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션 맥도나(Sean McDonagh) 신부
성골롬반외방선교회. 필리핀에서 20년간 사목했고, 현재 아일랜드에서 활동하고 있다. 생태학에 관해 많은 책과 논문을 썼으며 프란치스코 교황 회칙 『찬미받으소서』가 나오기까지 과정에 참여하였다.

골롬반 성인과 수사들은 자기 주변에 있는 하느님의 피조물들을 통해 하느님을 만났습니다. 골롬반 성인은 한 강론에서 "하느님을 찾기 위해 멀리 가지 마십시오. 하느님의 위대한 깊이를 알고 싶으면 먼저 하느님이 만드신 피조물을 배워야 합니다. 창조주를 알고 싶다면 먼저 피조물을 이해하십시오."라며 피조물을 통한 창조주 하느님과의 만남을 강조했습니다.
수 세기가 지난 후, 성 토마스 아퀴나스는 다음과 같이 기록했습니다. "하느님은 당신의 선하심이 만물을 통해 드러나도록 피조물을 만들었습니다. 하나의 피조물만으로는 하느님의 선하심이 제대로 드러날 수 없으므로 하느님은 여러 다양한 피조물을 창조하였으며, 하느님의 선하심이 하나의 피조물에서 제대로 나타날 수 없을 때는 다른 피조물이 보완을 하는 식으로 하나의 피조물보다는 우주 전체가 하느님의 선하심을 보다 완전하게 드러내게 됩니다."(「신학대전」Ⅰ, 제47문제 1절)
다른 종種들도 인간이 할 수 없는 다양한 방법으로 하느님을 드러냅니다. 필리핀의 코타바토 남쪽 스부(S'bu) 호수에서 몇 년 전에 제가 직접 겪은 일입니다. 어느 날 저녁, 어부 여럿이 우리 숙소로 필리핀 독수리(Pithecophaga jefferyi)를 데리고 왔습니다. 커다란 코뿔새 무리가 어린 독수리를 스부 호수로 내몰았는데, 독수리의 발톱이 어부들이 호수에 펼쳐 놨던 그물에 걸려서 꼼짝 못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강론을 통해 하느님의 피조물을 보호해야 할 의무에 대해 계속 강조해왔기 때문에 어부들은 어린 독수리를 죽이지 않고 우리 숙소로 데리고 온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임시변통으로 커다란 새장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독수리의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다바오 시에 있는 필리핀 독수리 재단에 연락해 수의사를 보내달라고 청했습니다. 그 후 며칠 동안 산속에 사는 티볼리스 부족 수백 명이 이 경탄할 만한 하느님의 피조물을 보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그 독수리의 키는 90센티미터가 넘었고 날개폭은 거의 2미터였습니다. 독수리의 눈매, 부리, 가슴 부분의 깃털, 이 모든 것이 놀랍게 아름다웠습니다. 치료를 받고 독수리가 완쾌하자 우리는 독수리를 야생으로 돌려보냈습니다. 독수리가 힘차게 날아오를 때 펄럭이던 날개의 위력에 놀랐던 일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멸종 위기에 놓인 필리핀 독수리. ⓒSinisa Djordje Majetic, https://flickr.com/photos/112520054@N04/15758002037, (CC BY-SA)

필자의 저서들

션 맥도나 신부와 오기백 신부가 아일랜드 지부 마당에 핀 꽃들을 보며 이야기 나누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났을 때
저와 함께 그 독수리를 볼 수 있었던 사람들은 독수리의 아름다움에 경탄하면서 동시에 이와 같은 야생 독수리를 볼 수 있는 마지막 세대가 될 것이라는 믿기 힘든 사실에 슬픔을 느꼈습니다. 38억 년 전 지구상에 생명체가 존재하기 시작했고, 현재 우리는 2백만 개가 넘는 수많은 종種에 대한 광범위한 자료를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모르는 수십 혹은 수백 가지의 다른 종(種)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앞으로 50년 후 우리는 특별한 방법으로 하느님을 드러내는 지구상의 모든 종의 3분의 1 혹은 절반을 잃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만드신 자연과 피조물을 사랑하고 소중하게 여겼던 골롬반 성인에 대한 추억이 우리로 하여금 하느님의 경이로운 피조물을 더는 잃어버리지 않고 보존할 수 있게 해주기를 빕니다.
『골롬반선교』제96호(2015년 가을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