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나현희등록일: 2015-11-26 11:48:22 조회 수: ‘3726’
** 성요섭(골롬반성소자)의 후기로 11월 열린미사 이야기를 전합니다. **
2015년 11월 21일. 2015년의 마지막 열린 미사가 성 골롬반 외방 선교회 돈암동 선교센터에서 있었다. 이 날에 나는 18년 간 아프리카에서 선교의 여정을 살아오신 ‘그리스도의 교육 수녀회’의 권영희 가브리엘 수녀님의 나눔을 들었다. 말도 통하지 않고 문화와 관습이 전혀 다른 아프리카에서의 수녀님의 삶을 들으며, 나는 많은 것을 선물로 받았다. 선교지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착하고 친절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총부리를 겨누었던 군인들까지도 수녀님이 하느님을 만날 수 있게 해주었다는 말씀을 듣고 하느님께서 얼마나 우리를 사랑하시는지, 또 얼마나 그분께서는 우리를 지켜주시는지에 대해 느낄 수 있었다.
권 수녀님께서 아프리카에 처음 발을 딛으신 것은 내전이 한창인 콩고의 땅에서 시작되었다. 수녀님께서는 원래 수도공동체의 양성을 위해 아프리카 선교를 떠나셨던 것이데, 전쟁이 한창이던 그곳에 도착하자마자 전쟁 피난민들을 구호하는 일을 하셨다고 한다. 아무것도 모르고 간 곳에서 하느님의 도구로 쓰임을 받기 위해 스스로의 생각과 계획과는 전혀 다른 소임을 살아오신 수녀님의 모습이 참그리스도인의 모습이라 여겨졌다. 한번은 수녀님께서 수녀회 공동체에 들이닥쳐 기물을 파괴하고 재원을 훔치고 공동체 식구들에게 총을 쏘아댄 군인들을 보고, 수녀님께서는 그 군인들을 상관을 찾아가 따지셨다고 한다. 그 나눔을 들으며 나는 어떻게 총구 앞에서, 부당하지만 강력하고 무서운 권력 앞에서 그렇게 당당하실 수 있었는지 감탄을 그치지 못했다.
수녀님의 선교 여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여행길을 통해 하느님을 만나셨던 것이다. 한번은 수녀님께서 공동체 방문을 위해 막무가내로 군용 물자 비행기를 얻어 타셨는데, 탱크를 포함한 중화기로 무장한 군인들 사이에서 아무런 보호도 없이 맨몸으로 그들 사이에 앉아 비행을 하시게 되었다. 한줄기 빛도 들어오지 않는 군용 비행기 안에서 수녀님이 느끼셨을 공포와 번민은 듣기만 하고 있던 나에게도 떨치고 싶고 피하고 싶은 일이었다. 그 안에서 수녀님께서는 아무 힘도 능력도 없는 자신을 하느님께서 지켜주심을 깨달으셨다고 하셨다. 또 한 번은 알제리에서 장거리 버스 안에서 불심검문에 걸려 불안에 떠실 때, 당신은 누구냐고 묻는 경찰의 질문에 ‘그리스도인’이라 대답하셨던 일이 있으셨다고 한다. 당시 그곳은 그리스도인의 박해가 심하던 곳으로 심지어 살해당하는 일도 당시에 있었을 정도로 위험한 상태였다고 한다. 그런 와중에 자신의 목숨을 내어놓고 하느님을 신앙한 수녀님의 모습에서 감동을 받았다.
이렇게 듣고도 믿지 못할 만큼 충격적인 이야기들이 수녀님의 선교의 삶 안에 가득하였다. 빗발치는 총탄 사이에서 목숨을 하느님께 내어 맡기고 미사를 드렸던 일이라던가, 전쟁이 끝난 줄도 모르고 지하실에 모여 떨고 있던 자매들을 만난 경험들을 들으며 수녀님께서 하느님의 자녀로 살아가심에 하느님의 사랑이 그 안에 가득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기억에 남았던 것은 수녀님께서 군인들과의 조우를 통해 알게 된 하느님을 뵙게 된 것이다. 나의 생각으로는 선교지에서 만난 가난하고 착한 사람들을 통해 하느님을 알게 되는 것이 예상되었는데, 수녀님께서는 무자비한 군인들 사이에서 하느님을 찾고 더욱 하느님께 간절히 기도할 수 있게 되셨다고 한다. 그 말씀에 나는 진정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생각한 예상을 뛰어넘는 방법으로 우리를 사랑하시고 지켜주시며 은총을 내리신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피아노, 해금, 기타 반주로 수고해주신 감사한 분들 ^^
▶ 오신분들을 위해 항상 준비하는 일용할 양식
이러한 권영희 가브리엘 수녀님의 나눔을 듣고 나서, 나는 어린아이처럼 하느님께 기도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어린아이는 부모의 말과 지시를 다 이해하지 못한다. 그렇지만 부모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믿기에 부모의 말을 듣는다. 부모가 자신에게 가장 좋은 것을 줄 것임을 의심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마음으로 하느님께 기도해야한다. 주님의 한 없이 크신 사랑은 나의 이해를 뛰어넘어 내게 내려온다. 나는 단지 그 사랑을 의심 없이 믿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어린이와 같이 하느님의 나라를 받아들이지 않는 자는 결코 그곳에 들어가지 못한다.”(마르10,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