람들과 달리 프랑스어를 사용하고, 조금 다른 피부색과 문화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나라에서 정착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존재합니다. 언어가 다르고 생김새가 다르다는 이유로 아이티 이주민들은 일자리를 찾거나 머물 곳을 찾는 과정에서 불공정한 대우와 차별을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들을 위한 교육 시설과 쉼터를 만들어서 스페인어와 칠레의 역사, 문화 등 기초적인 교육을 제공하고, 초기 정착과 자립을 도우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나누게 된 것입니다.

본당 공동체 사람들로부터 쉼터를 만들자는 의견이 나왔지만, 모두가 찬성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외국인들이 자기들 지역에 와서 살면 음악을 크게 틀고, 쓰레기를 아무 데나 버려 동네가 더러워질 거라고 말한 이들도 있었습니다. 또, 이민자들 때문에 칠레 사람들의 일자리가 없어지고, 자신들의 삶이 힘들어졌으니 받아들일 수 없다고도 말했습니다. 우리는 몇몇 사람들의 마음 한쪽에 남아있는 불편함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기 위해 만남의 기회를 늘려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도, 한 번 두 번 만남이 지속되고 관계가 형성되면 어느 정도는 풀릴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그래서 제일 먼저 시작한 일이 음식 나눔입니다. 한 달에 한 번 칠레와 아이티 전통 음식을 만들어서 미사 후에 함께 나누는 시간을 준비했습니다. 함께 음식을 먹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 오해하고 있었던 부분이나 공통점들을 찾아갔고, 조금씩 마음이 열리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 다음, 만남의 기회를 조슴씩 늘려갔습니다. 공동체 활성화를 위하여 함께 미사를 드리고 신앙과 삶을 이야기하는 나눔의 자리도 마련했습니다. 그리고 휴가철에는 버스를 빌려 바다로 소풍을 다녀왔고, 전통 옷을 입고 자기 나라의 전통과 문화를 알리는 즐거운 시간도 보냈습니다.


이주민들과 본당 공동체가 자기 나라 전통 옷을 입고, 음식 나눔 축제를 열었다.
왼쪽에서 두 번째가 필자이며 그 옆은 함께 본당사목을 하는골롬반회 다니엘 하딩 신부이다.

아이티 이주민들과 칠레 사람들의 만남이 계속 이어지면서 작은 변화들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이주민 이웃들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하는 이들도 있고, 미사에 참석한 이방인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그렇게 일 년여 정도 마음을 준비하는 시간을 가졌고, 드디어 작년 말에 쉼터의 문을 열게 되었습니다. 이 모든 것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하느님의 도우심을 많이 느꼈습니다. 쉼터를 짓기 전에 서울대교구의 구요비 주교님과 해외선교국 송영호 신부님(골롬반회 지원사제로 1999년부터 6년간 칠레에서 선교)이 이곳 공동체를 방문하여, 필요한 예산을 지원해 주셔서 쉼터와 교육관을 건설할 수 있었습니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이민자들의 초기 정착과 자립을 위한 교육과 지원이 이루어질 예정입니다. 산티아고 교구에서 제공하는 이민자 지원 프로그램과 저희 본당 공동체에서 자체적으로 준비한 프로그램을 시작하였습니다. 공동체 사람들과의 지속적인 관계 유지를 바탕으로 일회성 행사로 끝나지 않고,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모습을 찾아가길 기대합니다.


쉼터 축복식 날, 이곳에 머물게 된 아이티, 베네수엘라에서 온 이주민들이 기뻐하고,
본당 공동체가 환영하고 있다.

새로운 이웃들과 더불어 살기 위해 방법을 찾아가는 저희 공동체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고, 작은 씨앗과 같은 공동체의 노력과 도전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많은 이에게 기쁜 소식을 전할 수 있도록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정성훈 프란치스코 신부

천주교서울대교구 사제로 2014년에 사제품을 받았다. 2017년 성골롬반외방선교회 지원사제로서
칠레에 파견되어 수도 산티아고에 있는 성 골롬반 성당에서 사목하고 있다.

선교일기

2020-03-16T16:21:11+09:002020/03/16|골롬반 소식, 선교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