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관리자등록일: 2015-08-21 14:59:34 조회 수: ‘3476’
| *** 2015년 8월 시 전문 월간지 「유심」 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
장애인복지 증진을 위한 여정 / 천노엘 신부
<만해대상 수상소감>
이 귀한 상을 받아야 할 사람은 제가 아니고 장애를 가진 분들과 그 가족, 그리고 직원들 후원자들 자원봉사자들 모두가 포함된 무지개공동회이며 무엇보다도 많은 장애를 극복하고 지역사회에 참여할 수 있게 된 장애를 가진 분들이 이 상의 주인공입니다. 무지개공동회가 만해실천대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 저는 만해 한용운 님을 알지 못했습니다. 그 후 주변인들에게 물어보니 만해 한용운 님께서는 시인이요 스님이시며, 한국의 독립운동가로서 〈님의 침묵〉이란 유명한 시로 한국 국민에게는 유명한 분이더군요. 저는 외국 사람이니 한국에 60년 가까이 살았어도 잘 모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겠지요.
장애인복지 증진을 위한 여정은 아주 어려운 투쟁의 연속이었습니다.
저는 성골롬반외방선교회 선교사이자 천주교 광주대교구 사제로서 24년간 본당 사목 활동을 하면서 주변에 살고 있는 지적·자폐성 장애인들의 울부짖는 소리를 듣기 시작했습니다.
1970년대부터 광주 무등갱생원을 자주 방문하고 봉사활동을 하였습니다. 그때는 결핵환자, 고아, 갈 곳 없는 노인, 알코올중독자와 정신질환자, 지적장애인 등 약 600명 정도가 한 울타리에 수용되어 있었습니다. 특히 저는 수용자들 중에서 지적· 자폐성 장애인들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왜냐하면, 그분들은 다른 사회약자들과 비교하여 자신의 권익을 스스로 주장할 힘이 부족한 사람들이기 때문이었습니다.그들은 반드시 대변인, 옹호자들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입니다.
어느 날, 본당 사제관에 있는데 자원봉사자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19살 지적장애인 ‘여하’가 갑자기 급성폐결핵으로 기독병원에 입원했는데 빨리 와 달라는 부탁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즉시 병원으로 갔습니다. 가보니 여하가 임종 직전이었습니다. 저는 여하의 작은 손을 잡았는데 여하가 저에게 미소를 지으며 “감사합니다.” 한 마디만 하고 운명하였습니다. 병원 측에서는 여하가 연고도 없고 보호자가 없기 때문에 장례식의 책임을 병원 측에서 지겠다면서 시체를 병원 연구실에서 해부용 시체로 사용하려고 했습니다. 저는 그 자리에서 거절하였습니다. 여하가 비록 살아 있는 동안에는 인간다운 대접을 받지 못했지만, 이제부터라도 인간다운 대접을 받게 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교회 묘지를 하나 구하고 장례식을 지낸 다음 비석을 세울 때 이런 글을 썼습니다.
“사회를 용서하시렵니까?”
그 후 제가 묘지에 갈 때마다 땅속에서 들려오는 여하의 외침이 귓가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여하와 같은 지적장애인들의 울부짖는 소리에 응답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1981년 세계장애인의 해를 맞이하면서 저는 지적장애인들 몇 명과 함께 일반주택에 입주하여 한 가정으로서의 삶을 시작하였습니다. 한국에서 지역사회 최초의 지적장애인들을 위한 그룹홈이었습니다.
저는 그 집에 입주할 때 다음과 같은 꿈 즉 소망을 품었습니다. 무지개공동회의 친구들과 같은 분들에게 교육과 훈련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면 이분들도 우리처럼 지역사회 안에서 인간답게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34년 전의 이 같은 저의 꿈과 소망이 이제는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나 저는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했습니다. 대규모 시설에 있는 많은 지적장애인들이 사회 안으로 들어와서 다양한 경험을 즐기고 질적인 삶을 살아가도록 소망합니다.
저의 이 꿈이 여기에 있는 여러분들과 함께 이루어지기를 소망합니다.
끝으로 이 뜻깊은 만해실천대상을 받을 수 있도록 애써 주신 관계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
광주광역시 지역 내 지적 · 자폐성 장애인의 복지증진을 위한 사업-엠마우스복지관(집, 산업, 보호작업장, 일터, 어린이집, 그룹홈, 주간보호센터 운영)-을 실천하고 있는 무지개공동회가 만해실천대상 수상자로 선정되어 기쁨과 함께 사랑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