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시간을 기억하며_신오복 안토니오 신부

아름다운 시간을 기억하며

글  신오복 안토니오 신부

성골롬반외방선교회. 아일랜드에서 1957년에 사제서품을 받고 이듬해 한국에 도착했다. 원주교구 정선·학성동·도계, 춘천교구 교동·홍천·청평, 서울대교구 목동·신정동·도림동, 수원교구 원곡에서 본당사목을 하였고, 한국지부장과 골롬반회 총장을 역임했다. 1992년 골롬반 후원회 초석을 세우고, 10여 년간 선교 홍보 활동을 하였으며, 2017년 아일랜드로 귀국할 때까지 일산 지역에서 활동하였다. 지금은 아일랜드 지부가 있는 달간파크에서 지내고 있다.

리가 들은 것은 잊고, 본 것은 기억하며, 경험한 것은 이해하게 된다.”

언젠가 들었던 저 말은, 한국에서 오십 년 가까이 선교사로 살다가 2017년 6월 은퇴하면서 고향 아일랜드로 돌아온 저에게 무척 현실적으로 다가옵니다. “경험한 것을 이해하게 된다”는 부분이 특히 그렇습니다. 지난 세월 동안 기쁨, 희망, 성공, 때로는 실패를 맛보며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기에 하느님께 매우 감사합니다. 

필자 ⓒ성골롬반외방선교회

그러면서 제가 뿌리 깊이 알게 된 것이 있는데 문화, 언어, 민족은 달라도 인간은 기본적으로 이해와 사랑, 지지, 공감, 그리고 용서하기를 원한다는 것입니다. 한국에서 저의 여정을 지나오면서 만났던 많은 사람들 덕분에 제 삶은 풍요로워졌습니다. 그들은 바로, 동료 선교사들, 제가 살았던 여러 공동체 식구들, 그리고 평범한 일상에서 마주친 사람들입니다.

강원도에서 선교했을 때(1960년대 초), ⓒ성골롬반외방선교회

본당사목을 하면서, 골롬반 후원회 사도직을 하면서 만났던 분들 그리고 은퇴가 얼마 남지 않은 마지막 몇 년 동안에 만난 많은 분들이 제게 건넨 환영과 이해, 지지에 고마울 따름입니다. 이러한 만남은 공식적인 사목을 할 때만이 아니라, 함께 식사를 하거나 좋은 일에 같이 기뻐하는 자리처럼 격식에 덜 얽매이는 장소에서 이루어졌습니다. 함께 모여 먹을 것과 마실 것을 나누면서 사람들 사이에 장벽이 허물어지는 특별한 순간을 경험했습니다. 저는 특히 그런 순간에 제가 외부인이나 이방인이라고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아일랜드로 귀국하기 전 한국지부 후원회원과 당시 후원회 담당 남승원 신부와 함께 본부 마당에서 ⓒ성골롬반외방선교회

한국에서 보낸 마지막 십 년은 무척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스트레스가 따르거나 지나치게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사목할 새로운 방안을 찾아 독립과 자유를 누릴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귀국하기 전 10년 동안 활동했던 의정부교구 대화동성당의 영어미사 봉사자와 함께 ⓒ성골롬반외방선교회

위기 상황을 겪을 때마다 한국인들이 발휘하는 탁월한 회복력은 늘 인상적이었습니다. 많은 자연재해와 인재에 맞닥뜨렸어도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러한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나와 다른 가치관과 전통을 이해하고 인정 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또한, 썩 그렇게 아름답지 못한 경험들은 역설적이게도 자연의 아름다움을 통해 하느님의 현존을 더 크게 의식하도록 해줬습니다. 한국의 산이든 제 고향의 푸른 들판과 숲이든 하느님의 피조물에는 모두 특별한 아름다움이 있기 마련이라 그런가 봅니다. ※편집자 주: 신오복 신부는 50~60년대에 강원도에서 오래 사목했다.

아일랜드로 돌아온 후, 저는 한국에서 선교했던 골롬반 수녀들의 장례미사에 참석하러 성골롬반외방선교수녀회 모원(아일랜드 마호르 모어에 위치)을 여러 번 방문했습니다. 그곳에 있는 묘지를 거닐며 묘비를 보니 그곳에 잠든 여성들이 한국 의료기관에서 의사나 한국에서 선교했던 간호사로서 헌신했던 바가 참으로 엄청나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습니다. 한국전쟁 직후 어려웠던 시기에 그들은 고통받고 가난에 허덕이며 아파한 수많은 사람을 보살폈습니다.

성골롬반외방선교수녀회 모원에 안장된 故 엔다 수녀의 묘ⓒ성골롬반외방선교회

이와 마찬가지로 천주의 성 요한 의료봉사 수도회의 형제들에게도 비슷한 마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들은 가난 속에 고통받던 수많은 사람들, 특히 전라남도 광주 지역 사람들에게 희망을 안겨주었습니다. 2년 전 저는 이 수도회의 한국 활동 60주년 기념으로 아일랜드 더블린 본부에서 드린 감사 미사에 초대받았습니다. 저와 수도회의 인연은 1958년 가을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수도회에서 한국으로 처음 파견한 다섯 명의 수사들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인천으로 향하는 화물선에 올랐을 때, 골롬반 선교사 몇 명이 그들과 19일간 항해를 함께 했는데 그중 한 명이 저였습니다.

1958년, 함께 화물선을 타고 한국에 도착한 동료 선교사들, 천주의 성 요한 의료봉사 수도회 수사들과 항구에서(왼쪽에서 두 번째가 필자), ⓒ성골롬반외방선교회

오늘날 우리 가톨릭교회와 세계가 수많은 문제와 직면했습니다. 하지만 어려운 상황에서도 저는 여전히 희망을 품고, 놀라움과 신비로움, 기쁨을 느끼며, 아름다움에 고요히 감탄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마음으로 살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한국에서 보낸 시간과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에게서 배워서 그런가 봅니다.

『골롬반선교』 2021년 봄호(통권 제118호) 22~23쪽

By |2021-04-21T15:53:46+09:002021-04-21|골롬반 소식|0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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