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오래전에 선택했네_크리스 파렐리

크리스 파렐리(Chris Farrelly) 경

한국 이름은 이 크리스토퍼. 골롬반회원으로서 1976년 사제품을 받고 이듬해 한국으로 파견돼 1986년까지 사목했다. 1981년부터는 서울 신림10동 <사랑의 집> 설립을 돕고 그곳에서 살았다. 사제직을 떠난 후 고국 뉴질랜드의 공중보건 분야에서 정의를 위한 활동을 해 왔다. 2000년에 결혼하여 뉴질랜드 왕가레이에서 살고 있으며, 취약계층의 인권 향상과 건강 증진, 사회 서비스 시스템 개선 등 분야에서 헌신한 공로로 올해 초 뉴질랜드 정부로부터 훈장과 기사 작위(knighthood)를 받았다.

 

십 년 전, 저는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에 영감을 받고 이 지구상 어디에 있든 가난한 사람들을 돕고 함께하고 싶은 소명을 깊이 느꼈습니다. 그 부르심은 여전히 제게 활기를 불어넣어 줍니다. 저는 골롬반 선교사들이 세계 곳곳으로 파견되어 많은 경우 생명이 위협받고 하느님의 모습이 부정당하는 상황에서도 가난한 이들과 연대하기 위해 반대가 있는 곳으로 보내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제가 골롬반회의 사명에 끌린 주된 이유는 가난한 이들 옆에 수동적으로 머물지 않고, 그들과 함께 가난과 불의를 극복하고자 적극적인 자세를 취했기 때문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과감한 삶과 부르심에 이끌려 저는 한국에 왔고, 가난한 이들을 도우라는 복음에 응답한 동료 선교사들과 한국 사람들과 일하는 특권을 누렸습니다. 이 여정은 저를 한반도의 여러 곳으로 데려다 주었는데 그중에서도 서울 신림10동 달동네가 기억에 남습니다. 김수환 추기경의 격려를 받으며 그곳에 도착한 후 5년 동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방 두 개짜리 판잣집에서 다른 골롬반 선교사들과 지내며, 가족의 생계를 위해 분투하는 동네 사람들과 더불어 이웃으로서 살았습니다. <사랑의 집>으로 알려진 이 공동체에서 저희는 역동적인 그리스도인의 존재를 심고 여러 모임과 보건 서비스를 개발하는 다양한 활동을 하였습니다.

 

재개발을 앞둔 이곳에서 주민들과 이웃으로 살았을 때 ⓒ성골롬반외방선교회

 

서울 신림10동 <사랑의집>에서 활동할 때 ⓒ성골롬반외방선교회

 

그러나 기억에 남은 것은 제가 베풀거나 이룬 것이 아닌, 받은 것입니다. 외국인으로서 환영과 돌봄을 받고 선물을 받았으며, 돌이킬 수 없이 변화했습니다. 주는 자가 받는 자로 변한 것입니다. 선교사이기에 누리는 특권이자 신비입니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사람들에게서 최고의 인간애를 엿볼 수 있었고, 그저 생존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날마다 긍지를 갖고 일어나 더 나은 삶과 자식들이 더 좋은 것을 누리기를 꿈꾸며 용기내는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그들을 통해 저는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때 제가 경험하고 배운 것은 평생 저와 함께 해왔습니다

 

한국을 떠난 지 삼십 년이 지난 지금, 저는 여전히 선교사로서 불의를 겪는 사람들과 일하고 있습니다. 지난 5년 동안은 <시티미션>이라는 단체를 이끌어 왔는데, 뉴질랜드에서 가장 큰 도시인 오클랜드에서 가장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일하는 단체입니다. 뉴질랜드는 자원과 식량이 풍부한 부국이지만 집도, 가족이 먹을 양식도 마련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런 모순적인 상황에서 수백 명의 직원과 수천 명의 자원봉사자와 후원자들로 구성된 시티미션은 희망의 불빛이 되어 주고 있습니다. 노숙자들에게 임시 거처나 집을 마련해 주고 마약 중독자들을 위한 치료 시설, 무료 건강관리 서비스 및 대규모 식량배급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버려진 이들과불의로 상처 입은 이들의 고통에
눈뜨게 해준 빛은 내가 살아있는 한
다시는 눈감지 못하도록 하네.
피로와 역겨움이 내 시야를 가릴지라도
두려움이 내 삶을 꿰매 버릴지라도
나는 보지 않을 수 없네.
진실은 사랑의 칼날로 내 존재의 정중앙을 건드렸네.
보거나 아무것도 못 본 척하는 것 중
어느 쪽을 택하느냐의 문제도,
내가 본 고통을 이야기하여
그 고통이 끝나도록 돕느냐의 문제도 아니네.
난 오래전에 선택했네.
<난 오래전에 선택했네>(A Long Time Ago I Made My Choice),
브라질 시인
티아고 드 멜로Thiago de Mello

 

저는 작년에 시티미션에서 은퇴했습니다. 그동안 제가 선물받은 순간들을 돌이켜 보노라면 한국에서의 선교사 생활로 거슬러 올라가게 됩니다. 이 잡지에 몇 자 적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서 감사하고 무엇보다 오래전 한국에서 저와 삶을 함께하면서 제 눈을 뜨게 해 주신 모든 분께 깊이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전 오래전에 선택을 했고 그 선택은 제게서 멀어진 적이 없습니다.

 

아내와 함께 ⓒChris Farrelly

 

필자가 이끌었던 오클랜드 시티미션에 뉴질랜드 총리가 방문했을 때
(필자의 왼쪽은 아내, 그 옆이 저신다 아던 총리) ⓒChris Farrelly

 

번역: 배영재 요세피나

 

By |2022-05-13T13:20:39+09:002022-05-12|골롬반 소식|난 오래전에 선택했네_크리스 파렐리 댓글 닫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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