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의 계절
글 에이미 에체베리아(Amy Echeverria)
미국인이며 성골롬반외방선교회 평신도선교사로 활동하였다. 현재는 본회 중앙 JPIC 코디네이터로서 정의 평화와 하느님의 창조질서 보전을 위한 대내외적인 일을 펼치고 있으며, 2021년부터 교황청 "온전한 인간 발전 촉진을 위한 부서" 산하 "생태 태스크 포스" 팀의 공동 코디네이터로서도 활동하고 있다.
『골롬반선교』 제126호(2023년 겨울호) 20~21쪽

작년 12월 대림 시기에 저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OP15)에 참석하고 있었습니다. 이 회의는 환경 보호 특히 생물다양성, 지역 사회와 원주민의 권리에 대한 인식 제고, 옹호 활동 등을 해왔던 골롬반회가 그동안 힘써온 노력의 열매를 보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세계 지도자들이 여러 해 동안 협상을 거쳐 한자리에 모였고, 대멸종을 막고자 생물다양성 보전 대책 등 지구와 인류의 건강을 보장하는 많은 목표에 합의하는 자리였습니다. 작년 회의는 사상 처음으로, 신앙에 기반한 조직(FBOs, Faith Based Organization)을 회의 참가자로 공식 인정하였습니다. 이는 "생물다양성을 위한 다종교 연합(www.biodiversity.faith)"으로 알려진 COP15 종교 연합의 활동이 이룬 성과입니다. 지상의 피조물을 공동으로 보살피기 위해 다양한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맺은 국제 네트워크의 공동 창립자인 골롬반회로서 더욱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거룩한 아기 오심을 고대하던 밤처럼 길고도 추운 몬트리올 겨울밤에 골롬반회 참가자들과 다른 종교에서 온 참가자들은 당사국들이 합의를 꼭 이루기를 간절히 희망했습니다. 회의 마지막 밤, 수백 명의 시민사회 참가자들이 기다리는 대회의장에 긴장감이 감돌았습니다. 우리는 정의, 인권, 환경 보호에 대한 약속이 국제 협약에 포함될 수 있을까 스스로 물었습니다. 예수님의 탄생을 위해 평화롭고 안전한 장소를 찾던 성모님과 성 요셉의 마음을 오늘날 현실에 비추어 헤아려 보게 되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취약한 사람들과 지구 환경과 피조물을 보호하기 위해 과연 이 국가들이 자기들의 문을 열어줄까?' 늦은 밤까지도 계속되는 기다림에 피로가 몰려왔습니다. 새벽 1시가 되어서도 현장에는 좋은 소식이 들릴 거라는 징후는 없었습니다. 바깥만큼이나 어둡고 찬 공기가 건물 내부에 무겁게 내려앉아 있었습니다.
새벽 4시, 드디어 의장단이 회의장에 입장했고 뒤이어 각국 대표들이 들어왔습니다. 그 자리에 수천 명이 있었는데도 속삭임까지 제 귀에 들릴 정도로 긴장된 분위기였습니다. 이제 안건을 표결에 부쳤고, 마침내 통과되었다는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2030년까지 전 세계 육지와 해안, 해앙의 30%를 보호 구역으로 관리하기 등 여러 목표에 196개 나라가 합의한 것입니다. 우리는 얼싸안고 기뻐하며 눈물 어린 함성을 질렀습니다. 빛이 어둠을 뚫고 나온 것 같았습니다. 성탄 밤, 아기 예수님의 탄생 소식을 듣고 기쁨에 차 있던 언덕 위 목동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목동이 그랬듯이 COP15에서 결정된 기쁜 소식을 지구에전하기 위해 우리는 모두 거리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그것이 이야기의 끝은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기쁜 소식을 전하시면서 도전, 실패, 절망, 회의, 마침내는 십자가 위 죽음까지 겪으셨던 것처럼 우리 역시 COP15에서 체결된 생물다양성 보호를 위한 합의를 실현하는 데 난관을 겪고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종은 최근 반포한 사도 권고 『하느님을 찬미하여라(Laudate Deum)』에서 "우리 각자가 우리 고향인 지구와 화해하고 지구를 더 아름답게 만드는 순례에 참여하기를 청합니다. 그 헌신은 우리 각 사람의 존엄과 최고의 가치와 상관이 있기 때문"(69항)이라면서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 모두에게 지구를 돌볼 책임이 있음을 언급하였습니다. 이어서 두 가지 중요한 점을 강조하였는데, 하나는 국가와 국제기구의 역할, 그리고 우리가 져야 할 개인적이고 가족적이며 공동체적인 책임입니다. 때 이른 성탄을 미리 체험한 지 1년이 지났습니다.
우리를 포함해 여러 신앙 공동체는 연대하여 각국 정부가 국익을 넘어 세계를 위해 더 높은 이상을 제시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골롬반회는 지구를 위한 정의, 평화, 사랑을 희망 속에 실천해 나갈 것입니다. 이것이 시노달리타스의 방식 즉, 피조물 전체를 돌보며 함께 걷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