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열린 세상 열린 마음_양용석 프란치스코 신부

2022-09-27T10:35:41+09:00

열린 세상 열린 마음

글 양용석 프란치스코 신부
서울대교구 소속이며 성골롬반외방선교회 지원사제로서 2018년에 남미 페루로 파견되었다. 현재, 수도 리마 외곽 지역 까라바이요Crabayllo 교구의 대천사들Los Santos Arcángeles 본당에서 사목하고 있다.

『골롬반선교』 2022년 여름가을합본호(통권 제122호) 12~13쪽

이곳 페루도 팬데믹 초반에는 미사와 성사에 참여할 수 있는 인원수가 제한되어 사제관에서 드리는 미사를 개인 방송으로 송출해 비대면으로 신자들을 만나야 했습니다. 이제는 마스크 쓰는 것을 지켜가면서 많은 이가 성당을 자유롭게 찾고 하느님을 찬양하며 성사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물론 팬데믹 이전과 완전히 똑같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회복의 모양새를 갖추어 가는 것 같아 희망이 느껴집니다.

많은 나라가 코로나19 대유행 초기에 폐쇄된 면모를 보였습니다. 페루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항공과 내륙 교통과 통행 등 외적인 폐쇄는 인간의 마음마저 폐쇄하는 쪽으로 기울게 하였습니다. 누군가를 선뜻 도와주는 것을 더욱더 두렵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하느님 모습을 닮아 창조된 인간은 극한의 어려움 속에서 조금씩 적응해 갔고, 닫혔던 마음을 열어 이웃을 돌아보기 시작하였습니다.

제가 선교하는 본당도 길에서 굶주리는 사람들에게 눈을 돌렸습니다. 식사를 나누고, 어린이와 구걸하는 가족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을 나누었습니다. 점차 이러한 활동이 조금 더 체계화되어 지금은 개인과 각 공소와 본당이 어려운 처지에 놓인 이들을 정기적으로 찾아가 위로하고 있습니다. 

요즘 저는 공소 몇 군데를 새로 단장하게 되어 그 일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한 곳은 지붕 공사를 거의 다 마쳤고, 다른 한 곳은 완전히 새로 짓고 있습니다. 두 달 동안 진행된 이 공사가 아마도 9월 안에 끝나지 않을까 예상해 봅니다. 공사하는 동안에 공소 밖이나 신자들 집에 모여 함께 기도하고 미사를 드리면서 성사가 쉼 없이 이어지도록 신자들과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신자들과 함께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자주 찾아뵙고 이야기하고 성사의 은총을 나누었던 일이 우리 모두에게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전 세계 교회는 감염병, 전쟁, 기후위기 등으로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함께 걸어가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한국교회도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기 위한 모임을 하였던 것으로 압니다. 페루 교회 또한 함께 길을 걷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끊임없이 요청되는 것은 “열린 세상, 열린 마음”입니다(프란치스코 교황 회칙 『모든 형제들』 3~4장 참조).

우리 본당 공동체는 올해 초부터 시노드 정신을 살기 위해 세대 간 공소 간 등 다양한 그룹이 만나서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모임을 하고 있습니다. 시노드의 정신인 “친교·참여·사명(선교)”를 주제로 흩어진 이들을 다시 교회로 불러들이고 그들과 함께 어떻게 다시금 복음을 선포할지를 토론하는 자리도 마련했습니다. 그리고 곧 있을 본당의 날 행사에서 그동안 각 그룹이 나눴던 의견을 신자 전체가 자리한 가운데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갖게 됩니다.

코로나로 폐쇄되었던 당시를 다시 떠올리면 너무나 끔찍하고 마음이 아픕니다. 바로 옆에 사는 이웃과 형제들이 죽어 가는데도 함께하지 못했던 그때, 슬픔을 나눌 수 없어 각자가 홀로 감내해야만 했습니다. 우리에게는 이 부분이 제일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조금씩 우리는 마음을 열어가고 있습니다. 제가 속한 이곳 교회뿐만 아니라 전 세계 많은 교회가 보다 열린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개개인이 마음을 열면 가정과 사회가, 그리고 나라가 조금씩 열린 세계로 나아가지 않을까 묵상해 봅니다. 이렇게 모두가 조금씩 열린 마음을 가질 때 우리는 진정으로 함께 걷는 여정인 시노드의 정신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항상 선교사들을 위해 기도해 주시는 후원회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저 역시도 이곳 페루에서 기도와 함께 여러분을 기억하겠습니다. 우리가 모두 주님을 향해 함께 걸어나아갈 수 있도록 열린 마음으로 기도하고 사랑을 실천하면 좋겠습니다.

팬데믹 초기, 페이스북을 통해 사제관에서 홀로 드린 미사를 송출하며 신자들과 비대면으로 함께했다. ⓒ성골롬반외방선교회

양용석 신부와 본당 신자들. 필자가 사목하는 본당은 시노달리타스 정신에 따라 다양한 그룹이 모여 마음을 열고 대화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양용석 신부

새로 짓고 있는 공소이다. ⓒ양용석 신부

필자와 공소 신자들이 동네 어르신을 방문하여 함께 기도하는 모습 ⓒ양용석 신부

코로나 이전이다. 본당 신자들이 필자의 수품 기념일을 축하해 주었을 때 ⓒ양용석 신부

새로 짓고 있는 공소에서 미사를 드리고 있다. ⓒ양용석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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