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적 회심]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_이옥분 젤뚜루다 후원회원

2022-06-07T11:22:02+09:00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글  이옥분 젤뚜루다
성골롬반외방선교회 후원회원이며, 강원도 삼척 주민이다. SNS에서 "삼척평화"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생태계 파괴 현장을 알리고, 지구 생명을 보호하는 실천의 삶으로 사람들을 초대하고 있다.

『골롬반선교』 2022년 봄호(통권 제121호) 12~13쪽

저는 갈매기 소리와 파도 소리를 찬미 노래로 들으며 하루를 시작하는 삼척 작은 바닷가에 사는 젤뚜루다입니다. 1980년대 서울 자양2동성당에서 골롬반회 故 유 데니스(Mcgonagle Denis) 신부님께 세례를 받았습니다. 하느님 존재에 확신이 없었던 예비자인 저는 유 신부님이 모든 교우에게 무한한 사랑을 나누시는 모습을 보며 하느님을 조금씩 느끼게 되었습니다.

유 신부님은 제가 어려울 때 기도해 주셨고, 제가 핵 발전소 반대 운동을 시작할 때도 너무 힘든 싸움인데 어찌 견디냐고 하시면서 성무일도 바칠 적마다 책갈피에 우리 가족 이름을 적어 놓고 기도한다고 하셨습니다. 후에 편찮으셨던 신부님은 아일랜드 본국으로 가셨는데 투병 중에도 저를 위해 기도해 주셨다고 합니다. 마지막 통화 때는 떠날 시간이 가까이 온 것 같다고 하시며, 하느님 나라에 가서도 계속 기도할 테니 용기를 내라고 하셨습니다. 제가 핵 발전소와 석탄 발전소 건설 반대 운동을 하면서 힘들어도 지치지 않는 건 유 신부님의 기도가 작용하고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필자(오른쪽 위)와 유 데니스 신부, 함께 활동한 본당 전례부원들 ⓒ 이옥분

필자에게 세례를 주었던 골롬반회 故 유 데니스 신부 ⓒ 성골롬반외방선교회

제가 환경운동을 시작하게 된 건 2010년 아름답고 청정한 삼척에 핵 발전소가 건설된다는 소식을 듣고 반대 미사와 촛불 집회에 참여하면서부터입니다. 핵 발전소를 알면 알수록 우리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의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인간의 탐욕이 극도에 달했고, 그로 인해 생태계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러 지구가 서서히 죽어 가고 있음을 정확히 알게 되니 두려워졌습니다. 어떻게든 이 상황을 멈추게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매주 수요일 저녁, 미사를 드리고 촛불을 들었습니다. 만 8년, 매일 잠을 거의 못 잘 정도로 절박한 마음으로 투쟁한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페이스북에 "삼척평화"라는 이름을 만들어 SNS로 세상을 향해 삼척의 상황을 알리며 핵 없는 세상으로 가자고 외쳤습니다. 함께 활동하고 있는 성원기 교수의 탈핵 순례를 알리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길 위로 나갔습니다. 일본 후쿠시마 핵 발전소 사고 1년 후부터는 한일 가톨릭 탈핵 교류에도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일본 가톨릭교회 이치로 미츠노부 신부님을 비롯하여 성직자, 수도자, 탈핵 활동가들이 삼척을 방문한 의미 있는 시간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연대의 도움과 반대 운동에 함께한 삼척 시민의 노력으로 10년이 지나 삼척 핵 발전소 건설은 백지화되었습니다.

그러나 휴식도 없이, 또다시 삼척에 석탄 화력 발전소가 건설된다는 소식이 이어졌습니다. 이미 삼척에는 석탄 발전소가 가동 중이고 3km 반경 안에 있는 동해시에도 가동 중입니다. 포스코가 건설하고 있는 블루파워 삼척 석탄 발전소(2,100㎿)는 핵 발전소 2기 용량이며 시내 5㎞ 반경 안에 있어 삼척 시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합니다. 삼척은 많은 시민이 수산물과 농산물로 생계를 이어가고 전국에 양식을 공급해 주는 지역입니다. 그런데 석탄재가 날리고 암을 유발하는 미세먼지로 농수산물이 오염되어 우리 몸을 해친다는 게 기정사실인데도 발전소 건설을 강행하는 것은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입니다. 또한, 석탄을 들여오는 항만 공사로 명사십리 맹방해변은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가톨릭기후행동과 함께 매월 미사를 봉헌하는 맹방해변 자리는 점점 침식되어 갈 때마다 더 깎여진 모습이 확연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삼척 원전 백지화 기념탑 앞에서 ⓒ 이옥분

삼척 맹방해변에서 골롬반회 선교사들과 봉헌한 미사. 필자(맨 오른쪽)는 늘 카메라를 들고 기록하여 더 많은 이들과 나눈다. ⓒ 성골롬반외방선교회

2018년 일본 후쿠시마 청소년들이 삼척에 왔을 때, 탈핵과 반전 평화의 의지를 담아 원천 백지화 기념탑 앞에 식수하였다. 골롬반회 함 패트릭 신부가 그때 심은 나무 앞에서 기념석을 보고 있다. ⓒ 성골롬반외방선교회

지난 1월, 골롬반회 선교사들과 함께 삼척시청에서 성내동성당까지 삼보일배를 하였을 때. 그날도 필자(왼쪽 카메라 든 이)는 그 모습을 촬영하여 실시간으로 SNS에 공유하였다.  맨 앞은 골롬반회 주다두 신부 ⓒ 성골롬반외방선교회

삼척시청 앞에서 기자 회견 중인 필자 ⓒ 성골롬반외방선교회

지구가 병들어 가는 동안 저도 병이 들었습니다. 2020년 수술을 받고 서울에 있을 때 마침 광화문에서 금요일마다 <가톨릭기후행동>이 피켓을 든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마냥 누워 있을 수 없어 저도 피켓을 만들어 광장으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서 골롬반회 함 패트릭 신부님을 만났습니다. 5년 전쯤 제주 강정 평화 콘퍼런스에서 만난 적이 있었는데 평화 운동을 하는 함 패트릭 신부님의 용기 있는 행동을 보며 닮고 싶은 마음이 생겼던 분입니다. 삼척 상황을 전하자 신부님은 청와대 앞 삼척 석탄 발전소 건설 반대 피켓팅에 동참해 주었고, 골롬반회 노혜인 평신도선교사님도 합류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노혜인 선교사님이 가톨릭기후행동, 골롬반회 주다두 신부님, 피터동 신부님, 함 패트릭 신부님, 아베 형제님과 삼척에 찾아와 삼척우체국 앞 피켓팅, 맹방해변 미사, 탈석탄 해변 순례를 우리와 함께 했고 지금까지 우리와 연대하고 있습니다. 골롬반회의 연대는 놀라운 하느님의 연대로 느낍니다. 삼척은 골롬반 선교사들이 사목했던 곳입니다. 오래전 어려운 환경에서 그분들이 삼척에 뿌린 씨앗이 열매가 되어 하느님 사업에 활동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면을 통해 골롬반 선교사들에게 감사와 존경과 사랑을 드립니다

저는 기후 변화로 인한 생태 변화와 피해를 두 눈으로 확인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우리 집은 해변에 있기 때문에 매일 바다를 보면서 살고 있는데 마스크며 페트병 등 온갖 쓰레기가 파도에 밀려 들어오고 있습니다. 마모된 반쪽짜리 페트병을 주우면서 반쪽은 어느 물고기 배에 들어갔다가 우리 몸속으로 들어왔을 것을 생각하니 무서웠습니다. 예전에는 어느 몰상식한 이가 버렸다며 화가 났었는데, 어쩌면 이 쓰레기는 나와 내 가족이 무심코 버린 흔적이 돌고 돌아 내 앞에 와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후쿠시마 방사성 물질이 우리 앞 바다에도 올 거라는 생각과 함께 플랑크톤부터 고래까지 바닷속 생물들이 저항도 못 하고 도망도 못 가고 죽는 게 상상이 되었습니다. 큰 파도를 일구며 쓰레기를 뱉어내는 광경을 볼 때마다 자연이 화가 난 것을 표현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연 속에 인간이 들어 있는데 우리는 다른 생물들과 조화롭게 살지 못하고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으며 나 자신도 거기에 포함되어 있음을 깨닫습니다. 저는 죄책감을 느끼며 아침이면 해변에 나가 쓰레기를 줍습니다.

 

한국 가톨릭의 탈핵 활동가들이 일본을 방문하여, 같은 활동을 하는 일본 가톨릭교회의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들을 만났을 때(2015년). 두 나라 활동가들은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후부터 매년 한두 차례 서로를 오가며 교류하고 연대하는 시간을 보냈다. 앞줄 왼쪽 두 번째가 필자, 가운데는 함께 갔던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현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 ⓒ 이옥분

후쿠시마의 청소년들을 삼척에 초대하여 <보양 프로젝트> 프로그램을 했을 때 ⓒ 이옥분

후쿠시마의 청소년들을 삼척에 초대하여 <보양 프로젝트> 프로그램을 했을 때. 필자의 집 앞 바다 풍경 ⓒ 이옥분

기후 온난화로 바다의 생태계에 혼란과 교란이 왔음을 확연히 알 수 있습니다. 바다는 씨 뿌리지 않아도 양식과 자원을 무한히 제공해 주는데 우리 잘못으로 양식이 고갈되고 있습니다. 예전부터 동해안은 오징어가 많이 잡혀서 가을이면 오징어 말리느라 새벽부터 밤까지 작업을 했으나 요즘은 오징어가 잘 잡히지 않고 있고, 10월에도 바다 수영을 할 정도로 심각해진 온난화를 체감합니다. 생태 질서를 우리 인간이 깨트리고 있고 그 결과로 우리 모두가 무너져 가고 있습니다. 생명이 있는 곳은 다 성지라고 생각합니다. 이 거룩한 땅에 우리의 탐욕으로 악행을 저지르고 있는 것입니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고 배웠습니다. 그러나 만물의 영장이 아니라는 걸 알았습니다. 땅을 다스리라는 하느님의 말씀은 잊어버리고 관리자가 아니라 지배자가 되어 훼손하고 학살하고 있습니다. 전쟁보다 무서운 게 기후 위기입니다. 전쟁은 서로 협상해서 총부리를 내리면 되지만 기후 위기는 협상으로도 중단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몇 년 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겪은 후 정신적 육체적으로 고통받고 있는 후쿠시마 아이들을 한국에 초청하여 우리 집에서 <보양 프로젝트 프로그램>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 아이들을 한 명 한 명 안아줄 때 마치 상처 입은 지구 같다고 느꼈습니다. 어른들의 잘못으로 상처받은 아이들을 보니 가슴이 아팠습니다. 우리집에 도착했을 때는 몸은 건강해 보였어도 아이들 얼굴에 웃음이 없었는데, 며칠 동안 같이 어울려 즐겁게 먹고 노는 가운데 점점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 부모들도 그 모습을 보고 많이 놀라 했습니다. 이 아이들을 비롯하여 또 다른 아이들에게 이와 같은 고통을 겪게 해서는 안 된다는 간절함을 품고 날마다 기도하며, 세상을 향해 호소합니다.

끝으로 얼마 전 파도에 밀려온 폐타이어에 쓴 문장을 나누며 이 글을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사람도 자연도!"

필자 집 담에 폐 타이어를 걸어 놓았다. 필자가 쓴 문구가 그의 생태적 삶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 이옥분

필자 가족이 지구를 위해 하는 노력 중 하나는 승용차 없이 사는 것이다. 한 시간에 한 번 오는 버스를 기다리는 불편함을 여유로움으로 여기고, 느림의 기쁨을 즐기며 살고 있다고 한다. 모터배는 없지만 뗏목 배로 바다 드라이브를 즐기고 일용할 양식도 건진다. ⓒ 이옥분

 

이글을 SNS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