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과 함께 꾸는 꿈
글 이제훈 아오스딩 신부
성골롬반외방선교회. 2014년 사제품을 받고 다음 해 미얀마로 파견되었다. 미얀마 북쪽 카친주의 미치나 교구에서 가정사목, 평신도사목, 재난 지원 담당을 하고 있다.
"첫사랑" 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아마도 첫사랑의 얼굴, 풋풋하고 애틋하며 때로는 안타깝고 힘들었던 순간과 경험이 아련히 떠오르실 거라 생각합니다. 해외 선교사들은 첫 발령지, 즉 처음 선교 가는 나라를 "첫사랑"이라고 표현합니다. 저는 첫사랑이 된 미얀마에서 7년째 다양한 경험과 추억을 쌓아 가고 있습니다.
현재 저는 미얀마 북쪽 카친주에 있는 미치나 교구에서 가정 사목과 평신도 사목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지역에 있는 많은 가정을 방문하고 여러 다양한 지역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과 함께 소통하고 함께 일하면서 다채로운 활동을 할 수 있어 늘 감사합니다. 특별히, 지역 발전과 청년들의 직업 경험을 위해 운영하는 국숫집, 부모 교육, 청소년 교육, 노인 사목 프로그램 등 지역 사람들의 삶의 질과 개인의 자존감을 높이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어디를 가든지 사람들의 삶은 비슷한 것 같습니다. 제가 만나는 사람들도 자신이 처한 현실과 맞닥뜨리면서 치열하게 또는 잘 협력하며 그 주어지는 상황에 맞갖게 살아가는 듯합니다. 선교 활동을 하며 이곳 사람들의 무엇을 보려고 하는지 가끔 제 자신에게 물어봅니다. 저를 바라보는 눈에서 무엇을 말하는지 진지하게 들으려고 노력도 해봅니다. 가난하지만 부끄럽지 않은 그들의 삶에서, 다양한 교육을 받지는 않았지만 아이 같은 순수함과 삶의 열정에서, 진지하게 사람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고 따뜻한 정을 표현하는 인간성에서, 그리고 자신의 부족함을 숨기지 않고 용감하게 드러낼 줄 아는 대범함에서 그들을 향한 하느님의 현존을 느낍니다. 또한 그 안에서 이방인으로서 외국인 선교사로서 함께 사는 법을 배웁니다.
선교사로서 무엇을 해줘야겠다, 도움을 줘야겠다는 마음이 먼저 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물론 선교의 목적이 있고 필요한 부분입니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 보면 선교사의 자기만족, 존재감 혹은 본인의 희망, 성취감이며 부수적인 것일 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일 근본적이고 중요한 것은 그 나라 언어로 그들이 하는 말을 알아듣고 그들의 생활과 행동을 따라 하며 그들이 희망하는 꿈을 같이 꾸면서 그 안에 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야만 그들이 가지고 있는 희망, 기대, 기쁨 또는 갈등이나 좌절 등 모든 것을, 비록 자세하고 완벽하지는 않겠지만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함께"할 수 있습니다. 소통이 되지 않는데, 마음이 과연 통할 수 있을까요? 특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해외 선교사들은 이러한 근본적인 부분에 대해 많은 성찰이 필요합니다.

성 골롬반 축일에 골롬반회 직원들과 함께 ⓒ 성골롬반외방선교회

지역 어르신 가정 방문 ⓒ 성골롬반외방선교회

코로나 확진 격리자들에게 음식과 물품을 전달하기 위해 준비하는 청년 봉사자들 ⓒ 성골롬반외방선교회
2015년 11월 미얀마의 민주주의가 비로소 실현되었을 때 미얀마 전역은 축제 분위기였습니다. 저도 같이 기쁨의 축제를 며칠 동안 지냈던 그날의 장면이 생생합니다. 사람들의 희망과 기대에 부응하듯 이 나라는 하루하루 자유롭게 변해 가고 발전해 나갔습니다. 군부 체제하에 있었던 각종 제약이 풀리자 사람들은 새로운 경험을 많이 접해 보고 다양한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마치 자유로움의 숨을 쉬는 것 같이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지내던 어느 날, 2021년 2월 1일 새벽에 미얀마 모든 지역이 정전이 되었습니다. 정전은 일상이라 몇 시간 후면 다시 들어오겠지 하며 기다렸지만 오후가 되었는데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인터넷까지 연결되질 않아서 어떤 상황인지 인지도 못한 채 마냥 기다리고 있는데, 군부 쿠데타가 일어났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2021년에 쿠데타라니 이게 말이 돼? 며칠 지나면 금방 철회되겠지." 하며 처음에는 정말 안이한 생각만 하고 있었습니다. 이 나라의 상황이 쿠데타로 인해 한순간에 엉망이 될지 그때까지만 해도 미처 몰랐습니다. 어느덧 군부 쿠데타가 일어나고 어두운 상황이 지속된 지 1년이 훌쩍 지났습니다. 많은 사람이 여전히 희생되고 고통받고 있습니다. 별안간에 많은 사람이 가족을 잃고, 직업을 잃고, 아이들은 학교가 폐쇄되어 교육받을 곳을 잃어버렸습니다. 자유로운 숨을 쉴 권리까지 없어진 듯합니다.
그렇지만, 이곳에 많은 사람이 자신의 일상을 버린 채 나라를 위해서, 사람들을 위해서 희망을 놓지 않고 투쟁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 시점에서 우리 외국인 선교사들이 앞장서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선교사로서 무력함과 좌절 또한 많이 느낍니다. 그러나 이러한 감정도 무엇인가를 해야 하는데 도와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이기적 감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혼자 꾸는 꿈은 꿈으로 남지만,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많은 어려움과 제약이 있지만, 수많은 사람이 같은 희망과 꿈을 가지고 함께 걸어가고 있습니다. 지역 사람들 안에서 그들의 언어로 함께 소통하면서 그들이 품은 희망의 불꽃이 꺼지지 않게 하는 것이 지금 미얀마에 있는 우리 선교사들이 해야 할 일입니다. 멀리에서 저의 첫사랑 미얀마가 함께 꾸는 꿈을 지지해 주시기 바라면서, 많은 관심과 기도를 청합니다. 감사합니다.

가톨릭 청년 자원봉사자들 ⓒ성골롬반외방선교회

미얀마에서 활동하는 이제훈 아오스딩 신부가 가톨릭 청년들과 함께 그들이 시작한 가게에서 축복식을 하고 있다. 그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희망을 품고 꿈을 위해 노력하는 미얀마 청년들을 응원하며 곁에서 동반하고 있다. ⓒ 성골롬반외방선교회
발행일: 2022년 7월 4일, 13: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