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로까!_배시현 소화 데레사 평신도선교사



다지아하오(大家好)! 안녕하세요?
저는 대만에서 5년째 원주민들과 함께 살며 선교 활동을 하고 있는 배시현 소화 데레사, 원주민 이름으로는 마홍(瑪虹)입니다.

대만에는 현재 대략 16개의 원주민 부족이 남아있고, 그중 제가 사는 지역의 원주민은 타이야족(泰雅族-Atayal)으로 이곳 산 위 마을에서 감이나 귤 농사를 짓고, 양배추 등 여러 가지 계절 채소를 기르며 생활하는데, 특히 3,4월에 캐는 죽순은 원주민들에게 짭짤한 부수입을 주기도 합니다. 1년 농사를 해야 하는 감은 한국의 단감보다 크고 당도가 높아서 과일을 별로 좋아하지 않던 저도 즐겨 먹는 과일이 되었습니다.

나의 키 작은 선생님들

원주민 사목을 시작하고 산으로 올라갔을 때, 마을에서 만난 5살 여자아이가 제 얼굴을 한참 보더니 “너는 외국인이니?”라고 물었습니다. “응, 난 외국인이야.” 하자, 아이는 “그러면 영어로 말해봐” 하는 것입니다. 저는 간단한 소개를 영어로 했는데, 아이는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너는 정말 외국인이니?”라고 다시 물었습니다. 아마도 아이가 생각했던 외국인의 모습은 피부가 하얗고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마홍! 아~ 해보세요” 여름 캠프 간식 시간에 한 어린이가 자기 것을 나누어 준다.

시간이 흘러서 그 5살 아이가 지금은 초등학교 2학년이 되었습니다. 성당에 놀러 와서 저와 놀다가도 제가 중국어 성조를 틀리거나 단어를 잘못 말하면 스스럼없이 고쳐줍니다. 이 마을 아이들은 저의 선생님이고, 저는 친절한 선생님들의 가르침을 받으며 즐겁게 지내고 있습니다. 키 작은 선생님들과의 낯선 만남으로 시작한 저의 선교 생활은 한국에서 오랜 시간 했던 주일학교 교리교사 경험 때문인지 아이들과 청소년 그리고 젊은 엄마들에게로 관심이 이어졌습니다.

원주민 마을 본당 공동체는 미사 후, 마을 사람들과 어울려 함께 식사를 한다. 각자 집에서 준비해 온 밥과 반찬으로 차린 풍요로운 식탁에 앉아 친교의 시간을 보낸다.

“늦지 마! 나 안 기다리고 그냥 갈 거야.”

   

수줍음 많은 고등학교 여학생이 있습니다. 제가 긴 시간을 두고 계속 말을 걸고 노력한 결과 지금은 친한 사이가 되었습니다. 그 여학생은 성당에 열심히 나오면서도 첫영성체를 17살이 될 때까지 하지 않고 있어서 저는 첫영성체를 권유했습니다. 그때 그 친구가 했던 말이 인상 깊었습니다. 자기는 미사에 참석하는 것만으로도 기쁘고 만족한다는 겁니다. 영성체를 하는 것은 미사에서 하느님과 일치를 이루는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설명한 끝에 그 친구는 교리를 받기로 했고, 수줍음 많은 그 친구를 위해 교리 시간에 제가 동반하였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약속 시간이었습니다. 원주민들에게 시간에 대한 관념은 저와 다릅니다. 8시라고 말하면 8시에 집에서 출발하는 듯 10분, 20분 어느 때는 30분 이상 기다려야 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도 어느 누구 하나 뭐라고 불평하는 이는 없습니다. 저에게는 도전이었지만 받아들여야 하는 문화 중 하나였습니다. 저는 그 친구에게 시간 약속의 중요함에 대해서 알려주고 싶은 마음에 매번 교리가 있는 전날 늦지 말라고 여러 번 당부했습니다. 몇 달 동안 주일 아침 8시마다 교리 수업에 참석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테지만 그 친구는 잘 해주었고 드디어 지난 성탄 때 첫영성체를 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기쁜 일이었습니다. 아이를 동반한 일은 하느님께서도 함께하셨음을 다시 느낄 수 있었던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여름 캠프 아침 기도 시간

지난 성찬 때, 원주민 전통 옷을 입고 청소년들과 춤을 추었다(오른쪽 끝이 필자).

로까!(“힘내세요!”라는 뜻의 원주민 말)

하루는 어떤 자매님이 몸이 아파서 집에 있는데 더이상 살기 싫다며 힘들어한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신부님과 원주민 선교사님, 사무장님과 함께 저는 가정방문을 갔습니다. 미사에 빠지지 않고 교회 활동도 열심히 했던 그 자매님은 평소 모습과 달리 많이 힘들어 보였습니다. 우리는 함께 기도했고 원주민 선교사님과 사무장님은 원주민 언어로 그 자매님과 편하게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저도 어떻게든 제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 자매님에게 “로까!(힘내세요!)”라고 말하며 꼭 안아드렸습니다. 그러자 그분이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습니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그리고 제가 평신도선교사로서 누군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에 감사했습니다. 짧은 포옹의 순간이었지만 성령께서 함께하신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고, 그 자매님과 그리고 선교사로 살아가는 저에게 큰 힘이 된 순간이었습니다.

하느님의 은총이 가득하시기를

원주민 사목 안에서 중요한 활동 중 하나는 가정기도입니다. 가정마다 돌아가면서 기도를 하는데, 주말에도 일을 해야 하는 신자들이 적지 않아서 평일 가정기도에 오히려 더 많은 신자들이 참석할 때도 있습니다. 가정기도를 할 때에 신자들은 어려움과 아픔이 있어도 항상 하느님께 감사 기도를 먼저 드리고 그다음 자신의 어려움을 나눕니다. 이웃이 아프면 그 이웃을 위해 마음을 다해 기도하고, 진심으로 안타까워하며 함께 마음 아파합니다. 그런 신자들을 통해 저는 살아계신 하느님을 느끼며, 그 사랑을 실천하는 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기도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때 우리는 ‘티엔주바후요(天主保佑)’라고 말하면서 헤어집니다. 서로에게 하느님의 축복을 빌어주는 말입니다.
여러분께도 항상 하느님의 은총이 가득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天主保佑”.

평신도선교사가 되려면…
– 만 23 ~ 40세 정도의 남녀로서
– 영세한 지 3년 이상으로
– 본당이나 지역 사회, 사회 복지 기관 등에서 봉사 활동을 해 본 경험이 있고
–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원만한 성격으로 공동생활을 잘할 수 있는 사람으로
– 적어도 3년 이상 다른 사람들을 위하여 봉사할 마음이 있는 분

관심자 모임
– 때/ 곳: 매월 둘째 일요일 오후 2~5시, 서울 골롬반 평신도선교사센터
– 문의: clmkorea@gmail.com  / 02-929-4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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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시현 소화 데레사 선교사
성골롬반외방선교회 평신도선교사. 2014년에 대만으로 파견되어 산악지역 타이야족 마을에서 원주민들과 희로애락을 나누며 더불어 살고 있다. 마홍이라는 원주민 이름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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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26T13:37:58+09:002020/06/20|골롬반 소식, 선교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