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여러분은 누구와 식사하셨습니까?_안인성 패트릭 신부

글  안인성 패트릭 신부

본지 편집장

신학교 수업 중에 제가 가르치는 신학생들에게 항상 이 질문을 화두로 삼아 던집니다. “누구와 함께 식사를 합니까?” 무엇을 누구와 함께 먹는지는 개인으로서, 공동체로서, 사제로서 자신이 누구인지에 관해 많은 것을 알려주기 때문입니다. 음식 자체, 함께 먹는 사람은 우리 정체성을 정의하는 동시에 권력, 지위, 부와 계급 등을 드러내는 사회적 지표이기도 합니다. 복음서에는 예수님께서 사람들과 먹고 마시는 장면이 자주 나옵니다. 몇 가지 예를 들면, 예수님께서는 세리 레위(마르 2,15), 나병 환자 시몬(마르 14,3-9), 마르타와 마리아(루카 10,38-42), 어떤 바리사이(루카 7,36-50)의 집에 식사 초대를 받으셨습니다. 최후의 만찬에서(마르 14,12-26), 부활하신 후 호숫가에서(요한 21,12)는 식사를 주최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누구와 식사를 했느냐는 스캔들거리가 되었으며 주류 사회를 뒤흔들기도 했습니다. “저 사람은 어째서 세리와 죄인들과 함께 음식을 먹는 것이오?”(마르 2,16)

마르코 복음사가는 의도적으로 헤로데의 생일잔치(6,14-29)와 예수님께서 오천 명을 먹이신 이야기(6,30-44)를 극명하게 대조시켜 배치했습니다. 헤로데의 잔치는 화려한 왕궁에서 고관과 무관과 갈릴래아 유지들에게 베푼 호화로운 만찬이었습니다. 춤추는 공주와 함께 이 연회는 사리사욕과 권력뿐만 아니라 세례자 요한을 즉결 처형하는 냉혹한 폭력을 발생시 켰습니다. 헤로데의 식사는 죽음의 잔치였던 것입니다.

반면 예수님의 연회는 권력 중심에서 멀리 떨어진 외딴곳에서 열렸습니다. 많은 군중이 먹을 수 있는 간단한 식사이며, “목자 없는 양과 같았던” 사람들을 향한 연민의 정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이 군중을 현대말로 하면 “사회적으로 배제되고 평가절하된 사람들”이라고 부를 것입니다. 세례자 요한을 사형시킨 헤로데를 향한 분노로 들고 일어선 이들을 예수님께서는 한데 모아들이십니다. 그러나 부패한 권력을 전복하도록 하는 대신에 식사를 대접함으로써 당신께서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반란과 불복종을 일으키셨습니다.

시편 23편이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오듯, 쉰 명 백 명씩 무리 지어 푸른 잔디에 앉히는 방식으로 이 반란은 시작됩니다. 이 이야기의 정점은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에서도 예수님께서 보잘것없는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두고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신 다음, 그 조각을 제자들에게 주어서 모인 대중들에게 나누어줄 때입니다. 하느님 아버지의 너그러움에 대한 예수님의 온전한 신뢰는 “측은한 마음”을 불러일으켜 오천 명을 배불립니다. 예수님의 식사는 생명의 잔치입니다. 오천 명을 먹이신 예수님의 행동보다 선교 사업을 설명하는 더 나은 예를 찾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비열한 폭력과 권력 앞에서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을 향한 신뢰 속에 사람들을 조직하고 축복의 경제를 실천하며 당신이 가진 모든 것을 나누셨습니다. 이는 다른 사람들도 당신처럼 똑같이 하도록 만드는, 거부할 수 없는 너그러움의 행동입니다. 만약 우리 교회가 조직적이고 “거부할 수 없는 너그러운 대접 운동”을 실천한다면 오늘날 우리 사회에 어떤 의미가 될지 궁금합니다.

이번 여름가을호에서는 사회적 포용과 변화에 초점을 맞춥니다. 마이클 켄드릭 박사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을 인용해 “소속도 참여도 없는 존재”라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권한을 부여하는 사회 변화 과정을 소개합니다. 이어서 천노엘 신부는 장애인에 대한 교회와 사회의 변화를 돌아보게 하며, “모든 이가 유일하고 고유한 사람”(『모든 형제들』 제98항)임을 인정하도록촉구합니다. 그는 장애인의 외침에 응답하여 보다 넓고, 포용하는 교회와 사회를 만들자고 우리 모두에게 도전합니다. 강석희 요한 형제는 장애인이 된 후 경험한 것과 가톨릭 사회복지사와의 만남을 들려줍니다. 골롬반회 평신도선교사 리더인 비다 히퀼란 선교사, 미국에서 최우주 신부, 피지에서 정의균 신부도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올해의 이민자”로 대통령 표창을 받은 오기백 신부의 얼굴과 골롬반 선교의 뿌리인 광주후원회원들의 모습도 지면에 담았습니다. 복음서 길잡이로서 정진만 신부가 마르코 복음을 소개했고, 반가운 얼굴 우성모 신부는 한국에서의 선교를 회상하며 하느님께 받은 은총을, 후원회 담당 양창우 신부는 코로나 시대에 도전한 새로운 선교 방법을 나누었습니다. 끝으로 지난 6월 29일 당신의 생일이자 축일에 선종한 故 기 바오로 신부를 추모하는 두 분의 글을 통해 고인을 기억합니다.

한가위가 다가오면, 개인으로서나 교회로서나 우리 식탁에 누가 앉아도 환영받는가를 조금 더 의식해 봅시다. 예수님께서 보여 주신 것처럼 형제자매로서 우리가 함께 앉을 때 “거부할 수 없는 너그러움”의 기적이 일어날지도 모릅니다. 이미 후원회원 여러분을 통해 드러났듯이 선교 사업을 지속하는 것은 한 분 한 분의 너그러움 덕분입니다. 모두 행복하고 안전하며 상쾌한 추석 명절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해피 한가위!

『골롬반선교』 2021년 여름가을호(통권 제119호) 2~3쪽

By |2021-09-07T15:51:37+09:002021-08-31|골롬반 소식|0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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