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적회심] 창조의 계절_에이미 에체베리아

2023-09-12T08:53:35+09:00

창조의 계절

글  에이미 에체베리아(Amy Echeverria)
미국인이며 성골롬반외방선교회 평신도선교사로 활동하였다. 현재는 본회 중앙 JPIC 코디네이터로서 정의 평화와 하느님의 창조질서 보전을 위한 대내외적인 일을 펼치고 있으며, 2021년부터 교황청 "온전한 인간 발전 촉진을 위한 부서" 산하 "생태 태스크 포스" 팀의 공동 코디네이터로서도 활동하고 있다.
『골롬반선교』 제125호(2023년 여름•가을호)_18~19쪽

한국은 다가올 한가위 준비에 한창이겠지요? 이 수확의 계절을 경축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저 또한 어릴 때부터 배워왔습니다.

제가 어렸을 적 우리 가족은 미국 남부 시골에 살면서 축구장 절반 크기의 밭을 일구고 있었습니다. 매일 밤, 그리고 주말에는 아버지 따라 밭에 가서 씨앗을 뿌리고, 가지를 치고, 잡초를 뽑고, 물을 주고, 수확하는 일을 거들었습니다. 우리 집에서 밭까지 가려면 아버지가 제 이름을 따서 "에이미의 고부랑길"이라고 부른 흙길을 따라 숲속을 걸어가야 했습니다. 아버지와 함께 떠나는 이 작은 여행길은 목적지만큼이나 마법처럼 느껴졌습니다.

밭에서 아버지는 많은 것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계절의 징후를 알아차리는 법, 식물이 자랄 자리를 마련하는 고된 일손, 인내심을 가지되 씨앗의 생명 주기를 따라 능동적으로 기다리는 마음, 그늘에서 쉬는 즐거움, 척박한 땅을 기름진 땅으로 바꿀 때 느끼는 만족, 한낮 태양 아래 허리를 굽혀 일할 때 찾아오는 피로, 다 자란 딸기를 따는 손가락 사이로 만져지는 달콤함….그리고 사계절이, 시간과 장소와 사람을 기록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가톨릭교회는 프란치스코 교종이 선포한 9월 1일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로 시작해 10월 4일 성 프란치스코 축일에 끝나는 <창조 시기>를 타 그리스도교인과 함께 기념하고 있습니다. <창조 시기>는 우리 교회의 비교적 새로운 열매라고 할 수 있는데, 피조물에 대한 깊은 존중과 돌봄을 위하여 많은 이가 함께 뿌리고 거름을 주며 기른 씨앗에서 맺어진 것입니다. <창조 시기>는 대림절, 사순절 같은 다른 전례 시기와 마찬가지로 특별한 방식으로 기념하며 하느님의 모든 피조물과 우리의 관계를 발전하게 하는 시간입니다. 성경, 성사, 전례, 기도 그리고 공동체 참여를 통해 우리와 자연의 관계가 더 심오하고 조화로워지도록 해줍니다.

<창조 시기>는 개인과 공동체를 생태적 회심으로 이끄는 초대장입니다. 이 초대에 응답함으로써 우리는 자연 세계를 그저 이용하고 관리할 자원으로 보지 않고, 모든 피조물에 담긴 하느님의 신성한 사랑의 표현 방식으로 바라보게 될 것입니다. 『찬미받으소서-공동의 집을 돌보는 것에 대한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회칙』에서는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우리의 소명을 자연 세계와의 관계와 연결하라고 말합니다. "이는 예수님과의 만남의 결실이 그들을 둘러싼 세상과의 관계에서 온전히 드러나도록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느님 작품을 지키는 이들로서 우리의 소명을 실천하는 것이 성덕 생활의 핵심이 됩니다. 이는 그리스도인 체험에서 선택적이거나 부차적인 측면이 아닙니다(제217항)."

매일의 삶에서 회심하고자 노력하는 것은 생태적 소명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갖게 합니다. 회심은 만남에 의해 촉발됩니다. 회심이란 나 자신, 이웃, 하느님, 그리고 모든 피조물과의 사랑의 관계를 향한 마음과 생각과 의지를, 느리더라도 멈추지 않고 꾸준하게 전환하는 것입니다. 단순하지만 생명을 주는 순간을 나눌 때 우리는 피조물과 서로 관계를 맺는 방법을 배우게 됩니다. 그래서 사계절의 다양함은 우리가 계획을 세우고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성경은 나무가 열매를 맺게 하려면 우리가 잘 보살피고 키워야 한다고 말합니다(루카 13,6-9 참조). 열매를 맺으려면 생명을 불어넣는 일 즉, 어린싹을 보살피고 키워 내는 힘듦을 감수해야 합니다. 이것이 밭을 가꾸는 것이든 소비를 줄이는 것이든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환경 정책을 요구하는 것이든 하느님께서는 우리와 피조물이 "서로"라는 관계를 맺도록 노력하라고 요청하십니다.

우리가 하는 모든 활동은 어딘가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저에게 있어서는 어린 시절, 아버지와 거의 말 없는 대화를 조용히 나누며 주변 세상과 대화를 나눴던 노스캐롤라이나의 밤과 주말이었습니다. 우리는 밭을 가꾸는 것처럼 우리의 관계를 돌보고 있었습니다. 우리 마음에도 씨앗이 심겨 있습니다. 아버지와 제가 그 작은 시골 마을 땅을 일구는 동안 제 안에 심어졌던 씨앗은 계속 자라서 열매를 맺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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